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어머님의 정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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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머님의 정성이었습니다.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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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학소대 시루봉 만추- 박영오 작 (2014년 가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내일이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일 입니다.
수능일에는 날씨가 춥다더니.......

우리 세대가 대학 들어갈 때는 먼저 예비고사를 쳐서 합격해야 본고사를 칠 수 있었습니다.
본고사가 임박해서 어머니가 며칠 동안 절에 가서 기도를 하고 오셨습니다.
대학입학시험을 치러가는 날, 어머니가 실을 꿴 바늘을 교복 목덜미 부근에 다치지 않도록 끼워주셨습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절에서 어두운 밤에 등불 없이 바늘에 실을 꿰었다고 합니다.
환한 대낮에도 돋보기 없으면 실을 꿸 수 없는 분이, 손을 멀리잡고 바늘을 보시는 분이 어떻게 어두운 밤에 바늘에 실을 꿰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수없이 반복하고 실패하며 더듬거리며 꿰고 또 꿰었겠지요.
혹시 못 꿰면 어떻게 하나 마음 졸이며 오직 아들 합격만을 기원하셨을 테지요.
어머니는 스님이 그 어떤 정성과 부적보다도 이것이 최고라고 하더라며, 꼭 대학에 합격할거라며 그 바늘을 교복 목덜미 부근에 정성스럽게 끼워주셨습니다.

나는 그때만 해도 예비고사에 좋은 성적을 얻어 자신감이 넘쳐서 "난 이런 부적의 힘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야, 내 힘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 그런 오만한 마음이 슬며시 들었습니다.
이런 것은 미신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철없고 무모했던 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머니 기도와 정성이 가득 담긴 그 바늘을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몰래 버렸습니다.
그 해에 보기 좋게 대학에 떨어지고, 그 다음 해 재수를 하고도 또 떨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미신도 부적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이며 정성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정성을 져버렸으니 당연히 떨어졌겠지요.
내 아이가 대학시험 칠 때도 난 그런 정성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대학입학시험 치는 날이 되면, 어두운 밤 추운 법당에 앉아 더듬거리며 바늘에 실을 꿰었을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이글을 쓰며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고맙다고, 지금의 나의 모든 것이 다 어머님 덕분이라고 감사드리고 싶어도 이제는 어머니가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그런 정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어머님, 고맙습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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