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풍호정  (박영오 작 2019 여름)




어릴 적 신작로를 마주보며 마음을 나누며 살던 고향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의 부인이 힘들게 투병을 하다가 올해 봄에 벚꽃잎처럼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산에 살며 공직에서 정년퇴직한 친구는 허전한 빈자리로 가뜩이나 외로운데 아내마저 떠나 많이 슬퍼하고 힘들어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점점 더 부인의 빈자리가 커져가는 가 봅니다.
가끔씩 카톡으로 전해지는 친구의 몇 줄의 글 속에서 친구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친구는 말 합니다
아내와 살았던 34년 25일이 이제와 돌아보니 긴 꿈을 꾼 것 같다고, 외로움은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글을 카톡으로 말합니다.
친구가 자신의 부인을 얼마나 절실히 사랑했는지, 친구의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친구의 진심이 짧은 글귀 속에 가득 담겨있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전화해서는 부인에게 잘하라고 간곡히 말합니다.
서로 긴 대화는 아니지만, 정제된 단어 몇 마디로 나는 친구를 위로했습니다.
서로 긴 말은 없었지만 이어지는 침묵과 무슨 말로 친구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줄까 더듬거리며 이어가는 대화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전해져옵니다.
힘들어 하고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보이듯이 내 서툰 위로의 말이 마음으로 전해졌겠지요.
친구의 마음을 다독이며 나를 돌아봤습니다.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을 말입니다.
친구의 말을 귀담아 듣고 반성하며 이제부터라도 아내에게 잘해야지 마음먹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아내가 별것도 아닌 일을 잔소리합니다.
대수롭지 않는 일을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순간 후회가 깊이 밀려옵니다.
서로 감사함에 익숙해져 그 감사함을 당연하게 여기는가봐 봅니다.
돌아보면 서로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저녁 늦은 시간, 잠자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들릴 듯 말 듯 혼자 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글 그림 박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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