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가을날 먼발치에서 주왕산 운무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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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 화첩기행

비오는 가을날 먼발치에서 주왕산 운무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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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발치에서 주왕산 운무를 바라보다 - 박영오 작 (2017년 10월 중순)





10월 중순, 주왕산으로 화첩기행 가는 길에 한줄기 가을비가 세차게 내린다.
다행히 아직 주왕산 초입이라 상가 어느 식당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다.
어두커니 아무런 생각 없이 비를 바라본다.
가을비를 맞으며 서둘러 산에 오를 특별한 이유가 나에게는 없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면 그냥 처마 밑에서 온종일 가을비를 바라보리라.
하루해를 이렇게 보낸들 뭐가 그렇게 달라질 것도 크게 손해볼 것도 없다.
긴 문장에 쉼표 하나 더 찍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을.

가을은 이미 깊어가고 있는데, 여름의 마지막 끝자락이 손톱만큼 남아있는지 여름 냄새가 조금 난다.
비가 서서히 그쳐간다.
처마 밑에서 낙숫물을 바라보며 생각이 깊어지고 있었는데....... 그쳐가는 비와 함께 사색도 그쳐간다.
조금씩 그쳐가고 있는 비가 오히려 아쉽다.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란......

마음씨 좋은 식당주인이 비를 피하고 있는, 처마 밑 나그네에게 따뜻한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건넨다.
그 마음이 고맙다.

비가 그쳤다.
멀리 주왕산에 한 여름 소나기 지나간 것처럼 그렇게 운무가 피어오른다.
먼발치에서 운무가 피어오르는 주왕산을 바라본다.
마치 동양화에서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운무가 피어오른다.
그래, 오늘은 굳이 산에 오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운무 피어오르는 주왕산 하나만 해도 화첩에 제대로 담기가 버겁다.
이 장면을 사진으로 순간 포착하듯 산안개가 사라지기 전에 급히 마음속에 먼저 담아둔다.
그래, 오늘은 이곳에서 터를 잡고 그림을 그리자.

산안개가 사라지기 전에, 멀리 운무에 쌓인 주왕산 깃대봉이 바라보이는 장소를 찾는다.
서둘러 화첩을 펼치고 붓을 잡는다.
10월 중순 어느 날, 가을비가 그치고 난 뒤에 산안개가 피어오르는 주왕산을 빠른 붓놀림으로 수묵담채화로 담았다.
작품의 수준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림 속에 오늘의 추억을, 비오는 날 주왕산에 머물렀던 오늘의 생각을 담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다시 화첩을 펼쳐 보면, 가을비 오는 날 주왕산 초입에서 우두커니 비를 피하며 생각에 잠겼던 오늘이 생각날까?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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