주왕산 절골 풍경2 - 박영오 작 (2017년 9월) 




작고 숨어 지내는 것들이 가을이 시작되는 이 무렵이 되어서야 꽃을 피워서 겨우 “나 여기 있소” 작은 목소리로 수줍게 말을 걸어옵니다.
주왕산 절골로 화첩기행가는 길섶에, 가을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마타리, 물봉선, 갈대꽃, 꿩의 비름, 구절초, 개미취, 취나물꽃 등등.... 그리고 미처 이름을 알 수 없는 가을꽃이 부끄러운 듯 반겨줍니다.
“어라, 이놈들이 여기서 자라고 있었네.”
자주 다니던 길인데, 꽃이 피고 나서야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때가 되면 꽃을 피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왜 이리 꽃이 핀 것이 신기할까요?
식물이 싹을 틔워 뿌리 내리고 살다보면 생존의 본능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요즘 들어 그 당연한 일을 대견하고 신기해합니다.
이 가을에 꽃을 피우는 모든 들꽃이, 큰 것은 큰대로 아름답고 '꿩의비름'처럼 바위틈에 숨어 겨우 얼굴을 보여주는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예쁩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잠시 쉬면서 들꽃을 찬찬히 뜯어봤더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래 바라보면 모든 들꽃이 이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요? 
꽃을 피우는 것 중에 예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연한 일을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신기해하는 내가 이상한 것이지요.

오늘 화첩기행은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머물며 생각하고 들꽃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그림 그리러 산속에 들어와 어찌 그림만 그리다가 돌아가겠습니까.  
화첩기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오를 때 못봤던 들꽃을 하산길에 다시 바라보며 혼자소리로 “허참, 그놈 어디 숨었다가 꽃을 피웠나, 신기 하네” 중얼거립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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