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

미리 가본 10년 후 만물인터넷 세상/2013.12.27

작성일 작성자 자유인

미리 가본 10년 후 만물인터넷 세상

주변 사물과 기기가 ‘알아서 척척’
보이지 않는 ‘비서’가 개인을 챙긴다

2020년대가 되면 만물인터넷 시대가 무르익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10년 후, 한 30대 직장인의 하루를 가상 시나리오로 엮어봤다.


	일러스트

2023년 12월 초 어느 날 아침. 대기업에 다니는 강 과장은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나가 TV를 잠깐 응시하자 화면이 켜진다. 몇 개의 채널이 번갈아 화면에 나타났다. 아침뉴스 채널에 시선을 고정시키자 그 순간 채널도 따라 멈춰 섰다.

아나운서가 대설(大雪) 소식을 먼저 전한다. 밤새 기습적인 함박눈이 내린 모양이다. 아파트 바깥의 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이 머리에 떠오른다. 예전 같으면 차창과 지붕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한바탕 진땀을 흘려야 했겠지만 요즘엔 그럴 일이 아예 없다. 자동차에 장착된 지능형 센서가 눈 내리는 것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열선(熱線)을 가동시켜 눈이 내리는 족족 녹여버리기 때문이다.

강 과장은 오늘이 아주 바쁜 날이다. 오전에는 신규 거래처 발굴 기획안을 작성해야 한다. 점심 식사는 한국을 방문한 해외 바이어와 같이 하기로 약속이 잡혀 있다. 다음달 출시될 신제품 생산 현황을 파악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이래저래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한다.

하룻동안 할 일을 머릿속으로 잠깐 정리한 그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전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샤워부스 앞에 서자 가장 좋아하는 온도에 맞춰 물이 쏟아진다.  그는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서 빗질을 시작했다. 잠시 후 거울 한 구석이 디스플레이로 변하더니 메시지가 뜬다. “오늘 얼굴이 평소보다 푸석해 보입니다. 영양보습크림을 바르시는 게 좋겠어요.”

하긴 지난 며칠간 회사일과 저녁모임 등으로 바빴으니 얼굴이 축날 만도 하다. 그는 ‘거울이 시키는 대로’ 얼굴을 매만진 뒤 곧장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강 과장이 후닥닥 집을 나서자 그 즉시 현관문은 자동으로 보안모드에 들어간다. 잠깐 뒤에는 집안의 조명등이 자동으로 꺼졌다. 난방시스템, 가전제품 등도 절전모드로 변환됐다.

강 과장은 30대 중반을 넘긴 싱글족이다. 하지만 스마트홈(Smart Home)에서 살다 보니 독신의 불편함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근하고 나면 항상 찜찜함이 남았다. 현관문과 가스밸브는 제대로 잠갔는지, 조명등은 껐는지, 창문은 닫았는지 하는 등의 생각이 머리를 한동안 맴돌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다. 집을 비우면 스마트홈이 스스로 집단속을 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자니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강 과장은 자가용을 타고 회사로 향했다. 밤새 큰눈이 내렸다지만 도로정체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지난밤 도시통합관제센터가 값싼 심야전력을 사용해 도로 곳곳에 매설된 적설(積雪)방지 열선 시스템을 제때 가동한 모양이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눈이나 비가 내려서는 도시가 마비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도시 기반시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능형 네트워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현상으로 인한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때문이다. 도시 교통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지능형 교통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가 10여년 전에 비해 2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사옥 지하 주차장으로 접어들자 운전석 유리창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에 빈 주차공간을 알려주는 신호가 뜬다. 그는 잠깐 차를 세우고는 자율주행 버튼을 눌렀다. 요즘 웬만한 자동차에는 모두 장착돼 있는 자율주행 기능은 특히 비좁은 주차장에서 아주 효과 만점이다.

잠시 후 사무실. 강 과장의 부서 동료 중 3분의 2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는 외국 출장 중이지만 그 외 동료들은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고 있어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회의도 아주 중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온라인 화상회의로 대체한다. 10여년 전부터 서서히 도입되기 시작한 스마트워크(Smart Work)는 이제 거의 모든 직장에 정착됐다.

강 과장은 오늘 바이어와의 점심 약속 때문에 겸사겸사 출근한 것이다. 그는 지난 몇 일간 꼼꼼하게 준비한 신규 거래처 발굴 기획안을 작성한 다음 회사 전용 클라우드(Cloud)에 올렸다. 회사 전용 클라우드는 집단지성의 산실 역할을 한다. 극히 일부 영업비밀 외에는 누구나 모든 경영현황 자료를 접할 수 있는 데다 아이디어 제안 창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기획안 작성을 마무리하자 점심 약속시간 40분 전이다. 강 과장은 약속장소인 호텔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지하철로 이동했다. 요즘 지하철을 탈 때는 옛날처럼 개찰구에 카드를 대지 않는다. 원거리에서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고성능 전자태그가 카드에 내장돼 있어 그냥 쓱 지나쳐도 결제가 이뤄진다.

지하철 승강장 앞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디지털광고 디스플레이 역할을 겸한다. 잠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던 강 과장 앞에 광고화면이 펼쳐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강 과장이 주로 애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광고가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비밀은 무선인터넷과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에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크린도어 광고판이 스마트기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원리다.

잠시 후 호텔에 도착한 강 과장은 이란에서 온 바이어 카리미 씨를 만났다. 그와는 초면인 데다 페르시아어도 못하지만 의사소통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널리 보급된 스마트워치(Smart Watch)에 전 세계 언어를 통역해주는 지능형 유니버설 통역기능이 탑재돼 있는 덕분이다. 강 과장과 카리미 씨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며 거래 협상을 벌였다. 결과는 오케이!

카리미 씨는 또 다른 한국 기업 직원과 미팅이 잡혀 있다고 했다. 제법 먼 거리라서 약속장소까지 동행해주겠다고 했지만 카리미 씨가 미소를 지으며 사양한다. 그는 혼자서도 충분히 서울 거리를 누빌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스마트안경을 착용했다. 이 안경을 쓰면 외국어 표지판이 모두 자국어로 번역돼 렌즈에 뜨게 돼 있다.

카리미 씨와의 첫 만남을 유쾌하게 마무리한 강 과장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제 오후에는 신제품 생산 현황을 챙겨봐야 한다. 하지만 굳이 공장에 전화하거나 방문할 필요는 없다. 강 과장의 회사는 국내외 공장을 모두 지능형 사물인터넷으로 연결시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로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갖가지 현장 정보가 실시간으로 본사 클라우드에 뜬다. 강 과장은 그저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해 일목요연한 보고서 체계만 갖추면 되는 셈이다.

신제품 현황 보고를 마치자 어느덧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그의 스마트워치가 가벼운 경보음과 함께 오늘 칼로리 소비량이 섭취량을 훨씬 넘어섰다고 알려준다. 온종일 회사일을 해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는 평소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려한 싱글남의 겨울밤은 그렇게 찾아왔다.

/ 이코노미조선
  김윤현 기자

11월 2주 이 블로그 인기글



맨위로
통합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