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자루 내던지고



여자로 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할 사명감일까?
얼굴에 분칠하고 치렁거리는 머리 틀어 올려 묶고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고상떠는 게 괴상떠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혹시나 하는 바램이 조금은 있었던가보다
고춧대가 말라 허옇게 죽어가는데도 뽑지를 못하고
오늘낼 미뤄다가 이 가을 치커리가 또 새순을 낸다.
더 이상 아낄래도 아낄게 없는 빈궁한 살림에.




호미가 빠져 자루만 잡고 앉아서 게걸음으로 긴다
이쯤에서 노래 하나 실실대며 옹알이처럼 맴을 돈다
물동이 호미자루 내사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앵두나무 처녀 (김정애)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맥풀렸네 올가을 풍년가에 장가들라 하였건만
신부감이 서울로 도망갔데니 복돌이도 삼룡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엘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




두어 번 사용하고 나면 말라서 쓸 수도 없는데
접착제 하나에 $ 8 돈을 주고 사기는 너무 아깝다.
남들은 상관않고 가만두기도 잘 하더니만 뭔가가
말썽이면 마음이 들볶으며 삿대질을 해댄다.




거기에 바둑이 넘은 뭐가 그리 궁금한지
사방을 헤메고 다니면서 기웃거리니 혹시라도
발이라도 빠져 다칠까 노심초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비싼 병원비 걱정 않하려고 얼릉 해치우고 만다.




봄똥이 있다는데 울집에는가을똥이다. 깻잎 민들레
치커리가 가을비 몇 번에 정신줄을 놓고 쉴 짬을 않준다.




복부인들처럼 사재기는 못해도 세일하는 것들 여러개씩
사다가 우아도 고상도 아니지만 나만의 가을을 챙긴다.




From: YouTube

노래: 앵두나무 처녀 (김정애 1957)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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