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남도엔 꽃소식들도 들려오고 겨울도 막바지를 향해 간다.

이 겨울이 가기전 속리산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6시 50분 첫차를 타고 청주로 간다.

물론 동서울터미널에서 속리산까지 가는 7시 30분 첫차를 타도 되는데

어차피 청주 거쳐 가는거라 무얼 타도 상관은 없겠다.

청주에서 10시 넘어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속리산에 간다.원래는 9시 45분차가 조금 늦어진듯 했다.

 

 

 

 

속리산 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12시가 다 되었다.

차가 막힌데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도로사정도 좋질 못했다.

1cm 이하로 살짝 뿌린다 했던거 같은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렸나보다.

청주로 나가는 버스는 밤 7시 이후까지 있어 교통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겨울 속리산은 도대체 몇년만에 찾는것인지 감회가 새롭다.

버스터미널은 상가가 시작되는 맨 처음에 있는지라

긴 상가길 따라 매표소까진 한참을 올라야 한다.

 

 

 

 

 

예전엔 3천원였던걸로 기억하는데

4천원으로 입장료는 올라 있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그럴수도 있지만 좀 과하다 싶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을것 같다.

특히 산행만을 하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러하겠다.

그러다보니 아는 사람들은 이곳 법주사 입구가 아닌 화북탐방센터나 다른 경로로 오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입구에 10여명의 단체도 보이고 해서 많이들 올랐나 했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 통제가 되었다가 풀린지 이제 막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한다.

그리고 저분들은 좀 오르다 다시 내려오셨던지 산중에선 볼수 없었다.

 

 

 

 

예보완 다르게 제법 눈이 많이 내렸다.

국공 직원분들이 쓸어놓은건지

아님 법주사측에서 정리를 한것인지 어쨌든 입장료 낸만큼 길은 편해져 있었다.

 

 

 

 

 

일주문 앞에 다다르니 한자로 뭐라 쓰여 있다.

한문을 만나면 가슴부터 덜컹해진다.

천천히 훓어보면 굳이 어려운 자는 아닐진데도 괜히 긴장하는게 문제.

떠듬떠듬 읽어본다.

호서제일가람이라~

법주사가 호서(충남과 충북을 통틀어) 제일가는 사찰이란 뜻이다.

 

 

 

 

호서제일가람이라 하였으니 잠시 법주사에도 들러본다.

법주사에 들어서면 깨달음의 미학을 표현했다는 25m의 금동미륵대불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순금이 총 80kg 들어갔다는 불상은 영상 80도에서 영하 30도까지도

견딜수 있도록 특수도금처리가 되었다 한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탱화 등으로 표현한 국보 제 55호인 보은 법주사 팔상전이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목조탑으로 내부 벽면에 부처님 일대기를

8장면으로 구분해 그린 팔상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벗겨진 단청 때문인지 더 정감이 가는데다

탑이라기보단 건물처럼 보이는 점도 이색적이다.

1968년 해체 수리과정에서 사리함이 발견되면서 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눈 내린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

사적 제 503호인 법주사는 553년(진흥왕 14년) 의신조사가 창건했고

법주사라는 절 이름은 의신이 서역으로부터 불경을 나귀에 싣고 들어와

이곳에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법주사에는 팔상전 등 국보 3점과 대웅보전 등 보물 12점,

지방유형문화재 19점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산 역사의 장이라 할수 있겠다.

 

 

 

 

 

법주사를 나와 임도따라 걷는다.

계획은 세심정에서 먼저 천왕봉 올랐다가 문장대로 가는거.

혹 천왕봉 가는 길에 길이 안 뚫렸다면 먼저 문장대 갔다가 천왕봉으로 가는거.

문장대에선 천왕봉쪽으로 거닌 사람들이 있을거라 기대를 해보면서~

 

 

 

 

고요하던 길에 거의 눈사태 같은 눈덩이들이 굴러 떨어진다.

잠시 멈춰 그치길 기다려본다.

가벼운 눈가루들이 뺨에 스칠때의 그 시원한 쾌감도 좋다.

 

 

 

 

 

운좋게 막 눈이 내리다 그쳤고

겨울 산수화 같은 길을 독무대가 되어 걸어본다.

기분좋은 길이다.

 

 

 

 

 

세심정 앞 갈림길이다.

우측은 천왕봉 오르는 길,

좌측은 문장대로 가는 길.

아무래도 천왕봉보단 문장대로 많이들 오르는지라

천왕봉 방향으론 러셀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러셀하며 천왕봉 오르기엔 체력소모가 너무 클것 같고 시간도 만만치 않을듯 싶어

그냥 편하게 문장대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까지 눈을 쓸어놓아

지금까진 힘들이지 않고 걸을수 있었다.

모든게 포근한 한장한장의 겨울풍경도 황홀한 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길에 접어들자 눈이 제법이나 깊다.

앞쪽으로 지난 사람도 몇 되지 않는것 같다.

세심정과 지나온 휴게소들도 문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할딱고개 휴게소에 올라서자

오늘 몇 있던 휴게소중에 유일하게 문을 열었고

주인 내외는 주변 눈치우기에 한창이었다.

 

 

 

 

 

두분이 러셀을 하고 올라왔고

지금 현재 문장대로 올라가신 분은 네명쯤 된다 하신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장.

이제야 사람 손길이 느껴지는것 같아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하산때 알았는데 아까 아래의 산장도 이 내외가 같이 운영하는거라 했다.

여튼 친절하게 챙겨주시는 마음에 다음엔 꼭 한번 들러 막걸리 한잔해야겠다 생각한다.

 

 

 

 

눈길은 더욱 깊어졌고 몇사람이 만들어놓은 발자국에 의지해 올라보는데

경사가 있는곳에선 아이젠도 무색하게 자꾸만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오늘 다 내린 눈은 아닌듯하고 쌓이고 쌓인곳에 그 깊이를 더해줬을 것이다.

 

무등산이나 북한산처럼 도심에 있는 산이라면

눈이 좀 내렸더라도 금새 길이 뚫렸을테고

주중 주말 휴일할것 없이 많은 사람이 찾았을텐데

이 속리산이야 어디 그리 갑자기 나설만큼 가깝고 만만한 곳이었던가.

 

 

 

 

 

굳이 이렇게 설경을 보고자 나섰던건 아니었다.

오랜만에 천왕봉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능선을 걸으며

주변 멀리 그려지는 산너울에 취해보고 싶었음이다.

 

 

 

 

 

그런데 갑가지 내린 눈이 이렇게나 달달한 솜사탕이 되어 돌아왔다.

아닌척 했지만 그래도 역시 겨울엔 설경이 최고지~

처음 내려올때만해도 그저 시원한 조망과 산너울이면 충분하다 했으면서

이리 사람맴이 간사하다니깐~^^

 

 

 

 

 

이렇게 깨끗한 설화와

그 설화를 뿌려주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듯 맑게 개였고

절로 쉼호흡하고픈 청정한 공기까지 만났는데

사람 맘 좀 변하면 어떻고 쪼매 간사해지면 어떻단가요.

그 대상이 이런 황홀한 자연인데 말이요.

 

 

 

 

 

명절이란 평소 자주 보지 못하는

가까운 친지들을 만날수 있는 우리의 좋은 전통이고 문화다.

그날이 되어야 볼수있는 가족들이 있어 들뜨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명절도 이젠 많이 변해가고 누군가들에겐 스트레스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말이다.

묘한 신경전을 달고 살 동서지간에도,오랜만에 만나는 어색한 형제지간에도,

가까우면서도 어려운 고부지간에도,시누올케와 부자지간에도..

늘 비교 대상인 이웃집 누군가와도~

 

행여 이번 명절에도 알게 모르게 마음에 울화가 생겼다면

가까운 주변 산에 슬슬 올라보자구요.

미운 사람도 잠시 내려놔 보자구요~

이런 평온한 설산 느긋하게 걷다보면 스트레스 그런거 어디에 있었대요~

 

 

 

 

오늘 문장대로 오르셨다는 총 네분이 모두 하산하고 계셨다.

아까 그분의 말씀이 맞는거라면 정상엔 아무도 없어야 한다.

물론 화북탐방센터에서 오른 분들이 계시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저분들의 왕복 덕분으로 길이 제법 길다워졌다.

 

 

 

 

 

 

바위와 솜사탕 같은 눈꽃들..모든게 꽃이고 그림이다.

문장대가 가까워지고 하늘빛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맑은듯 하다가 금새 흐려지기를 반복.

이런날 정상에 서면 바람이 얼마나 심할지 예측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늘이 열리고 주변 설경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올 겨울엔 굳이 국립공원 명산들엔 발걸음하지 않겠다 했었다.

확실한 보험처럼~갈때마다 좋은 설경을 만나는 국립공원이지만

너무 협소한 산행이 될까 그게 두려워서기도 하다.

그러나 속리산은 자주 찾지 못했었고

특히 겨울엔 9년전 이후 처음인데다 이런 설경까지 만났으니 그 벅참도 크게 다가왔다.

 

 

 

 

 

올라온 길 너머로 조금씩 눈보라 움직임들이 보인다.

바람도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문장대 아래 문장대 거점근무소에 올라선다.

예전엔 문장대휴게소가 있던 자리,

생태복원을 위해 철거되었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중인 곳이기도 하다.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들도 눈 내린 날엔

그저 동화속의 한 장면이 되어버린다.

 

 

 

 

 

눈이 정말 많이 내렸던 어렸을때 어느날들처럼~

나무도,길도,건물도 모두다 하나 된 마음처럼

온통 다 소담스레 쌓였다.

이 순백을 더 돋보여주려는 듯 악역 역할을 해주는 먹구름마저

이렇게 세련될수가 없다.

 

 

 

 

 

아~

누구도 밟지 않은 그야말로 백지같은 세상이다.

무어라 써볼까.

감히 더럽힐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겠다.

 

 

 

 

 

천왕봉은 고사하고 화북탐방센터에서 올라오는 길 어느곳도

발자국 하나 나지 않았다.

하기야 길이 가장 잘 뚫린 문장대마저도 몇명 오른게 전부인데

화북이나 천왕봉이야 오죽하겠는가.

 

우측 방향은 올라온 법주사 방향,

직진하면 천왕봉,좌측은 화북탐방센터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뒤에 오를 누군가중엔 혹 천왕봉으로 갈 사람이 있을지도 기대를 해본다.

 

 

 

 

몇사람이 오가며 만들어놓은 길마저

그저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신이 났다.

아침엔 일어나기 싫어 산악회 예약은 펑크내기 일쑤고

약속을 해놓고 나면 왜 그렇게 나서기가 싫던지~

그 강박관념 때문에 나는 산행약속도 산악회 예약도 잘 하질 못한다.나의 큰 약점이다.

그러다 아무 의무없이 무작정 나섰을때,

그것도 이런 설산을 기대없이 만났을때의 기쁨과 환희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림자도 신이 나셨네~

요즘 예능 대세인 서장훈보다 팔도 더 길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 한동안 날뛰어 다녔다.

예전 휴게소 자리를 뒤로하고 이제 문장대로 간다.

모든게 그림엽서 같다.

 

 

 

 

 

천왕봉 가는 방향이다.

마치 흑백사진인양

고즈넉한 옛정취마저 솔솔 풍겨나고 있다.

 

 

 

 

 

시간이 없어 정리하진 못했지만

지난주엔(2월 10일) 영월과 평창에 걸쳐있는 사자산~구봉대산에 다녀왔다.

산행기는 다음에 여유가 있을때 정리해보려 한다.

 

 

 

 

 

2월 10일 연화봉과 사자산 정상 사진이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법흥사에서 까칠한 연화봉과 사자산을 넘어

구봉대산으로 가는 코스로, 사자산에서 구봉대산 가는 길은

특히나 눈 많은 겨울철엔 등로를 알수없어 그리 녹녹하진 않은 길이다.

(사자산 정상은 사재산 1봉이라 표기되어 있고 사자산 정상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많기도 한 곳이다.)

 

 

 

 

 

어쨌든 연화봉 지나면서 본, 우측으로 돌아 가야할 사자산과 좌측 구봉대산 능선이다.

노련한 대장님이 아니었다면 진행하지 못했을 길,

다행히 길 좋은 구봉대산에 들어서야 신발끈을 풀어헤칠수 있었다.

2개월전 새로 구입한 등산화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

발목 안쪽 복숭아뼈에 걸을때마다 생채기와 통증을 유발시키고 있었고

그 순간 나는 테니스선수 정현을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전, 거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테니스계에 정현이란 선수의 4강 진출은

이슈를 넘은 나라 전체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이룰수 없을것 같던 16강,8강에서의 그의 자신감과 패기에 많은 박수를 보냈고

4강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4강전에 들어서니 물론 상대가 워낙 막강한 선수이기도 했겠지만

그 패기와 특유의 넉살스런 미소는 사라지고 온 몸이 경직되어 있는것처럼 보였다.

 

더이상 경기를 보지 못하다 얼핏 뉴스에서

중도포기란 소식을 들어야 했다.

행여 그 상대선수에 안될것 같으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건 아닐까 하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좀 삐딱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나중에 그 발사진을 보고서야 나의 협소함과 미성숙이 부끄러워졌다.

 

 

 

 

그 선수의 반의 반도 아닌 상처로도

걷기 그리 불편했으면서 말이다.

어기적거리며 구봉대산을 내려서며 나는 정현 선수와 역지사지(易之)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기기기익(己飢己溺)을 잊고 사는건 아닌지 속리산길을 걸으며 구봉대산과 정현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쩌다 또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길을 따라 문장대로 오른다.

 

 

 

 

언제봐도 멋진 문장대.

저 요동치는 하늘은 또 얼마나 근사하게 느껴지던지.

아까 그 네분이 내려가신뒤 정말 산중엔 구름과 바위와 바람만이 설산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부터 문장대는 모두 내가 접수하겠어요~~

 

 

 

 

 

문장대(1054m)는 원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속에 감춰져 있다해

운장대라 하였다가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할적에 꿈속에서 어느 귀인이 나타나

근처 영봉에 올라 기도를 하면 좋은일이 생길것이라는 말을 듣고 정상에 올라보니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권이 있어 그 자리에서 세조가 진종일 책을 읽었다하여

문장대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구름 두둥실 운장대도 좋고, 글에 취한 문장대도 좋소이다.

나도 오늘 저 구름과 눈속에 파묻혀 책 한권 펼쳐볼꺼나.

 

 

 

 

 

하늘로 솟은 큰 암봉.

그 암봉으로 오르는 현대인의 필수코스 철계단을 오른다.

바람이 심히 거세진다.

저 위에 올라서면 어느정도일지 미리부터 겁이 날 정도다.

 

 

 

 

 

바람 까짓거~

저 옆을 보라구.

저런 풍경을 곁에 뒀는데 그 바람 따위에 항복하진 않을거라구요.

둔덕산을 지나 조항산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들이다.

 

 

 

 

 

건너편 청화산(가운데서 왼쪽으로)과 그 오른쪽은 우복동천길의 하나인 시루봉일테고~

백두대간 늘재에서 밧줄과 기암을 타고 문장대로 오르는 바위능선도 새롭다.

제법이나 힘을 들여야 하는 구간이지만 또한 스릴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

우측으로 보이는 칠형제봉 하나하나 꼽아보는 재미도 좋다.

 

 

 

 

 

가만보자.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칠형제라 해야할까.

한놈 두식이 석삼~

좌측 칠형제봉 뒤로는 도장산이겠다.

 

 

 

 

 

올라서 뒤돌아보니, 아래에 문장대 정상석이 있고

왼쪽부터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천왕봉 우측 뒤로는 구병산 마루금이 펼쳐질텐데 아직 보이질 않는다.

이런 설경이라면 굳이 저 주능선을 밟지 않아도 마음이 풍요로울것만 같다.

 

 

 

 

 

아~ 그런데 정상에 발을 딛는 순간

제대로 서있을수가 없다.

바람이 심하다는 말 한마디로는 표현되지 못할~

정말 휘청~날아갈것 같은 강풍이 몰아닥친다.

숨어 있다가 잠깐 일어나 한컷 담고 다시 주저앉아 숨기를 반복..

 

 

 

 

바로 앞 관음봉과 관음봉 왼쪽 뒤로

암봉 산행지로 좋은 상학봉 묘봉으로 서북능선도 이어지고..

오른쪽은 상학봉 묘봉 들머리이기도 한 운흥리 두부마을 일대다.

 

 

 

 

 

관음봉 너머로 눈보라가 몰려온다.

바람이 어찌나 쎈지 난간을 잡지 않으면 사진을 담을수도 없다.

이 한컷한컷이 정말 소중하게 남은 날이었다.

 

 

 

 

 

여기저기 가운데 법주사로 모여드는 산자락들.

천년고찰 법주사의 명당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흘러드는 산세들 또한 가히 일품이로다.

 

 

 

 

 

관음봉과 병풍바위가 병풍처럼 줄지어 섰고

아름답다라는 말밖엔 이 광경을 감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병풍을 두른 한폭의 산수화란 말밖엔~

 

 

 

 

 

우측 뒤로는 도명산 낙영산 그리고 가령산 줄기다.

시계 좋은 날 이곳에 서면 일대의 명산들이 막힘이 없는 곳이다.

마치 강이라도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저 운흥리는

그야말로 기운 좋은 산들 사이의 마을로

질병도 가난도 전쟁도 없을 그런 전설속의 우복동 마을 그 자체다.

 

 

 

 

건너편으론 백악산이 완만하게 늘어져 있다.

나즈막한 산이라 별 기대도 없던 곳이었는데

조망 좋고 기암 좋고 꼭 한번 가보아야 할곳이었다.

속리산을 제대로 조망할수 있는 곳~백악산이다.

 

 

 

 

 

속리산은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저 뒤로는 또한 바위 좋고 소나무 좋은 1000m가 넘는 고산들과

충북과 경북의 많은 대간길이 지난다.

 

다른 계절엔 희끗희끗한 바위 형태들이 그 산임을 말해주던 곳.

가운데 뒤로 눈이 많이 쌓인 대야산과 더 우측 뒤로 있을 희양산 조령산 주흘산까지

그리고 월악산까지 모두 시원하게 볼수 있는 곳.

찬 안개구름이 휘몰아가고 오늘이야 볼수 없겠지만 이곳에 서는 날은 늘 뿌듯함이 있었다.

 

 

 

 

너무 황홀함에 숨었다 일어나 담아보기를 수차례.

저 관음봉으로 넘어가는 길은 비탐길이다.

속리산 역시 비탐길로 오르는 루트들이 여럿 있지만

겨울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규탐방로를 이용해야겠다.

정규탐방로마저 러셀 안되어 있기 일쑤니 말이다.

 

 

 

 

 

이제 정상으로 오른 한분이 계시고 그 뒤에 몇분이 더 오르셨다.

문장대는 조망도 좋지만 바위 자체로 멋스러움이 있다.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문장대.

여기저기 움푹 패인 구덩이들마저 세월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곳.

 

 

 

 

 

이런 멋진 속리산이니

눈을 뜰수 없게 만드는 바람이 대수겠는가.

 

 

 

 

 

 

아주 미묘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저 천연의 색들 좀 보라.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지.

혼을 빼놓는 풍경에 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선대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이다.

이제 우측 뒤로 구병산 자락도 들어온다.

 

 

 

 

문장대가 인기가 높고 많이들 오르는 곳이라

문장대가 정상이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속리산 최고봉은

저기 왼쪽에 보이는 천왕봉이다.

어디가 정상이든 속리산 그 이름처럼

이런 풍경 앞에서라면 속세..그런거 떠나고 싶지 않겠는가.

 

 

 

 

 

그 바람을 견디면서~ 즐기면서~ 정상에 오래도 있었다.

이제 슬슬 내려가봐야겠다.

장갑을 세켤레나 꼈는데도 손은 시렵다 못해 무감각해지고

얼굴은 터질것 같은 통증이 밀려온다.

그래도 기분은 날아갈것처럼 상쾌하다.

 

 

 

 

 

문장대로 올라오신 분들,

정상의 바람맛을 보고는 바로 후다닥 내려가셨다.

저분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넋놓고 있다간 정말 동상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이젠 정말  내려가자구요.

 

 

 

 

 

조항산도 청화산도~

저 구름떼에 가려져 버린 대야산도 희양산도 주흘산도 월악산도 모두 잘 있어요.

다음에 찾을날엔 그 반짝이다 못해 눈이 부신 암봉들 꼭 보여주시구요~

 

 

 

 

 

바람에 얼굴은 얼얼하고

통증을 넘어선 무감각마저도

이 기분좋은 유쾌 상쾌 통쾌를 이겨먹진 못하나보다.

 

 

 

 



죽어서야 다시 사는 법을
여기 와서 배웁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갖고 있다고


모든 이와 헤어졌지만
모든 이를 다 새롭게 만난다고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 산길에서
산새가 되어 불러보는
당신의 이름.


눈 속에 노을 속에 사라지면서
다시 시작되는 나의 사랑이여.

 


~이해인님의 겨울산에서~

 

 

 

 

겨울산은 그런가보다.

모든걸 잃었다 체념하는 순간 새로움이 덧입혀지기도 하고

잊혀진 그 사랑도 다시금 이름 불러보게 되는.

 

 

 

 

 

내려선 문장대 기암은 앙증맞게도 생겼다.

그 거친 바람은 어디로 숨기고서 마치 순둥이인양 저리도 얌전할수가 없다.

 

혹시 천왕봉이나 화북으로 길이 뚫렸을까 잠시 넘어가 봤는데

역시나 아무도 가지 않았다.

시간도 늦어 그 길을 뚫고 천왕봉 가는것은 무리겠다.

 

 

 

 

청주에서 버스 타고 오셨다는 분들.

이것저것 먹을것도 권해주시고 믹스커피 한잔을 타주신다.

역시 커피는 남이 타줘야 제맛이고

겨울산에서 얻어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만큼 맛있는것도 없다.

반가웠고 감사했답니다.

 

 

 

 

다시 법주사로 내려서는 길.

그 사이 눈꽃들은 많이 떨어져 나갔다.

아무리 눈이 내려도 날이 춥지 않으면 눈꽃이나 상고대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자고로 겨울 도심은 따뜻한게 좋고, 산은 좀 차가운게 좋았다.

더 따뜻해야 할 도심은 왜 그리도 더 춥게만 느껴지던지~

 

 

 

 

 

 

2월도 중순을 넘어서면서 남도엔 여기저기 꽃소식들이 들려온다.

가는 겨울이 아쉽지 않게 마저 더 눈길을 걸어보고 싶고

그런뒤에 다가오는 봄마중에도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우리들 눈엔 보이지 않지만 저 눈밭 어딘가 새 생명은 움트고 있을 것이다.

모든걸 체념하는 순간 새로움이 시작되는 겨울산~속리산의 겨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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