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만들고 우박 내린 날



보릿고개 같은 날들에도 안먹고 싶던 국수
도둑넘을 따라 살면 도둑뇬이 돼야 한다시던 엄마
말씀처럼 같은 음식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엊그제 호박 씨앗을 ‘아마 힘들겠지?’
반신반의 하면서도 새로 만들어진 텃밭에 숨겼더니
짝꿍이 숨넘어가게 불러댄다, ‘호박싹이다!’




같은 종류들로 2 ~ 5 개로 초록망 하나씩에
무조건 1 불이란다. ‘살까?’ 눈을 반짝이자 ‘맘대로 해!’
어차피 음식 만들사람 맘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도대체 뭘 먹고 힘없는 하얗고 납짝한 씨들이
저런 힘을 발휘할까? 발로 꾹꾹 밟아준 흙을 가르며
‘으랴차차’ 흡사 지진난 것처럼 땅이 갈라진다.




창가에 붙어앉아 생전 처음보는 호박싹과
우박과 소낙비들 조합에 짝꿍은 걱정이 태산이다.
혹여라도 어린 호박 새싹들 다 떠내려 갈까..




몇 십년만에 꽃사랑에 푸욱 빠진 나도 한 몫.
아직 땅에 묻지도 못하고 뿌리 드러낸 채로 꽃 피운
붓꽃들이 흐뜨러지게 꽃을 피우는데 ‘아, 심란’




이방저방 창가를 따라 돌며 머스마 가시내 둘
일 없는 사람들처럼 ‘미쳤나봐, 날씨가’ 궁시렁 거리며
다른 걱정 다잊고 또 다른 얘기속에 빠져든다.




하늘엔 하얀 뭉개구름이 솜사탕같이 떠돌고
동남쪽 기운받은 뽕나무는 ‘흥칫뽕’ 해대면서 뽕뽕뽕
한 소쿠리 따다 데쳐서 비빔국수 준비도 했는데




한치앞을 모르는 이 연옥에서 동식물들도
사람들도 혼자만 잘 나서 큰소리 뻥뻥치며 사는 삶
잘난 남의 인생들 부럽다 말고 내 앞가름이나
제대로 해내려니 머리에서 지진이 난다.




From: YouTube

노래: 외나무다리 (최무룡)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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