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오는 가을 초입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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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는 가을 초입 어느날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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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간다 2 - 박영오 작 (2013년) 




결국 비가 오네요.
창 밖을 내다봅니다.
어두컴컴한 날씨에 마음마저 스산합니다.
창 밖을 내다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아 밖에 나가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산야(山野)를 멀거니 바라봅니다.
비가 조금씩 가을을 준비하는 참나무 숲에도 내리고, 꽃잎이 갓피어나기 시작한 가을 들꽃에도 내리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립니다.
비가 온다고, 거기도 비가 오는지 물어보려고, 핑게삼아 오랜 친구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했더니 자리에 없는 듯 벨만 오랫동안 울립니다.
아마 그 친구도 나처럼 비 내리는 산자락을, 고향 쪽 하늘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가 봅니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뚜렷이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받을 사람이 누군지 모르면서 막연하게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씁니다.
비가 온다고, 비가 오니 더욱 그립다고. 그렇게 편지를 씁니다.
보고 싶다, 그립다, 그런 말 어찌 다하고 살겠습니까.
마음속에 넣어두었다가 이렇게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쓸 때나 슬며시 드러내지요.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산다면 마음속에는 무엇을 넣고 살겠습니까.
마음속으로 편지를 다 쓰고 난 뒤에도 여전히 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넣어둔 말들을 마저 보냅니다.
비가 내리니 더욱 그립다고.....
보내지 못하는 마음의 편지를 씁니다.
비오는 가을날 아침에.......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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