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역 춘천 금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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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김유정역 춘천 금병산

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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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어느때라도 감탄하며 경외하며 걷는 길,〈설악산의 사계와 야생화〉가 책으로 출간되었답니다.

뒤늦게서야 시작되는 설악의 봄은

이제 막 깨어난 생명들이 산객들을 맞이하고

기암과 녹음이 어우러진 여름의 설악은 희귀 식생들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 속에선 언제나처럼 구름바다 두둥실 떠올라 있었으니

선계인지 설악인지 잠시 숨을 멈추고 셔터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계절의 지표이고 단풍의 시작점인 가을 설악이야 말해 무엇할 것이고

춥다 못해 통증으로 다가오는 겨울 설악의 매서운 바람은 또 어떠할 것인가.

 

앞으론 이보다 더 열정적으로 야생화 사진을 담으며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 글을 덧붙일 자신도 없다.

하루 산행에 천장 이상을 담아올만큼 나는 늘 설악에 충실했고

그 사진들을 일일이 정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했다.

내가 할수 있는 최대치를 모두 설악에게 쏟은 것이다. 그런 설악의 사계를 책으로 담게 되었다.

 

늘 그것 같은 일상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어딘가 떠나보고 싶지만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하는 분들께,

새로운 도전 앞에 계신 분께라면 더욱이나 추천하구요.

자연과 대화하며 걷는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날수 있을 것이고

조금 지쳐있던 일상에 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험이기도 하니요.

오르고 또 오르고 담아낸 오색찬란 설악 이야기에 한권쯤 소장할 가치 있을거랍니다.

참고로,인터넷 주문이 10% 저렴하답니다. (2020년 1월 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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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소개할 금병산은 산 자체보다는 김유정역과 김유정의 문학 이야기로 더 유명한 곳이다.

익살이 넘치는 그의 작품 따라 짧게 진행해보려 한다.

사진량도 많지 않다.

유쾌하게 함께해 주시고요~행복한 명절 연휴 보내세요~

 

 

 

산행코스 : 김유정역~신동면사무소~남서릉(산골나그네길)~금병산~서릉(동백꽃길)~김유정문학촌~김유정역

              (약 9Km로 천천히 걸어도 편안한 육산이라  3시간이면 충분했다.)

 

 

 

 

상봉역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고 김유정역에 도착.

마치 전주 톨게이트처럼 한옥 모양으로 만든 김유정역 역사가 이채롭다.

금병산보다는 김유정역이 더 유명할만큼 주변엔 드라마촬영지와 레일바이크, 이쁜 카페,식당들이 있고

(구) 김유정역 역장이신 나신남도 보인다.

 

김유정역 이전의 이름이 그 당시 소재지였던 신남면을 따서 신남역이 되었는데

행정구역 개편으로 신동면으로 개명되었고 역명은 유지가 되다가

2002년 8월 김유정문학촌이 개관되면서 2004년 김유정역으로 개명되었다.

2010년 복선 전철이 개통된 후 새 역사로 이전하게 되었고 구 역사는 준철도기념물로 지정 보존되어 있다.

구 김유정역을 들러보아도 정겨울 것이다.

 

 

 

레일바이크 타는 곳으로도 유명한 김유정역이라 경춘선 타고, 또는 드라이브 삼아

겸사겸사 한번쯤 다녀갈만한 곳이다.

김유정의 작품 모두가 이 마을을 배경으로 그려 낸 것이니

그 역 이름마저 김유정으로 바뀜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철도 사상 최초로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역명이 되었다.

 

 

 

 

김유정역을 나와 우측으로 마을길 따라 걷다보니

저 뒤로 금병산이 흘러가는 구름떼 아래 자리하고 있다.

김유정문학촌 코스가 아닌 김유정역 코스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유정역에서 올라 김유정문학촌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봄봄..

그 이름만으로도 학창시절로 돌아간듯 괜한 설렘이 느껴지는 길이다.

김유정은 일제강점기인 1908년 지금의 춘천시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서 태어나 1937년에 요절하였으니

그 젊은 문학인의 죽음은 고스란히 주옥같은 글로 남게 되었다.

그는 193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해학적이면서 비판의식을 가미한 소설들을 주로 많이 썼는데

대표작으로는 봄봄, 동백꽃,소낙비,노다지,만무방 등이 있다.

 

그의 출생지가 이곳 춘천이 아닌 서울이고 이곳 실레마을에 터를 잡고 살았던 선대의 영향과 어릴때 그 마을로 이주해

김유정은 자신의 고향이 이곳 춘천이었다라고 기억한다고 보는 일부 주장들도 있다.

그러나 원래 이 곳에서 태어났다가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대저택을 구입해 이사하고

춘천 실레마을의 집은 소작농에게 맡겨두었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 맞다고 한다.

 

 

 

 

어쨌든 곳곳에 실레이야기며 실레길이라는 이정표들도 자주 볼수 있을 것이다.

김유정역에서 좌측 김유정문학촌과 동백꽃길 방향이 아닌

우측 산골나그네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실레는 시루의 방언으로 금병산이 떡시루 엎어 놓은듯 보여 실레마을이라 부르게 되었고

실레마을 전체가 김유정 작품의 무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따서 동백꽃길, 산골나그네길이라는 등산로 이름이 생겼고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 들병이들이 넘어오는 눈웃음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등등 이름도 재미나고 토속적인

그의 작품속 이야기들이 실레이야기길로 만들어졌으니

문학기행 오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것이다.

 

 

 

 

 

"우직하고 순진한 나는 점순이와 혼례를 올리기로 하고

3년 7개월동안이나 변변한 대가없이 머슴일을 해주고 있는데

음흉하고 심술 사나운 장인은 점순이가 덜 컸다고 자꾸 혼례를 미루게 되니

나는 구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여 중재를 요청하지만 구장이 내 편을 들리가 없다.

더 참을수 없는 나는 장인과 대판 몸싸움을 벌이고 내 편을 들 줄 알았던 점순이가

아버지 편을 드니 나는 농사일이고 뭣이고 심통이 나 일손을 놓아 버린다.

다급해진 장인은 가을에 혼례를 시켜주겠다며 나를 다독이고 신이 난 나는 다시 일을 하러 간다."

 

ㅎㅎ..봄봄의 일부인데 다시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예전에는 TV문학관이라 해서

문학작품들을 단막극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작품들이 너무 그립다.

옛 풍자 드라마가 보고 싶다.

봄봄은 힘 있는 마름이 약자인 머슴을 착취하는 상황을 코믹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본격적으로 산길로 들어서면 향긋한 잣 내음이 가득하다.

잣나무숲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동안 동백꽃과 생강나무를 다른 것이라 생각하신 님들도

이곳에 오면 아하~하실수도 있겠다.

김유정이 말하는 동백꽃은 남쪽의 붉은 동백꽃이 아닌 노란 생강나무를 말한다.

생강나무를 강원쪽에선 동백나무,동박나무라고도 불렀다 하니

많은 사람들이 학교때 동백꽃을 배웠을때만 하여도 그 붉은 동백꽃인줄 알았을 것이다.

아래는 신나무 열매와 고추나무 열매다.

 

 

 

 

가는 길,나뭇가지들 사이로 금병산 정상부가 살짝 드러나고

길은 유순하고 간밤에 살짝 내린 눈길을 걷는 것도 너무 즐겁다.

거기에 김유정을 생각하며 그의 맛깔나는 소설속 한 장면들을 곱씹어 보는 재미도 좋다.

 

일제 강점기,궁핍한 농촌 현실을 그린 〈만무방〉도 재미나다.

소작농이 농사를 지어봤자 빚만 늘어나는 현실, 결국엔 자기가 농사 지은 벼를

도둑질 하는 장면에선 김유정 특유의 재치에 웃음이 나지만

농촌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그대로 엿볼수가 있다.

  

 

 

그냥 바쁠것 없이 콧노래 부르며 슬슬 걷기 더없이 좋은 길이다.

허리가 아파오면서 바삐 걷는 산행은 그만둔지 오래다.

허투로 관절 쓰는게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을 예전엔 하지 못했었다.

빨리 걷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수 있고 만끽할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저수지 갈림길을 지나고

 

 

 

 

 

20분쯤 더 진행을 하면 정상 아래 너른 헬기장 공터가 나온다.

유명한 산 몇몇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말에도 조용한 편이지만

경춘선을 이용할수 있고, 원점회귀 할수 있으니 그래도 사람들이 있는 편이다.

홀산하시는 분들도 종종 보인다.

 

 

 

 

데크와 중계탑이 있는 금병산 정상으로 오른다.

금병산(652m)은 춘천시 신동면 증리와 동산면 원창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춘천 시내에선 8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춘천시민은 물론 가벼운 수도권 산행지로 손색없는 곳이다.

전형적인 육산이라 비슷한 높이의 악산인 춘천 삼악산과도 비교가 되었다.

 

 

 

 

데크에 올라서면 춘천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니

춘천을 두루 볼수 있는 좋은 조망처 산행지다.

내 좌측으로 시내에 나즈막하게 봉긋 올라온 산은 봉의산이란 곳이다.

뒤로는 유명한 화악산이며 용화산이며 오봉산 사명산이 기다랗게 포진한 곳이지만

오늘은 그저 어렴풋 형태만 잡아볼 뿐이다.

 

 

 

 

춘천 시내와 좌측 뒤로는 화악산, 가운데 뒤로는 용화산 오봉산,

우측 뒤로는 사명산이 뚜렷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형태 알아볼 순 있겠다.

 

 

 

 

춘천의 최고봉인 대룡산이다.

최고봉답게 대룡산에서 보는 조망은 확실히 드넓고

여기 금병산에서 보지 못하는 다양한 풍경을 접할 것이다.

특히나 외계인 눈동자 같은 나도수정초를 보았던 곳이라 더욱이나 애착이 가는 대룡산이었다.

 

 

 

 

다시 내려가는 길도 김유정의 소설 속 흔적들이 가득하다.

원창고개에서 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금병산은 김유정역에서 올라 김유정문학촌으로 내려오거나

반대로 김유정문학촌에서 김유정역으로 내려가는게 일반적이다. 

김유정역 주변도 둘러볼겸 김유정 문학도 되새겨볼겸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기 좋은 산행지다.

김유정문학촌 방향으로 내려와 김유정역으로 가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김유정문학촌과 생가를 둘러보아도 좋겠다.

 

하산길은 그의 작품을 딴 동백꽃길이다.

토속적이고 풋풋한 애정을 해학적으로 그려 낸 그의 작품 동백꽃이 너무도 정겹다.

한번쯤 읽어봤을 내용들, 점순이와 수탉 그리고 소작인의 아들인 나.

소년에게 관심이 있던 점순은 구운 감자를 주면서 관심을 표하지만

소년이 알아차리지 못하자 점순은 닭싸움을 시키고,끝내 화가 난 소년이 점순네 닭을 때려죽인 뒤

겁에 질린 소년에게 자기 말을 들으면 이르지 않겠다 약속하고

둘은 부둥켜 안은채 한창 흐드러지게 핀 노란 동백꽃 사이로 파묻혀 버린다.

 

 

  

"점순은 내 수탉을 때리고 자기네 수탉과 내 수탉을 싸움 붙여 나를 약올린다.

어느 날 나무를 하고 오는 길에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켜 놓은 것을 보고 화가 난 나는

점순네 닭을 죽이고 만다.그리고 겁이 나서 울음을 터트리는데 점순이 다가와 나를 달래준다.

점순과 나는 동백꽃 속으로 쓰러지면서 화해한다."

 

동백꽃 속으로 쓰러지면서 화해라니~나이만 먹었지 헛 살아온 나보다 낫다.

살면서 한번쯤 그런 감정 느껴볼 날이 다시 찾아올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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