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와 석류나무



제대로 익은 초겨울 석류는 핏물같은 진홍색인데 아직은 촛짜들 늦여름 석류들은
비릿한 새내기들인지라 붉은 색깔만 그럴싸하지 그 아찔한 맛도 느낌도 없다




한 주먹 쥐어 앙벌리고 입안에 털어 넣으면 새콤달콤 그렁해진 눈물과 입안에
고인 침이 짜르르 단맛 신맛이다. 대여섯살 때 푸른 세라복에 하얀 카라가 달린
서울서 언니가 사보내준 원피스에 받아 처음 맛본 그 석류맛과도 닮았다




늘 조용하고 말없던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얗던 봉순이 언니는 가끔씩 우리밑에 집, 그녀
사돈댁 황부자집 대청마루 기둥에 조카의 기저귀감 하얀 소창으로 꽁꽁 묶인 체 버둥거리며
미친년이 되어 있었다. 내 손을 꼬옥 잡으며 ‘이리 와봐라’ 하던 그런 모습은 오간데
없고 닿은 머리가 흘러내려 헝컬어진 체 흐릿한 눈으로 허연 침까지 흘리는데
무섭기도 불쌍하기도 해서 난 그 자리에 선 체 소리없이 눈물만 흘린다.




보리 문둥이라던 나병환자들의 쉼터에서 잔치가 벌어진 날 봉순이 언니는
울엄마한테 나를 빌려 (?) 간다고 하고는 내 손을 잡고 산을 넘고 개울가도 건너..
어린 날 기억으로는 참으로 먼 길을 걷고 업히고 졸다가 깨다가 도착했던 것 같다.

우물가에서 시끄럽던 아지매들이 ‘아가, 쎄라야 이리와 본나’ 나를 불러서 옆의 키작은
나무에서 열매 하나를 따 줬는데 치마를 벌리라고 했는데 잘못 벌려 쏟아져 내린
그 알맹이들을 지금도 기억한다. 분홍과 빨강색은 싫어했지만 그 색은 예뻤다.




석류도 호박도 여인네들한테 좋다는데 비말네 애들은 개 닭 본듯이 먼 곳에서 서로
무심한 척 하더니만 어느새 둘이 붙어 죽고 못 사는 아이들 되어 난리들이네




박호순 순호박~ 아이들의 놀림에도 이쁘기만 한 저 호박꽃이 나는야 참 좋다
큰얼굴 황금색으로 활짝 피어 초록색 잎받침으로 대접받는 그 모습이 요염하다




지난번 나팔꽃같은 고구마꽃이 피었던 자리에서 호박이 넝쿨째 굴려 꽃을 피운다
땅에서 궁굴리고 기다가 위에 달린 석류를 보니 샘이 났던지 썩은 동아줄인 줄 모르고
석류나무 가시도 무섭다 않고 오른다. ‘석류야 봤냐?’ 혼자 좋아 깨춤을 춘다.

http://blog.daum.net/4mahp/183

* 꽃이 피었습니다 (6-19-2018) *




먹는 거에 별로 취미가 없던 내가 지난 번 다시 본 ‘대장금’ 에서 뭐가 씌였는지
아니면 엄마가 못다 사시고 가신 그 나머지 삶을 살겠다 맘먹어서인지 음식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요즘 짝꿍은 내 다른 이름으로 ‘장금이 제자 명금’ 이로 부르기도..
음식 만들면서 간도 안보던 나는 상차려 나가기전 벌써 배를 반쯤 채운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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