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기상!

물이 없다는 것은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론 편하다.

세수하고, 샤워하고, 머리 감고..하는  아침의 분주한 일과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게 하니, 맘편한 자유시간이 생긴다.

새벽 3시 가까이 되어 도착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만달고비"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곳의 풍경이 보인다.

 

 

 

 

만달고비는 "고비의 만달라! 비로소 사막이 열리고 적막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남쪽으로 약 300㎞ 떨어져 있다고 하니,

어제 우리가 비포장 도로로 12시간 넘게 달려온 길이 300km나 되는 셈이다.

그 수치 앞에 괜히 대견함이 느껴진다.

고비사막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사막이 초원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하는데

키 작은 풀들이 흩어져 있어 양, 소, 염소들이 부족한 풀을 뜯어먹으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단다.

참으로 열악한 환경!

하지만 이곳에도 사람이 산다.

 

근처에 있는 "바가가즐링 촐로"라는 관광지를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다시 회의가 열렸다.

어제 너무 고생했으니, 오늘은 일찌감치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 숙소를 잡고 쉬는게 좋겠다는게 대세였다.

 

호텔의 허름한 부엌을 빌려,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9시 출발!

 

오늘은 유독 동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풀을 뜯으려 몰려다니는 야생 염소와 양들!

 

 

얌전하게 앉아 쉬고 있는 낙타들!

 

 

저 멀리 언덕에서 아름다운 실루엣을 자랑하고 있는 말들!

 

 

누군가 내게 몽골은 어떤 나라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이렇게 답하고 싶다.

"동물이 주인인 땅에 사람이 세들어 살고 있는 나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갈 줄 모르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 땅을 허락받고 지나야 할 것 같은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차창으로 빗방울이 톡톡 떨어진다.

건조기후인 이곳 몽골,

그것도 고비사막 지역에서 비를 만나다니...

"고비에서 비를 만나면 3년재수가 좋다" 는 말이 있단다.

감질나게 내리지만, 비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고비사막에서 우산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은 안했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양산이 필요하면 했지...

하지만 이번 여행의 필수 품목에 "우산"이 들어 있었다.

필수품으로서의 우산의 용도는 "비막이" 가 아니라 "화장실"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으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때 우산은 간이 화장실이 되어준다.

처음에는 이 조차도 민망해하던 사람들이,

이틀째가 되니,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꽤 능숙하게 볼일을 잘 본다.

 

 

한참을 가다보니, 작은 마을에서 축제가 열린 듯 했다

몽골은 7월에 전통 축제인 "나담축제"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이 나담 축제 기간은 아니지만, 미니 축제 같은 것이 열린 분위기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멈췄다.

 

초기에 나담은 종교적인 의식과 유사했었는데,

지금은 몽골 국민의 혁명을 기념하는 국경일이 되었다고 한다.

매년 7월 11일~13일에 열리는데,

"씨름, 말타기, 활쏘기"  등 스포츠 경기가 축제의 핵심이 된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기다리고 지켜본 1시간동안은 축제의 준비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말을 끌고 구경나온 아저씨도 있는가하면

 

 

한쪽으로는 빼곡히 늘어서 있는 자동차들!

 

 

전통과 현대문명이 함께 공존해있는 그 풍경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냥 저런 자동차가 침입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시대에 살면서

몽골은 그대로 정체되어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는건 너무 이기적인걸까??

그래도 몽골은 "자동차"보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자연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말의 모습!

난 그게 훨씬 몽고답다는 생각을 했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니 또 하나의 마을이 나왔다.

수줍음 많은 꼬마 숙녀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본다

사진을 찍을테니 웃어보라고 해도 좀처럼 웃지 않는다.

 

 

일행중 한분이 한아름 과자와 사탕을 안고와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과자를 받자 낯선 이방인들을 향한 일차 경계를 푸는 듯 하다.

 

 

이번엔 일행중 한분이 마치 산타할아버지처럼 한보따리의 선물꾸러미를 내려놓으신다.

그 안엔 여자 아이들을 위한 머리띠와 예쁜 핀들이 가득하다.

몽골의 현지 아이들에게 주려고 준비해오셨단다.

나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그분의 세심함에 감탄만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졌다.

 

 

예쁜 머리핀까지 선물받자 우리를 향한 아이들의 표정이 급호감으로 바뀐다.

해맑은 웃음으로 답례를 한다.

그 웃음이 몽골의 자연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때묻지 않은 그 미소는,

늘 자연을 거울로 삼고 살아가기에 가능할 것이다.

 

 

목적지인 "바얀작"에 도착하기 위해 우리는 밤 11시까지 달렸다.

저녁 6시쯤, 일찌감치 도착해서 쉴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어둠속에서 가까스로 게르캠프를 찾아냈지만,

1인당 20$ 이라는 비싼 가격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밤11시!

우리에겐 대안이 없었다.

다행이도 이곳엔 샤워시설이 있단다.

하루동안 씻지 못했을 뿐인데, 샤워시설이 있다는 말에 모두가 특급호텔을 만난 듯 환호성을 지른다.

대신 12시엔 물이 끊긴다니 마음이 급해진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달려와 만난 비싼 숙소.

12시엔 끊기는 물!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

여행 사흘째, 우리는 욕심이라는 걸 조금씩 버려가고 있다.

우리 마음 속의 욕망과 욕심이 이 대자연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나처럼, 다른 이들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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