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빈, 길을 나서다 ~

설악산 서북능선~대승폭포가 장관이어라.(바람꽃과 솔체꽃)

작성일 작성자 효빈

어느 곳을 다녀와도 무엇을 하여도

이야기 끝엔 늘 설악으로 연결되니 가고픈 맘을 누르지 못하겠다.

그래~가고플때 원없이 가보자.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6시30분 차를 타고 9시가 다 되어 한계령에 도착한다.

맑던 하늘은 한계령을 넘어오비라도 쏟아질듯 흐려진다.

어디 변화무쌍한 설악의 날씨 오늘서야 알았겠느냐만

그래도 부디 많은 비는 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때는 나에게도 한계령이란

산행이 아닌 그저 차를 타고 지나다 잠시 멈춰 둘러보는 곳이었다.

그런 한계령이 이젠 그냥 지나칠수 없는 크나큰 유혹이 된 것이다.

저 위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계절 똑같은 풍경을 보고 또 봐도

설악은 왜 이리 질리지도 물리지도 않던지

오늘도 마치 이 길에 처음 서는 사람처럼 벅찬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사실은 2주전에도 이 길을 오르고 있었다.

왕복 두번,무려 같은 길만을 네번을 오르내렸으니

몇년동안 수없이 오르고 거닐었설악이 나에게 좌절을 준 첫번째 날이었던 것이다.

 

그날도 한계령에 도착하니 맑던 하늘엔 비가 내리고

안개마저 어찌나 자욱한지 저 구불구불 오색으로 가는 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비바람에 날씨 궂고 험한 날 하루이틀 만나봤겠느냐만

그 조금의 보슬비와 안개에 오르고픈 의욕이 상실되었던건지

아님 헛생각으로 방심을 한 것인지 한계령삼거리를 앞에 두고 발을 삐끗.

무리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한계령으로 내려서니

웬걸 하늘이 걷히는듯~ 다시 오르고픈 마음이 꿈틀거린다.

 

 

 

 

미친 짓이지만 또 다시 올랐다.

힘겹게 한계령삼거리로 오르니 발은 퉁퉁 부어 오르고

결국 통증이 심해지고서야 완전 포기하고 내려올수 있었다.

때로는 포기도 용기란걸 잊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다시 한계령휴게소로 하산하니

같은 동서울행을 기다리시는 산우님께서 사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은

시원하고 고소함을 넘어 잠시나마 통증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가 되어 있었다.

님~반가웠고 감사했답니다.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정덕수.하덕규의 작사 작곡,양희은이 부른 한계령-

 

언제 들어도 가슴 먹먹함이 있는 한계령이다.

삶에 지칠때 이 노래는 떠나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금 힘을 내라~위로해 주는것만 같다.

 

 

 

 

7월,십여일만에 이 길을 세번째 오르는 꼴이 되었다.

행여 그날의 기억으로 오름길이 너무 힘겹게 느껴질까

징크스라도 생겨 다시는 한계령길을 오르지 못할까, 나서는 길이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세상에 태어나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올라보자.

 

 

 

 

아주 작은 꽃,접사렌즈가 아닌 내 카메라론 이게 최선이다.

줄기에 미세한 털이 있으면 쥐털이슬에서 분류한 개털이슬로 본다지만

굳이 보이지도 않는 털까지 구별해야 하는지 어쨌든

내 눈으로도 카메라에도 보이질 않으니 기본종인 쥐털이슬로 하자.

 

 

 

 

 

아무리 귀한 님들 많은 설악이라지만

바위산에 와서 돌양지꽃을 외면하면 예의가 아녀~

 

 

 

 

 

며느리밥풀꽃속은 의외로 구별하기 까다로운 집안이다.

꽃색으로만 구별하는건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고 포나 잎 등으로 이름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온통 다 홍자색이라 그나마 구별이 쉬운 새며느리밥풀이다.

 

 

 

 

 

새며느리밥풀도 올 여름 첫 만남이니 반갑지만

들어차는 빛이 더 황홀하게 느껴진다.

언제는 비 오는 날이 좋다며 호들갑을 떨어대다가도

장마로 인해 비 내리는 날이 많아지니 화창한 날이 그리웠음이다.

인간이 간사하기가 며칠을 넘기질 못한다.

 

 

 

 

언제나처럼 두 팔 벌려 환영하는듯한 나무 하나.

어여 오라 반기는 것인지 오지 말라 막고 있는 것인지 여튼

그 주변엔 노루오줌과 터리풀,참조팝나무가 많이 보인다.

 

 

 

 

썩 좋아하는 꽃이 아니어선지 해마다 담지 않고 지나칠때가 많다. 

노루오줌이다.

고개를 떨군 것은 숙은노루오줌,흰숙은노루오줌이라고도 구별한다.

 

 

 

 

 

왠지 간질거리는 느낌 때문에

노루오줌처럼 잘 담지도 보지도 않게 되는 아이 터리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은근 아름다운 꽃이다.

너도 꽃이었구나.

춤추는 무용수들처럼 그 몸짓 우아도 했구나~

 

 

 

 

 

정말 모호한 구별법.

구별점이 무언지 전문가들마저 이랬다 저랬다

조팝나무속의 참조팝나무와 덤불조팝나무다.

몇년전에는 줄기나 꽃 색,잎의 톱니 정도 등등으로 구별한다고들 했지만

이젠 줄기의 능각 유무에 따라 참조팝인지 덤불조팝나무인지를 구별하는것 같다.

줄기에 능각이 없이 매끈하고 둥글기만 하면 참조팝나무,줄기에 각이 진 능각이 있으면 덤불조팝나무.

 

그 기준으로만 본다면 위쪽 흰빛에 가까운 건 줄기에 능각이 있었으니 덤불조팝,

아래 분홍빛은 참조팝에 더 가깝겠다.

귀때기청봉 너덜 오름길엔 능각이 있는 덤불조팝나무가 많이 보였다.

좀조팝나무는 분류에 이의를 가지신 분들이 많은것 같아 배제하려 한다.

 

굳이 이렇게 복잡한 구별을 해야 하는 것인지.

나같이 무지몽매한 중생을 위하사 그냥 통합시켜 주시와요~

 

 

 

 

열매를 단 눈개승마와 생강나무.(위)

눈개승마가 열매로 변할 시기에 피어나는 눈빛승마,그리고 한창인 산꿩의다리.(아래)

 

 

 

 

 

마치 하나의 식물만이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다른게 느껴질 것이다.

가운데 위쪽 금마타리와

주변으론 바위떡풀이 같은 바위에 서식처를 두었다.

금마타리는 꽃이 진 것이고, 바위떡풀은 이제부터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좌측은 요강나물 열매,

우측은 높은 산에서 만날수 있는 세잎종덩굴 열매다.

세잎종덩굴은 오늘 산행 중 가장 많이 만나는 식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늘 그 자리에 있던 바위 하나가

오늘은 아가리 벌리고 먹잇감을 노리는 괴수처럼도 느껴졌다.

동굴인척 위장을 하였지만 한번 들어가면 나올수 없는 파리지옥은 아닐지도~

문득 이 모습을 보고 태국의 그 소년들이 생각났다.

 

10일,아니 단 몇시간만이라도 좁은 공간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나는 그렇게 태연할수 있었을지~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굶주림 속에서 처음 만난 그 소년들은 차라리 평온함이었다.

아무리 코치가 함께 있었고 수도승 생활로 단련되었다 하여도

그도 어리기는 마찬가지.

정신이란 육체를 압도한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는 날이었다.

 

 

 

 

화창하게 개이진 않았지만

오늘의 설악 날씨가 차분한 그들을 보는것만 같다.

 

 

 

 

 

그렇게 한계령 삼거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귀때기청봉 너덜길에 접어든다.

진절머리 난다는 너덜이 그리 만만하진 않지만

미끄러운 바위가 아니라서 오를만 한데다  언제나 끝은 있기 마련,

잠시뒤면 저 귀때기청봉에 올라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설악이 한눈에 펼쳐지니 몸은 그저 거들 뿐~

 

 

 

 

오른쪽 한계령 방향에서 위로 끝청과 중청 대청봉으로 서북능선이 이어지고

가운데 중청에선 좌측 소청으로~

소청에선 다시 공룡능선과 천불동 방향

그리고 용아장성과 봉정암으로 설악의 그 기운을 뻗쳐 간다.

 

 

 

 

아~설악.

그 한마디면 모든게 용인되는 곳.

보고 또 봐도 언제나 마음이 먼저 와 있는 곳.

공룡능선과 용아릉의 온갖 기암들이 모이고 모여

한폭의 기암전시장을 만들어 내었다.

 

가운데가 공룡의 최고봉인 1275봉이다.

1275봉은 공룡안에서 볼땐 그리도 뾰족하고 날카롭게만 보이던 것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너부데데것이 제법이나 복스럽게도 생겼다.

사람도 그러할 것이다.같은 모습만이 존재할거란 선입견이 문제일뿐

겉으론 다 드러나지 않았던 진면목이 있을수 있다는걸~

 

 

 

 

공룡능선은 1275봉을 지나고 가운데서 왼쪽 뾰족 마등봉(마등령)을 지나고

왼쪽 뒤로 역시나 너덜이 악소리 나는 황철봉으로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황철봉 너덜겅이 이곳의 너덜보다 걷기 편하다 느꼈던것 같다.

바위 크기가 여기보다 조금 더 컸던거 같고

새벽 밤하늘의 별빛이 어찌나 초롱거리던지 그 순간의 멈춤 같은 기억 덕분인지

황철봉은 좋은 이미지들만을 가지고 있다.

 

 

 

 

장마는 끝났다지만 변화무쌍한 설악의 날씨는

예보도 비켜가기 일쑤.

다른 지역엔 폭염 특보가 내리고 햇살이 강렬하다 하였지만 이곳은 설악이 아니던가.

한두방울 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 정도 조망만 트여 준다면

더 이상 바랄것도 없겠다.

우측 귀때기청봉 사면 너머 가야할 길과 뾰족 올라온 안산도 보인다.

그 아래는 원통이다.

인제군 북면 원통리지만 북면이란 소재지보다 원통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곳.

 

 

 

 

흐린 날이지만 참 멋스러운 설악이 아닌가.

수묵담채화를 펼쳐낸 듯 저리도 고풍스러울수가 없다.

왼쪽의 가리봉 주걱봉과 오른쪽 뾰족 안산과

오늘 가야할 대승령 방향이다.

 

 

 

 

너덜길의 난쟁이바위솔도 반갑고

 

 

 

 

 

 

분비나무도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어준다.

구상나무 분포지는 한라산에서 덕유산까지, 

분비나무는 중부 이북에서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분비나무는 구상나무보다 잎폭이 좁고 가늘고

실편(열매조각) 침상돌기가 위를 향하면 분비나무,뒤로 젖혀지면 구상나무로 구별한다.

 

 

 

 

중국에서는 백두산 일대에서만 분포하고

설악산,태백산, 경기도 화악산의 높은 바위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눈측백이다.

희귀식물 취약종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고

서북능선의 눈측백,분비나무,눈향나무만 구별할줄 알아도

이 길을 걷는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볼때마다 헤깔리는건 나 역시 마찬가지.

 

 

 

 

아구~먹음직스럽기도 하다.

오늘도 맛을 보고 가야할랑가 보다.

희귀식물이고 특산식물인 댕댕이나무다.

엷은 노란꽃이 어느새 분칠한 자주색 열매를 맺었다.

 

 

 

 

한라산과 설악산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는 북방계 식물인 댕댕이나무는

역시나 설악에 와서야 만날수 있는 기쁨을 준다.

 

한입 따서 맛을 보면 시큼하지만 자연의 맛이 느껴진다.

하니베리라 해서 요즘은 농가에서 팔기도 하고,집에서 키우기도 하는데

이 아고산의 환경과 청정한 공기가 다르니 어디 비교가 될까 모르겠다.

여튼 귀때기청봉 주변으로 키 작은 댕댕이나무가 가득.

넓은잎댕댕이라 보시는 견해들도 있다.

 

 

 

 

귀때기청봉(1,578m)에 도착.

 

 

 

 

 

 

귀때기청봉엔 언제나처럼 잎도 나무 크기도 작은 사스래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몇년째 같은 자리를 찾고 찾으니 어렵던 식생들도 이제야 나에게로 오는것만 같다.

그것이 큰 보람이 되어준다.

 

 

 

 

 

신기하면서도 복잡다양하고 어려운 괴불나무 종류들.

잎 뒷면 주맥 양쪽에만 흰털이 있음 흰등괴불나무,

잎면 전체에 털이 밀생하면 흰괴불나무라 구별한다는데

그냥 봐선 홍괴불나무와의 큰 차이를 못느끼겠다.

세 괴불나무가 꽃도 모두 홍색(자주색).

 

귀때기청봉 주변의 이 괴불나무는 홍괴불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잎뒷면 주맥에 백색털이 있는 흰등괴불나무의 특징이 보이니

홍괴불나무로 봐도 되는 것인지 매년 이곳을 지나며 의구심을 품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룡능선과 대청 중청도 한번 더 담아보고 가자.

중청봉 왼쪽 뒤로 뾰족 올라온 건 화채봉이겠다.

소청대피소 봉정암도 눈 크게 뜨고 찾아보기~

8월엔 백담사에서 올라볼꺼나~

대청봉 주변으로 바람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을 것이다.

 

 

 

 

대승령과 안산으로 이어지는 길.

왼쪽 뒤 안산은 구름속에 살짝 가려져 있다.

우측 뒤로는 북설악 매봉산과

우리나라 육군부대 중 가장 높은곳에 위치하는 향로봉으로 이어지겠다.

 

이제 저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몇년전에 걸어보니 한계령에서 시작해 안산 들르고

십이선녀탕 남교리로의 하산도 당일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그러려면 원통에서 막차시간을 생각해야 하니 걸음이 바빠지긴 한다.

오늘은 2주전 삐끗한 발목도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장수대로 하산하려 한다.

 

 

 

 

귀하신 희귀식물이자 한국특산식물인 흰인가목이다.

흰인가목은 인가목보다 꽃과 열매가 작고

설악산이나 고산 너덜지대를 좋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설악은 그야말로 한국특산식물의 보고이고 설악에서만 만날수 있는 희귀식물의 집합체인 것이다.

 

 

 

 

한계령삼거리 올라오며 담은 이게 그냥 인가목이다.

흰인가목보다 잎이 큼직한게 느껴질 것이다.

 

 

 

 

 

1408봉과 제일 뒤 뾰족 안산 방향으로 고고~

 

 

 

 

 

 

다람쥐꼬리나 뱀톱과도 닮은 개석송이 가득하고

 

 

 

 

 

 

은분취도 꽃망울을 키워가고 있다.

 

 

 

 

 

 

뒤돌아 본 귀때기청봉의 너덜은 당장이라도 아래로 흘러내릴것만 같다.

그러나 자연이 내 마음 변덕부리듯

그리 쉬 변하고 쉬 달라지진 않았다.

일희일비하지 않은 사람만큼 듬직한 사람도 없음이다.

 

 

 

 

 

이제부턴 온통 귀한 식생들과 바람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해마다 같은 자릴 거닐고

같은 꽃을 보고, 같은 설명을 덧붙임에도 지루함이란 찾아볼수가 없다.

설악의 힘이다.

설악이니 가능한 얘기일 뿐이다.

복습한다 생각하고 또 내년을 위해 예습한다 생각하고 함께해 보자고요~

 

 

 

 

이른 봄부터 많은 바람꽃 종류들이 피고 지고를 반복한 뒤

드디어 설악산에선 원조 바람꽃이 피어난다.

다른 바람꽃들이 피고 지는걸 모두 지켜본뒤 귀여운 쨔슥들~하면서 말이다.

 

 

 

 

 

바람꽃은 한국특산식물이고 희귀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설악산 고산지대에서야 흔하게 볼수 있는 꽃이지만

다른 곳에선 만날수 없는 설악의 트레이드 마크라해도 되겠다.

설악의 강한 바람과 기후에도 맞설수 있을만큼 강인하게 자라난 것이다.

 

이른 봄에 피었다 지는 다른 바람꽃과 달리 여름에 피어나는 설악의 바람꽃은

그래서 더 특별한 아이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설악은 온통 바람꽃이 수놓아가고 있다.

 

 

 

백색가루를 듬뿍 묻힌 모양새가 여간 사랑스러운게 아니다.

주로 중북부(소백산 이북)의 고산에서 자생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희귀식물인 왜솜다리다.

 

내 눈엔 산솜다리가 풍만하고 둥글고 여성적인 느낌이라면

왜솜다리는 잎도 길쭉하고 뾰족하고 시크한 느낌으로 보였다.

학창시절,

남자보다는 같은 여자에게 인기가 더 있을것 같은 중성적인 매력의 소유자처럼 말이다.

 

 

 

 

 

산솜다리가 주로 공룡능선에 자생한다면

왜솜다리는 서북능선에 몇개체 보일뿐 오히려 설악산에선 왜솜다리 보기가 더 어려워진듯 하다.

(그런데 이 왜솜다리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솜다리로 명명되었다고도 하는데

국가표준식물목록이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는
아직 정정되어 등록이 되어 있질 않아서 혼란이 있는 모양이다.

이제와서 또 이름이 바껴야 한다니~그러니 나같은 무지랭이는 원 알수가 있어야 말이지 쩝..)

 

 

 

 

꽃과 열매가 교차되는 시기.

높은 산에서 자라는 세잎종덩굴이다.

왼쪽이 꽃,오른쪽이 열매.

 

 

 

 

개쑥부쟁이도 벌써 한 녀석 개화를 하였고

 

 

 

 

 

 

산쥐손이도 이제 제철이 시작되었다.

산쥐손이는 둥근이질풀과 비슷하지만 둥근이질풀보다 꽃이 작고 잎이 깊게 갈라지는데

곧 둥근이질풀이 피어날때 비교해 보면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주로 높은 산 능선부로 자생하는지라

보통땐 쉬 접할수 없는 산쥐손이도 설악에 오면 만날수 있는 즐거움이다.

 

 

 

 

 

줄기가 땅위를 기면서 자라는 누운 향나무란 뜻의 눈향나무다.

귀때기청봉에서  한계령 삼거리 방향으론 눈측백나무가 많았다면

대승령 방향으로는 눈향나무가 자생한다는걸 확인할수가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설악산과 태백산등

고산의 바위지대에서 서식하고 있다.

희귀식물 위기종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록관목이다.

 

 

 

 

큰네잎갈퀴다.

네잎갈퀴나물보다 잎과 꽃이 크다하여

설악산 일대의 네잎갈퀴나물을 큰네잎갈퀴라 따로이 칭하고 있다.

 

이름도 어찌 이리 복잡하게 지어 놨는지.

꼭두서니과의 네잎갈퀴 종류들이 있는데 네잎갈퀴나물과 큰네잎갈퀴라니 원~

어쨌든 이건 콩과의 큰네잎갈퀴다.

 

 

 

 

색감도 모양도 어쩜 이리 어여쁘던지.

입술 쭉~

키스를 해줘야 할것 같은 병조희풀도 활짝 깨어났다.

이 아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입술을 쭉~내밀게 되네~^^

 

 

 

 

제법이나 날카로워 보이는 1408봉이다.

 

 

 

 

 

 

1408봉에 올라 뒤돌아보니 왼쪽 귀때기청봉과

우측 뒤로 점봉산도 보인다.

 

 

 

 

 

그 길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우뚝 솟은 기암들은 마치 각양각색의 인간사를 보는것만 같고

듬직한 호위무사 하나가 설악을 지키고 있는것만 같다.

 

 

 

 

 

녹음으로 우거져 바위 능선을 타는지 잘 모르고 걷지만

길 좋고 잘 정돈된듯한 기암길을 걷는 것이다.

안전하면서도 스릴이 넘치니 설악은 어디라도 기암전시장이 되는 것이고

시야 좋은 날이라면 조망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건너편의 가리봉과 주걱봉 삼형제봉은 산행내내 함께하고~

 

 

 

 

 

 

1408봉 주변엔 온갖 귀한 식생들이 가득하다. 

희귀식물 위기종인 바위솜나물도 빼놓을수 없겠다.

 

마치 솜나물과도 솜방망이와도 헤깔릴수 있는 이름.

국화과의 솜방망이속 여러해살이풀 바위솜나물은

중부 이북의 고산 바위지대에서 잘 자라난다.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꿋꿋한 바위솜나물을 만나는 기쁨이야 말해 무엇할 것이고

 

 

 

 

 

해마다 같은 자리,

이제 피기 시작한 솔체꽃에게서 빛이 뿌려진다.

귀티 좔좔~역시 이 시기에 솔체꽃이 빠진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어라.

청보라~너무도 유혹적인 색이 아닐수 없다.

근생엽(뿌리잎)이 꽃이 필때까지 살아 있음 구름체라 분류하니

그 조건대로라면 구름체가 맞지만 분분하니 그저 솔체꽃으로 명하려 한다.

 

 

 

 

설악조팝나무라 불리는 아구장나무도 열매를 맺는다.

그냥 아구장나무와의 큰 차이점은 잘 느끼질 못하겠다.

 

 

 

 

 

이젠 갈증날때도 되었다.

어찌 알았단가~내가 션한 맥주 한잔 하고 싶은걸 말이다.

열매가 익으니 딱 모형 맥주병이 되었다.병꽃나무다.

 

아~서울 돌아가면 개운하게 샤워하고

시원하다 못해 가슴까지 짜릿해질 맥주 한잔 할테다.

작은 소확행이기도 하다.

(소확행이란 요즘 많이들 쓰는 말인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한다.)

 

 

 

 

멸종위기종 자주솜대도 결실을 맺었고

곧 다갈색으로 익어갈 것이다.

설악에선 이 모든걸 어렵지 않게 눈맞춤할수 있으니

어찌 한달이 멀다하고 달려오지 않을수 있겠는가.

 

 

 

 

단풍나무과의 부게꽃나무도 보이고

 

 

 

 

 

 

말의 앞니를 보는듯한 희귀식물 자료부족증 토현삼도

이곳에선 만나기 어려운 아이가 아니고

 

 

 

 

 

벌써 첫 모시대도 그 색을 드러냈다.

이제 여름의 숲은 이 모시대와 잔대가 화사하게 채워 갈 것이다.

 

 

 

 

 

터리풀 주변으로 여름꽃인 동자꽃도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했고

 

 

 

 

 

 

고급 산나물 곰취도 꽃을 피웠다.(왼쪽)

곰취와 아주 비슷한 곤달비는 꽃자루는 더 짧고 곰취의 꽃자루는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시중에 나오는 곰취 중 곤달비가 곰취인양 하기도 하니

그만큼 구별이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오른쪽은 잎이 줄기를 감싸는 개시호다.

그냥 시호는 잎이 가늘고 줄기를 감싸지 않는다.

 

 

 

 

아찔한 철계단 따라 내려가면 이제 대승령이 지척인데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아이들은 촉촉해 좋고 나는 시원해 좋다.

고산식물 두루미꽃도 결실을 맺었고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피나무도 꽃을 피웠다.

잎이 피나무보다 작고 꽃의 수가 많지 않은것으로 보아 뽕잎피나무일지도 모르겠다.

피나무의 꽃봉우리 수는 3~20개로 3~4개인 뽕잎피나무보다 많다.

 

 

 

 

 

바람에 흔들려 이쁘게 담기질 않는다.

여로도 하나 둘 피어나고

 

 

 

 

 

나비의 날개처럼 잎이 두장씩인 나비나물도~

 

 

 

 

 

 

금마타리와 바위 안쪽으론 바위떡풀도 한세트인양

오늘 내내 함께해줬다.

 

 

 

 

 

문어처럼 사방으로 뿌리를 드러낸 주목을 만나니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싶다.

 

 

 

 

 

그렇게 대승령에 올라서니

오락가락 하는 날씨,비는 그쳤지만 안개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바로 장수대로 하산한다.

장수대까진 2.7km

 

 

 

 

와우~대승폭포다.

옛 시인묵객들이 대승폭포에 올라 시 한수씩 읊은건은

이상한 일도 과장된 일도 아니었다.

나에게도 그런 문장력이 있었다면 한자 끄적거렸겠지만

그저 그들의 흔적따라 그 시절의 감흥에 취해보는걸로도 족함이 있겠다.

 

대승폭포의 본래 이름은 한계폭포였다.

지금 한계령이란 지명이 남아있듯 조선후기 명승지 유람기엔

한계폭포란 이름으로 많이 남아 있는것으로 볼때 조선후기까진

주로 한계폭포라 불리운 것으로 보이고

한계산과 설악산은 다른 명산으로 구별해 인식하였다 한다.

 

 

 

 

 

천봉 우뚝 서 하늘 찌르는데

가벼운 안개 걷히니 그림도 그만 못하리.

좋구나,설악산의 기이한 절경이여

대승폭포가 여러 여산폭포보다 낫네.

 

-조선의 여류시인 금원 김씨-

 

그래~그림이라고 이만이나 할까.

옛 사람들은 박연폭포나 중국의 여산폭포를 최고라 여겼다는데

설악에 올라 대승폭포를 접한 뒤 대승폭포가 제일이라 남긴 기록들이 여럿 남아 있다.

금원 김씨에 관해선 하산하며 더 이야기 해보기로 하자.

 

 

 

 

아~내 속이 다 시원하다.

대승폭포에 저만한 물줄기 흐르는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메마른 설악의 깊은 골들 다 적셔주고 나서야

이제야 비로소 폭포수 제 모습을 드러내니 기특한 일이 아니던가.

 

오랜 세월 폭포수에 패이고 어두워진 바위골은

여성의 음부처럼 은밀함을 갖고 있다 느끼곤 한다.

물줄기가 전혀 없이 메말라 있었을땐 더욱 그러하다 느꼈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어디 폭포만이 그러하던가.

거대 폭포를 만들어 내려면 큰 암벽은 기본.

주변의 기암이야말로 대승폭포를 빛내주는 최고의 조력자였던 것이다.

저 갈기갈기 갈라진 잔근육의 섬세함 좀 보라.

너무 거대하면 두려움이 앞서고 너무 소소하면 초라해 보이거늘

이것도 저것도 흡수할수 있는 최고의 명작이어라.

 

 

 

 

어느 바위 하나,돌멩이 하나 허투로 생겨난 설악이 아니었다.

이런 바위 앞에서라면 인공구조물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니

설악은 어느  것 하나 버릴것이 없어라.

 

 

 

 

 

계단엔 폭신한 고무재질을 깔아 두었고

주변엔 소나무와 거대 암벽의 절경이 펼쳐지니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는 님들이라도 슬슬 잠시 올라봐도 좋겠다.

박연폭포,여산폭포가 부러울 것인가.

 

 

 

 

 

하산길은 소나무가 아주 볼만하다.

장수대~대승폭포의 특징은 소나무가 좋고

옛 시인들의 아름다운 싯구들도 진열되어 있어

가다서다 읽어보다 이 길의 여운을 즐겨보기 딱 좋은 곳이다.

 

작년에도 이 길을 걸으며 그랬듯,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나

14세 소녀가 남장을 하고 홑몸으로 설악산을 올랐다는 내용이다.

조선말기 여류시인인 금원 김씨는 강원도 원주 사람으로

시문과 경전, 역사에도 능통했다 하는데 27세때는 시문으로 명성을 떨쳐

여자 사마천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하였다지만

그 시대 어디 제대로 인정이나 받았을지는 말 안해도 알만한 이야기다.

그녀는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것을 한탄하였는데

1830년 3월,14세때 남장을 하고 금강산을 비롯한 관동팔경과 설악산을 여행하였다 한다.

 

 

 

 

모든게 가능해진 현재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제약적인 것들이 따르는게 현실.

여자의 몸으로는 나서지 못했던 길~

그 어린 소녀의 가슴에서 이글거렸을 감회가 그대로 전해지는것만 같다.

남장을 하고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비경들.

이 길을 지날땐 그 시절  그 소녀의 마음이 되어 일대를 둘러보게 된다.

 

 

 

 

장마가 끝났다는데도 변화무쌍한 설악엔 늦게까지 내린 비로

졸졸 물소리 기분좋은 울림이 아닐수 없다.

10여일전 그 아쉬웠던 마음도 이 물소리에 모두 씻겨 나가는것만 같다.

 

 

 

 

 

쭉쭉 잘 뻗은 소나무 장수대로 내려와 산행은 마무리가 된다.

동서울행 버스는 오후엔 1시 45분, 3시, 4시, 4시 50분, 5시 5분,

5시 40분, 6시 30분까지 교통편도 좋고

속초 양양행은 더 늦게까지 자주 있어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이만할수가 없다.

 

 

 

 

 

 

7월의 설악은 설악에서만 품을수 있는 귀한 아고산 식물들로 가득했고

대승폭포의 웅장함은 무더위도 날려버릴 장관이었다.

어디를 다녀봐도,무엇을 하여도 

다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느껴질때 그 끝엔 늘 설악이 있었다.

삶의 한 부분에 설악이 있다는것에 큰 위로와 감사함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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