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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선의 옹주로서 부족함이 있었더냐"
"옹주의 위엄을 잃은 적이 있었더냐"
"나의 마지막 소망은 오로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었느니라..."
기울어가는, 아니 이미 기울어버린 왕조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난 기구한 여인...모두가 힘들었던 일제시대였지만, 덕혜옹주가 평민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만큼 힘든 삶은 살지 않았을거라는 측은함이 책을 덮는 순간 밀려온다.
얼마전 덕수궁에 갔다가 고궁에 대해 해설을 해주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덕수궁 곳곳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그의 이야기 속 중심 인물은 고종황제와 덕혜옹주였다. 그 후 덕혜옹주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졌는데, 덕혜공주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며 내가 고른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덕혜옹주>였다. 덕혜옹주의 삶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 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것도 이 책을 끌리게 만들었다.
고종의 의문스런 죽음(독살설)을 직접 목격해야했던 탓에 어린 나이에 마실 물을 직접 담아 갖고 다닐만큼 주위를 경계하고, 죽음의 위협과 맞서 싸워야했다 하니 그 두려움이 오죽했을까 싶은 생각에 가슴이 저미어온다. 고종의 사랑스러운 막내딸로 태어나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 감내해야 했던 37년간의 비참한 삶, 스무살도 되기 전에 맞아야 했던 어머니의 죽음은 정신분열증세까지 낳게 했고, 일본남자와 강제결혼을 해야했던 비운의 운명, 나라가 광복된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5년간 일본의 정신병동에 감금되어 있어야 했던 슬픈 여인, 온갖 슬픔의 표상을 모두 갖다 붙인 말이 덕혜옹주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그것은 한 개인의 운명이었다고 묻어두기엔 너무나 엄청난 것이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끝내 버리지 못한 탓에 결국 딸로부터 버림받아야 했던 상황은 가장 아픈 대목으로 다가온다. "조선은 이제 없어! 망해서 없어진 나라라고! 대일본 제국의 식민지란 말이야!" 딸에게서 듣는 이 말은 분명 가슴을 후볐을 것이다. "나는 정혜가 아닌 마사에예요~!!" 라고 외치는 딸의 분노 섞인 외침에 마지막 한가닥 잡고 있던 희망마저 신기루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정신병자처럼 넋 놓고 있다가 가끔 정신이 들 때면 직접 썼다는 한마디!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그 한줄에 결국 마지막까지 참아왔던 눈물 한방울이 뚝 떨어진다.
그녀를 기억해야할 것 같다. 조선의 마지막황녀 덕혜옹주! 이 책을 읽으며 그녀를 기리게 된 내 마음이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사진 속 덕혜옹주의 모습을 마주 하고 있으니 또다시 눈물이 핑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