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용추폭포로 들어가는 협곡 - 박영오 작 (2017. 9 ) 



화첩기행 다니며 현장에서 직접 그린 그림은 완성도는 조금 부족하지만 오히려 현장에서 그린 작품에 더 애착이 갑니다.

아마 작품 속에 그날의 모든 일들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날의 날씨, 느낌 등등...... 배낭 메고 현관문을 나설 때부터 그림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때까지 그 모든 여정이 이 하나의 그림작품 속에 녹아들어있기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일테지요.


이른 아침시간, 주왕산 주차장에서부터 심호흡을 하며, 맛있는 과자를 아까워서 단번에 먹지못하는 어린아이처럼 주왕산을 한참을 올려다보고 음미하며 천천히 산에 스며들었습니다.

평일 이른 아침의 주왕산은 생각보다 더 적막했습니다.

여러번 다녀 본 화첩기행 장소라서, 머릿속에 오늘은 어느 장소에서 터를 잡고 그림을 그릴까?

여러생각을 하다가, "그래 가다가 발길 머무는 곳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자" 편히 마음먹고 아주 천천히 주왕산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산새소리, 물새소리...... 가끔씩 지나가는 다람쥐.... 마음이 여유로우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 산에 몇번을 왔던가?

지금처럼 여름과 가을이 서로 교차하는 계절도 좋고, 더 기다렸다가 단풍이 드는 늦가을철에는 더욱 좋고, 눈내리는 겨울은 그나름대로 운치있고, 연두색으로 치장하는 봄은 봄대로 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주왕산에서 좋지 않는 계절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주왕산 용추폭포 앞에서 걸음을 우선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옛날에는 주왕산 1폭포라고 했지, 여기서 머물며 그릴까?

얼마전에 작품으로 담은 곳, 그러면 조금 더 올라가 폭포를 내려다 본다.

불과 몇분 전에 지나온 협곡이 웅장하게 내려다 보인다.

그래 여기서, 햇살이 돋아 덥기 전에 그려보자 마음 정했다.

등산로 계단에 앉아서 습관대로 풍경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화첩을 펼치고 먹물에 붓을 담그고 빠르게 그려나간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간은 길어도 상대적으로 붓의 속도는 빠르다.

그래서 화첩기행 중의 작품을 다시보면 완성도는 조금 미흡해도 붓의 속도감이 있어 막힘이 없어 좋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잠시 멈춰서 "그림 좋습니다." 응원을 한다.

전에는 주위에서 그림작업을 지켜보고 있으면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별생각없이 무감각하다.

그만큼 익숙하고 내가 닳았다는 뜻일테지.

건성으로 대답하며, 눈과 마음은 풍경에 있고 손과 붓은 화폭에 있다.

다시 붓을 멈추고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한다.

그릴 풍경과 그리고 있는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기만 한다.

가는 길이 맞는지, 길은 잃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때로는 그냥 멍때린다.

그리는 시간도 바라보기만 하는 시간도 다 좋다.

그 시간들이 녹아서 내 그림 속에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림의 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시작할 무렵에는 등산로 나무계단이 아침이슬로 축축했는데 그새 햇살이 돋아 따갑다.

이제 이곳에서는 마무리할 시간이다.

뭔가 많이 부족하고 아쉽지만, 부족한 것은 부족한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대로 그림 속에 남아있기에 시간 넉넉할 때 마무리하면 된다.

그런데 그 장소를 떠나고 다시 펼치기까지는 시간적 거리가 무척 멀다.

많이 부족한 그림이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시간이, 노력이, 열정이 녹아있다. 

다시 펼쳐보면, 그림 속에 주왕산 협곡과 그날의 하루가 담겨 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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