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적벽강 (크기 100호)- 박영오 작 (2018년)




10월 초 중순, 이맘때가 되면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계절병 때문인지 외롭고 허전한데 오늘은 하루 종일 비까지 내려 우울하다 못해 슬퍼집니다.
계절병에 무슨 치료약이 있겠습니까.
계절병이라면 계절이 가면 병도 따라가겠지만 그래도 들꽃을 보면 허전함과 외로움이 줄어들까 싶어 들꽃을 찾아 길을 나섰더니, 빗속에 쑥부쟁이가 연보라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쁜 사람들에게 이미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려는 듯이, 외로워서 길 떠난 사람을 위로하려는 듯이 쑥부쟁이가 길 따라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있습니다.
어릴 땐, 쑥부쟁이, 개미취, 구절초, 감국이 같은 시기에 피기에 모습 또한 서로 비슷해 애써 구별하지 않고 모두를 들국화로 통칭해서 불러서 그런지 지금도 쑥부쟁이 보다는 들국화라 이름 하는 것이 더 정겹고 익숙합니다.

들국화가 피기 시작하면, 언제부터 저 아이들이 저곳에서 자라고 있었을까 의아해집니다.
봄부터 여름 내내 자신을 여느 잡초 속에 숨기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리지어 꽃을 피워놓곤 “나 여기 있었지”하며 숨바꼭질 할 때 놀리듯이 나타납니다.

들국화를 볼 때마다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아파트 울타리 밑에나 공터에 한번 심어봐야지 하면서도 꽃이 지면 이내 잊어버리고 또 한 해가 지나 다시 이 계절이 돌아와, 올해는 꼭 씨앗을 받아야지 하는 생각을 되풀이 합니다.
우리는 늘 자람의 과정은 보지 않고 결과만 바라봅니다.
들국화가 숨바꼭질 하듯이 숨어있는 것은 결코 아닌데, 척박한 땅에서 다른 무리 속에서 모질게 살아와 꽃을 피웠을 텐데, 그 과정의 어려움은 전혀 알지 못하고 꽃만 아름답다 합니다.

가을비에 쑥부쟁이 꽃이 젖어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가을 들꽃도 지고, 잠시 쑥부쟁이를 생각하는 마음도 떠나는 계절 따라 함께 가겠지요.
올해는 꼭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내년 봄에 한번 씨 뿌려서 길러보고 싶습니다.
가을에 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람의 과정을 함께 바라보고 싶습니다.
들국화가 곱게 피는 계절입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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