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빈, 길을 나서다 ~

아버지란 어떤 존재.

작성일 작성자 효빈

우리에게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우리 아버지는 인정 많고, 사람 좋아하고, 돈 쓰기 좋아하는 성격 호탕한 사람이었다.

최소한 남들에겐 그랬다.

내 어릴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불통, 독재자,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

아집 강하고 혼자만 잘난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일기장을 채우곤 했었다.

 

어느 설문조사에선가 학생들에게 가장 불통인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가장 상위가 친구도 선생님도 아닌 가족이라 했다.

생판 모르는 남이라면 이유없이 싫을 이유도 없을 것이고

불통이라 할만큼 가까이 지내지도 않았을테니 말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가장 힘든 사람이라는 아이러니함을 나 역시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어른이 되고 싶었다.

보란듯이 어른이 되면 아버지를 외면하겠다,

평생 아버지를 보러 오지 않겠다 다짐한 적도 있었다.

 

왜 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했을까.

우리를 굶기지도,경제적으로 그닥 힘들게 하지도,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를 떠올리면 미움이란 단어가 먼저 연상되는건

같이 있는 공기가 너무 괴로웠음이다.

아버지가 집에 들어올 시간이면 각자 뿔뿔이 사라졌던 기억~

숨이 막힐것 같은 그 기류는 아버지와 가까워질수 없었고 그렇게 그렇게 세월도 많이 흘러갔다.

 

이젠 거동도 불편해졌고 당뇨합병증으로 수시로 병원을 오가고 있지만

그 쉽지 않은 성격은 누그러지질 않아

여전히 모든건 당신 뜻대로 해야 했고 하나하나 시시콜콜 지시를 내려야 하니

가까이 사는 언니 오빠들에겐 스트레스고 힘든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 형제들이 금새 지칠까 걱정인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더 불편한 곳은 늘어날 것이고 수술하고 입퇴원하는 날도 더 잦아질 것이다.

아버지 기준엔 미흡하고 못미덥겠지만

이제는 좀 내려놓으시고 자식에게 맡겨 놓았으면 좋겠다.

이제 거꾸로 자식이 보호자가 아니던가.

 

아닌듯 했지만 아버지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고맙다는 표현이 부쩍 늘어났고

젊을땐 하지 않던 손잡고 안아주는 스킨십을 이제야 나이 든 자식들에게 하고 있었다.

적응 안되는 어색함이지만 미안함을 이렇게 표현하시는구나..외로우셨구나..

가끔 퀭한 눈으로 허공의 무언가를 응시하는 아버지를 발견하곤 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늙고 병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건 아닐지~

그런 생각을 하면 안쓰럽고 울컥해진다.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그렇게 아버지를 미워하며 자랐지만

정작 나는 아버지처럼 통 크고 화통한 사람도 되지 못했고

사람에 대한 인정도,베풂도 나누지 못하고 살았다.

 

수술실에 들어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간.

그 기다림의 몇시간은 어린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에서 오던 방황.

그리고 이제는 힘없고 나약한 쓸쓸한 아버지가 교차해 지나갔다.

이제는 수치스러울수도 있는 자신의 몸 구석구석 보여줘야 하는

안쓰럽고 불쌍한 아버지만이 남아 있었다.

 

그저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는데 홀로 외로웠을 아버지.

수술방을 나오시면 손 꼭 잡아드리리라.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노라고~그저 곁에 있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것을~

직접 내뱉지 못한 말 사.랑.합.니.다. 그 온기가 아버지 손에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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