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날도 아닌 것처럼



처음으로 겨우 제 이름 찾아주고 또 이렇게 가위질로


명절이라고 추석이라고 한가위 달구경 하라고
한국 지인분들 만나면 지난 얘기 먹는 얘기 일해야 하는 얘기들
끝없이 이어지다 머리도 없이 꽁지도 없이 흐지부지

오랫만에 외국인 친구들 만났는데 입 맛부터 다시면서
니네 나라 ‘하베스트 문 페스티벌’ 인데 만두하고 불고기 만드니?
에쿵, 괜시레 입맛들만 살려놓고 암 껏도 안하면 어쩌자구

할 일은 태산같이 쌓여만 가는데 내 몸이 그냥
조금만 앉아 쉬자는데 모른 체 잠깐만 자리에 누웠다 일어나자는데
암 껏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먼저 앞장부터 선다

차례상? 아, 몰라.. 어떻게 되겠지 뭐~ 내내 오가며
눈을 즐겁게 해주던 저 하얀 너울꽃이 오늘 따라 자꾸 눈에도 거슬리고
몸에도 부딪히니 그래서 또 쓰레기통 배만 불린다.




16 년 동안 그냥 너울 꽃이라고 불러줬던 아이들.. 백일홍이라니?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자라난 무화과 나무가 열매는 안 맺고 덩치만 커지고
아이리스가 배가 도톰하게 열매를 품고 하늘바라기를 하는 오후



두 어 시간이나 허리도 못 펴고 캐서 씻어 놓은 민들레가
열 시간 쯤 후에 태양열에 다 녹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야들도 쓰레기통 속으로..

봄이 올 것같은 길목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던 그 봄은 참 더디게도 왔더랬습니다.
엄마의 장농속을 난장판으로 뒤집어 깊숙이 숨겨 두셨던 하늘색 타이즈 찾아 입고 바구니들고
쑥 뜯으러가는 동네 언니들 따라 나섰다가 배고픔과 추위에 입술이 파래져서 빈소쿠리
들고 집으로 날아들면 엄마가 차려 내시는 따뜻한 밥상이 기다려주고..

가을이라는데 명절날 음식이며 옷을 생각하다 뜬금없이 모든 것들이 귀하던
오십 몇년도 더 지난 어린날들이 엊그제의 일처럼 스쳐 갑니다.



상을 차리는 중에 순서와 자리 배치로 티격거리다가 인터넷한테 물어보러~
마음만으로도 행복한 한가위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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