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송리 고산정 - 박영오 작 (2016)




가을을 부르는 비가 옵니다.
아침나절부터 시작한 비가 여름 장마철처럼 하루 종일을 그쳤다가 다시 오고를 반복합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비 소리가 오랜 더위와 가뭄 끝이라서 그런지 정겹게 들립니다.

이미 연꽃은 졌지만 연잎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 연(蓮)이 자라는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내리는 비의 강약에 따라 그 소리 역시 리듬을 타고 음악으로 변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비 소리에 취해봅니다.
어릴 때 연잎이나 토란잎을 꺾어 우산처럼 쓰고 빗속을 뛰어다녔지요.
함께 뛰어다니며 빗물에 젖은 모습을 마주보며 웃던 그 친구들이 이미 환갑이 지난 나이인데, 다들 어디에 있는지.......
아내가 감기 걸린다며 우산을 씌워줍니다.
잠시 동심에서 현실로 돌아옵니다.

연잎의 빗물이 진주알처럼 알알이 구릅니다.
그 모습은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신기합니다.
연잎이 빗물을 잠시 모아두었다가 자신의 무게에 과분하다 싶으면 이내 비워버립니다.
연잎 스스로 모음과 비움을 반복합니다.
비우지 않으면 꺾이겠지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에게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을 전하는 듯합니다.
비오는 연못가에서 연(蓮)에 취하고 비 내리는 소리에 취하고 동심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가을을 시작하는 9월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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