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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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주왕산 단풍

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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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어느때라도 감탄하며 경외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답니다.

뒤늦게서야 시작되는 설악의 봄은

이제 막 깨어난 생명들이 산객들을 맞이하고

기암과 녹음이 어우러진 여름의 설악은 희귀 식생들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 속에선 언제나처럼 구름바다 두둥실 떠올라 있었으니

선계인지 설악인지 잠시 숨을 멈추고 셔터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계절의 지표이고 단풍의 시작점인 가을 설악이야 말해 무엇할 것이고

춥다 못해 통증으로 다가오는 겨울 설악의 매서운 바람은 또 어떠할 것인가.

 

앞으론 이보다 더 나은 글을 쓸 자신은 조금도 없다.

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야생화 사진을 담으며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글을 덧붙일 자신도 없다.

하루 산행에 천장 이상을 담아올만큼 나는 늘 설악에 충실했고

그 사진들을 일일이 정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했다.

내가 할수 있는 최대치를 모두 설악에게 쏟은 것이다. 그런 설악의 사계를 책으로 담게 되었다.

 

늘 그것 같은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어딘가 떠나보고 싶지만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하는 분들께,

새로운 도전 앞에 계신 분께라면 더욱이나 추천하구요.

자연과 대화하며 걷는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날수 있을 것이고

조금 지쳐있던 일상에 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험이기도 하니요.

오르고 또 오르고 담아낸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한권쯤 소장할 가치 있을거랍니다.

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 검색해 보시면 되구요~참고로,인터넷 주문이 10% 저렴하답니다~^^

 (2020년 1월 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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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주왕산이 아닌 영덕 팔각산을 가려고 안동터미널로 내려온 상태였다.

물론 동서울에서 영덕행 7시 첫차가 있긴 하지만 영덕에 도착하면 팔각산 가는 버스를

놓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6시 안동행 첫차를 타고 내려와서

영덕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갑자기 주왕산이 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팔각산보다 주왕산 다녀온지가 더 오래 된 이유도 있었다.

주왕산에 가려져 덜 알려졌지만 팔각산도 암릉 산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조만간 다시 팔각산에 다녀오려 한다.

 

안동에서 9시 30분 차를 타고 주왕산으로 간다.

동서울에서 6시 30분에 출발한 주왕산 버스가 안동을 경유하는 것이다.

 

 

 

주왕산에 도착하니 벌써 11시 20분이 넘어서고 있다. 

돌아갈 버스시간부터 확인해 놓는다. 안동 경유 동서울행 막차가 5시 40분.

청송과 주산지를 오가는 시내버스도 있다.

혹 시내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나가자 한다면 청송보다는 진보라는 곳에서 내려야 

버스가 더 활발한 편이다.

청송이 읍내지만 영덕으로 바로 나가는 버스도 없고,안동 가는 버스도 많지가 않다.

지난번 영덕 다녀오면서 보니 진보라는 곳이 안동과 영덕 청송을 잇는 주요 교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올해 단풍이 며칠 늦다고 했다.

예년과 같은 날 같은 장소를 가봐도 단풍은 아직 초록인 곳이 많았다.

그래도 너무 늦게 찾은건 아닐까 조금 걱정을 했던 것에 비하면 보기좋게 물들고 있다.

물론 해발을 높일수록 당연히 낙엽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말이다.

좌측이 장군봉 능선이고 우측으로 솟은 기암과 그 뒤로 주봉 능선이다.

장군봉 능선이나 주봉 능선 모두 풍경이 일품이다.

 

 

 

 

 

역시나 길게 늘어선 상가들과 그 뒤로 떠받치고 있는 기암.

 

 

 

 

 

주왕산은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넓고 평탄하니 어르신들도 단풍 구경하기 딱 좋은 곳이다.

말 그대로 단풍철이면 축제가 되는 것이다.

저렇게 허리 꼿꼿하게 단풍 구경에 나선 어르신들을 보면

꼬부랑 할머니가 된 엄마 생각이 나는건 어쩔수가 없나 보다.

 

 

 

 

대전사 입구에 도착하면 역시나 입장료가 기다리고 있다.

일반 3500원.

조금 비쌀수는 있지만 문화재 보존,보수,사회복지,장학사업에도 쓰여진다 하니

이왕 지불하는거 기꺼운 마음으로 내고 들어간다. 그 용추 협곡을 지날때 우르르쾅쾅 돌무더기 몇개가

등로로 떨어져 사람들 놀라 뛰어들 가고 있었는데 그 보수작업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어쨌든 65세 이상은 무료.

 

 

 

 

그렇게 대전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기암과 은행나무 한그루.

은행잎은 많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가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 뒤로 솟은 바위를 기암이라 부르는데

우리가 흔히 기이한 바위라 해서 부르는 기암(奇岩)과 달리 저 기암은 깃발 기(旗) 자를 써서

기암(旗岩)이라 쓰여지고 이름 불려지고 있다.

기암은 부처님의 손바닥이라고도 불리고 연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0m가 넘는 7개 봉우리중에 최고봉이 기암이다.

기암은 주왕이 깃발을 꽂고 마장군을 맞았다는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주왕은 주나라 사람이 아니고 당나라 덕종때 주도라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 신라까지 도주해 와 여기 주왕산 깊숙이 숨어들었는데

그때 신라 장군 마일성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대전사는 주왕의 아들을 위로하려 지었다고 하고, 주왕이 바위틈 낙수로 세수를 하였다는 주왕굴도 있고

곳곳에 주왕이라는 사람과 마일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설따라 내려오고 있다.

 

 

 

 

대전사 창건년도에 대해선 정확한 자료는 없어 설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정면에선 사진 담기가 쉽지 않아

한발짝 떨어져 담아보니 오히려 더 운치 있는 샷이 되었다.

 

 

 

 

카메라 올릴만한 마땅한 지지대가 없어 바닥에 놓고 날린것 치고는

셀카도 이만하면 훌륭하쥬.

 

 

 

 

 

주왕산의 특징은 굳이 산길을 걷지 않아도 아래 탐방로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고

볼거리가 더 풍성하다는 것이다.

용추폭포까지는 1.9km, 용연폭포까지는 무려 3.1km니 산을 오르지 않아도

부족함 없는 운동량이 될 것이다. 우측 주봉을 향해 오른다. 주봉까지는 2km.

 

 

 

 

초입부터 단풍나무과의 복자기가 많이 보인다.

내 옆으로 물들어가는 붉은 잎이 모두 복자기다.

잎에 큰 거치가 있는 복자기와 달리, 비슷한 복장나무는 잎에 잔잔한 톱니가 있고

수피가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그래서 수피가 매꼬롬하니 복장이 단정한 것은 복장나무.

자작나무처럼 수피가 일어나면 복자기로 구별하고 있다.

 

 

 

 

복자기가 이 계절 단풍으로서의 큰 몫을 해주고 있음이다.

 

 

 

 

 

그렇게 해발을 높여 가니 단풍은 거의 낙엽으로 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을을 말하고 있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날에도 숲을 화사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면

다 저물어가는 이 시기에도 노란 생강나무 단풍을 빼놓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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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와 산조팝나무.

아래는 개옻나무와 이제 마지막 남은 덜꿩나무 열매.

 

 

 

 

 

그렇게 전망대에 올라서니 기암 병풍이 단풍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었다. 장군봉 능선쪽이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기암과 이쪽 풍경도 아주 볼만하다.

한꺼번에 장군봉과 주봉을 돌고 싶지만 당일로 내려와서 두 봉우리를 연계하는 건

꿈도 못꿀 일이다.언젠가 큰 맘 먹고 전날 내려와 한바퀴를 크게 돌아볼 생각이다.

소나무가 많은 주왕산이라 이 상태에서 더 물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름처럼 푸른 소나무가 많은 청송이었구나.

 

 

 

 

연화봉과 말 그대로 병풍바위,그리고 가운데서 우측으로는 급수대란 바위다.

이따 아래쪽에 내려가서 가까이 만나볼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생각치도 못한 인천의 이웃님을 만나게 된다.

올 1~2월엔 인천 부천과 한남정맥 그 일대 나즈막한 산들을 두루 돌아보았다.

자주 갔음에도 인천 사시는 님들을 뵙지 못했는데 이 멀리 주왕산에 와서 만나니

주왕산이 이 계절 인기인건 분명한가 보았다. 인천 님, 반가웠답니다.

세번째 전망대로 간다.

 

 

 

 

주봉 오름길에는 이런 데크 전망대가 세곳이 있는데 얼핏 첫번째 전망대는

못보고 지나치게 되어 있어 두 곳의 전망대가 있다 생각하기 쉽다.

이 곳은 세번째 전망대다.

사람들이 많으니 전망대 담기가 부담스러워 조망 사진만 찍고 세번째까지 올라왔음이다.

 

 

 

 

그런데 오를수록 단체객이 많으니 곳곳에서 정체로 멈추게 된다. 

계속 줄맞춰 오르자니 걸음이 다르고 속도가 다르니 어쩔수 없이 답답함이 있고

그렇다고 계속 추월하자니 그것 역시 쉽지가 않다.

옆사람 불편하지 않게 등로 옆길로 빠져나가 조금 빠르게 걸어 주봉에 오른다.

 

 

 

 

그러나 주봉(722m)에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주봉 사진은 몇년전 것으로 대신한다.

인증샷 찍으려는 긴 줄이 있으니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맘대로 돌리지도 못하겠다.

정상석 아래쪽만을 간신히 잘라 담고 후리메기삼거리로 진행하려다 보니

계속 가다서다 멈추고 걷게 될것만 같다.

 

이대로는 내 스스로 즐기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주봉도 그렇고 더 진행하여도 딱히 조망할수 있는 곳도 없거니와

후리메기삼거리 단풍도 시들해졌을 것이니 그냥 왔던 길로 내려서기로 한다.

너른 길에서는 사람이 많아도 빠져나갈수 있는 길이 있지만

좁은 길에 갇히게 되면 이도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내 힐링을 위해서도 그게 좋다 판단한 것이다.

 

 

 

 

다시 세번째 전망대로 내려와 기암 전시대를 한장 담고서 초입으로 내려간다.

대단한 석벽이다.

석벽을 두른 모습이 마치 커다란 고릴라 한마리 같다 느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내려서는 길은 조용하기 이를데 없다.

평화롭기까지 하다. 콧노래마저 흘러나온다.

아까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단풍도 이리 고왔구나.

이 나무도 복자기다.

 

 

 

 

가장 넓은 첫번째 전망대도 이제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더 이상 아무 일정이 없는 사람처럼 한동안 바라보고 멍때리기도 해보았다.

 

 

 

 

 

갑시데이~어디로 갈까.

주왕산은 주로 이곳에서 주봉과 후리메기로 또는 절골에서 가메봉으로 올랐었다.

이런 경로는 처음이지만 나도 사람들처럼 관광모드가 되어 용추를 따라 너른 길을 걷는다.

 

 

 

 

주중이라 그나마 적은 편이지만 역시나 사람들이 반이다.

붐비고 밀리고 불편해지는 계절.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왕산을 찾는 이유는 

기암들과 계곡이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다는 점이다.

 

 

 

 

시루봉과 학소대다.

떡을 찌는 시루처럼 보인다 하여 이름 붙여진 시루봉은 이제 이름을 바꿔야 할 판이다.

예전엔 그저 사람 옆모습 정도로만 보이던 것이 오늘 보니 음흉하게 웃는 모습이 되어 있었고

학소대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니 늘어진 메부리코 아저씨 눈을 감고 있었네.

이따 정면에서 보는 학소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변하지 않을것 같던 바위들도 조금씩 그 표정들이 달라지고 있었으니

진짜 살아 있는건 아닌지 당장 대답이라도 할것만 같다.

예전엔 분명 저 시루봉은 고릴라처럼 보였는데 혹시 환생이라도 한겨~^^

이왕이면 무서운 사람 말고 인자한 표정으로 바껴보라고.

 

 

 

 

이따 용연과 용추폭포 다녀오면서 좌측으로 난 저 길을 꼭 걸어보려 한다.

시간에 쪼들려 늘 유명한 폭포에만 집중되어 있어 빼놓던 길이었다.

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왕암과 주왕굴이 나올 것이다.

오늘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느낀 길이기도 했다.

 

 

 

 

 

아~아름답다.

특별한게 없어 보이면서도 나무와 바위, 그리고 계곡

그 자연스런 풍경들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었다.

 

 

 

 

행여 너무 늦게 찾았을까 조바심을 냈던 마음도 이 풍경들을 접하면서 녹아나고 있었다.

낙엽으로 변한 11월 하순까지도 가을을 느끼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 용추폭포로 간다.

 

 

 

 

와우~

역시 용추협곡은 볼때마다 그 웅장함에 걸음을 멈출수밖에 없다.

전국의 많은 폭포 이름들이 그러하듯 용추폭포는 용이 승천한 폭포라는 뜻이고

총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협곡 입구로 들어서면 신선세계에 발을 딛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더니

그 말처럼 첩첩산중의 보배가 되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된다.

수직절리를 따라 침식작용이 일어나면서 수만겁 시간이 만들어낸 유적 같은 작품들인 것이다.

 

 

 

 

아래쪽 폭포는 하트를 만들어 냈고

 

 

 

 

 

협곡을 들어 와 뒤돌아 보니 마치 아기를 잉태하고 있는 모습처럼도 보였다.

대단한 침식협곡이다.

 

 

 

 

 

용추를 뒤로 하고 용연폭포로 가는 길.

어느 화보에 나옴직한 한 장면이 되었다.

그저 걷기만 하여도 그림이 되는 그런 계절이 된 것이다.

 

 

 

 

이 길을 걷는 누구라도 절로 동화되어 갈것만 같다.

가을은 하루도 허투로 보내면 안된다 하던 어느 님의 이야기처럼

정말 아름다운 가을길이 아닌가.

 

 

 

 

용연폭포로 내려선다.

용연폭포는 2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왕산의 폭포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한다.

두 줄기의 낙수현상으로 인해 쌍용폭포라 불리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1단폭포의 양쪽 벽면에 3개씩의 하식동굴이 있는게 특징이다.

폭포가 형성되고 발달하면서 침식에 의해 폭포면이 차츰 뒤로 물러나게 되는데 지금의 폭포면에서 가장 먼 곳의

하식동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폭포가 점차 후퇴하면서 두번째 세번째 하식동굴이 만들어졌단다.

하식동굴이란 폭호나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난 동굴을 말한다.

 

설명을 접하면서도 볼때마다 신기함은 어쩔수가 없다.

어느 찜질방의 1인 토굴 같다 생각했다.

 

 

 

 

하단폭포 전망대 풍경.

용연폭포는 오름길과 내림길이 따로따로 일방통행으로 진행하게 되어 있다.

 

 

 

 

아래쪽에서 본 용연폭포다.

소는 너무 어둡고, 햇살이 강렬히 내려앉는 시간이라 폭포수는 예쁘게 잘 담기질 않는다.

 

 

 

 

 

돌아 나오며 다른 시선으로 용추도 다시 한번 담아본다.

모처럼 오가며 두번을 마주하니 그 위용과 새로움도 더해졌다.

 

 

 

 

용추를 빠져나갈때 무언가 크게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협곡이다 보니 소리는 더욱이나 크게 울렸는데

협곡 등로 중간에 돌멩이들이 낙석이 되어 있었다. 때마침 사람들이 피해 그렇지 큰일날뻔한 순간이었다.

이 커다란 협곡은 우리에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선사해주지만

때론 위협이 될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날이었다.

사람이 어찌 저 거대 자연에 대항할수 있겠는가.

 

 

 

 

학소대다. 하늘을 찌를듯 반듯하게 서 있는 절벽위에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해 학소대라고 불리웠다 한다.

어느날 백학이 일본인 사냥꾼에게 잡히자 짝을 잃은 청학은

날마다 슬피 울면서 바위 주변을 배회하다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전설이 있다.

 

 

 

 

어떤가.

아까 올라오며 바라 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 않은가.

학소대와 시루봉이다.

시루봉,아까는 음흉하게 웃더니 이제 있는대로 찡그리셨네.

손가락 장갑에 만든 인물상 같다 느껴졌다.

 

 

 

 

여기저기 단풍에 취한 님들

이 순간 해야 할 일은 사진으로 남기는 거.

 

 

 

 

학소대 입구에서 너른 임도길을 버리고 주왕굴 방향으로 간다.

매번 올때마다 지나쳤던 길이라 꼭 걸어보고 싶었다.

 

 

 

 

이 길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간간히 지나는 사람이 있을뿐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가을을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길이 없다 느껴졌다.

 

 

 

 

사진이 따라와주지 못함이 아쉬울만큼 오늘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생각한 곳이다.

급수대 암석을 위로 두고 단풍길을 걷는 그 희열이 대단한 곳이었다.

주왕산 국립공원을 이루는 대표 암석은 응회암이란다.

응회암은 화산폭발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이다.

주상절리는 주로 빠르게 식는 암석에서 형성되어 기둥 모양의 틈이 생긴 것을 말하는 것이니

급수대도 이런 맥락으로 살펴보면 더 의미있게 바라볼수 있을 것이다.

 

 

 

 

급수대 맞은편 구암에는 주방동천 문림천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주방의 빼어난 산천경관은 문림랑공(청송심씨의 시조)의 것이다.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산수와 경치가 아름답고 좋은 곳이란 의미라고 한다.

주방산은 주왕산의 옛이름이다.

 

 

 

 

전망대 하나가 보인다. 올라가 보자.

건너편 병풍바위가 가까이 보일 것이다.

 

 

 

 

 

내 싸구려 크롭바디 카메라로는 한 샷에 다 담지도 못할만큼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들이 시선을 압도해 버린다. 연화봉과 병풍바위다.

주왕산은 1976년 우리나라 12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되었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라 알려져 있고

영남 제1의 명산이라 하였으니 그 명성 부끄럽지 않음이다.

 

        

 

급수대도 그러하듯 주왕산의 이 거대 암봉들과 기암들은 7천만년전의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용결 응회암으로 이루어졌다.

우측에 우뚝 솟은 바위는 아까 그 아래를 거닐었던 급수대다.

 

신라시대에 왕으로 추대받던 김주원이 왕위쟁탈전에서 밀려나 왕이 되지 못하자

이곳 급수대 바위 위에 대궐(?),안가를 짓고

바위 위에서 생활하기 위해 물을 길어 올랐다고 하여 급수대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안가니 대궐이니 하였지만 실은 피신에 가까울 것이다.

왕이 되지 못한 왕자의 삶이 어떠했을지 많은 역사를 통해 우리는 짐작할수 있으니 말이다.

 

 

 

 

주왕암으로 간다.

아마도 오늘 주왕산 중 가장 아름다운 길이었다 기억할 것이다.

다른 곳은 이미 낙엽으로들 많이 변해가고 있었지만

곳곳에 초록이 여간 상큼하게 느껴지는게 아니었다.

어느 깊숙한 무림으로 들어가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주왕암 입구에 서면 양 사면이 바위 봉우리로 둘러쳐져 있고

오른쪽으로 좀 더 들어서면 큰 절벽사이로 작은 협곡이 나 있는데 주왕암 들어가는 길이다.

 

 

 

 

주왕암은 주왕굴 보고 내려와 더 살펴보기로 하고

먼저 주왕굴로 오른다.

 

 

 

 

주왕굴은 협곡 사이 암벽에 위치한 자연동굴로

두 단층이 교차하여 생긴 약한 부분이 주변보다 빨리 침식되어 만들어진 동굴이란다.

동굴 왼쪽으론 폭포가 흐르는데 지금은 수량이 적어 그렇지,

겨울이면 폭포수가 얼어 아주 볼만하단다.

 

당나라때 스스로 주왕이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한 주도라는 사람이 이곳으로 들어와

재기를 다짐하며 은거했던 동굴이다.

주왕이 최후를 맞이한 장소로 화살에 맞은 주왕의 피가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수달래로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어 주방천 일대에선 매년 봄 수달래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대전사와 주왕암도 그러하고 곳곳에 주왕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우리나라 사람이 아님에도 후한 대접으로 예우를 다해 왔다는 것이 살짝 의아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신라의 적이었고 신라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데 말이다.

단순히 한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는지 아님 또 다른 무엇이 있었는지 전설이라지만 궁금증도 함께한다.

 

 

 

 

주왕암이다.

주왕암엔 1800년에 제작 된

"대전사 주왕암 나한전 후불탱화(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70호)"도 남아 있다.

주왕암은 대전사와 함께 창건되었다 하고 주왕의 혼을 위안하기 위해 지어졌다 한다.

 

 

 

 

스님은 젊은 객들에게 단체사진을 찍어준 뒤

주왕굴을 포함 여기저기 설명을 곁들여 주신다.

 

 

 

 

주왕암에 서면 무엇보다 뒤로 솟은 날렵한 바위 봉우리들이

사찰 건물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가다서다 멈추고 누구라도 모델이 되는 길이다.

 

 

 

 

 

이 글을 보고 이번주 주왕산을 찾는 님들이라면 여기 주왕암과 주왕굴 가는 길을

꼭 걸어보라 권하고 싶다.

다른 곳보다 단풍이 늦게 물들었고 아직 싱싱함이 남아 있었다.

 

 

 

 

보는 이마저 편안함이 느껴지는 쉼.

 

 

 

 

 

그동안 주왕산은 붐빔이 두려워 내려옴에 주저함이 있었고

오가는 시간 지치고 힘들어 자주 다녀가기 어려웠다.

노곤함에도 사방에서 절경을 뿜어내고 있었으니

산수가 빼어나고 아름답다라던 옛 청송인들의 글귀가 어찌 허투로 들리겠는가.

역시나 명불허전 주왕산의 가을이었다.

 

 

 

 

 

주왕산터미널에서 5시 40분 막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올수 있었다.

모처럼의 긴 여정,

돌아오는 내내 허리 통증에 시달려야 했지만

그 절경속에 하루를 보낼수 있었음에 잠시나마 행복감이 밀려왔다.

오랜 허리 통증이 일상의 걸림돌이 되어 버린 요즘, 이렇게 나설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며 사는 요즘이다.

오늘의 소소한 걸음이 또 다시 나설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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