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휴가를 어디서 보내지?"
고민하던 중 레이더에 딱 걸린 곳!
코타 키나발루!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는 보르네오섬 북단에 위치해 있는, 말레이시아의 보석 같은 휴양지!
필리핀 남쪽에서 발생하는 태풍 궤도의 아래쪽에 놓여 있어 한번도 태풍이 지나간 적이 없는 신성한 곳!
왼쪽으로는 말레이반도가 막고 있어 쓰나미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축복 받은 섬!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람 아래의 땅, 구름 아래의 땅! 이라는데...
동남아시아의 최고봉 4095.2m의 키나발루산이 있어
키나발루의 요새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코타 키나발루!
그곳은 나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7월말,
부푼 가슴을 안고
휴가일정을 맞춘 벗과 함께 코타키나발루 직항기에 몸을 실었다.
오후 느즈막히 탄 비행기의 창가석은 그야말로 VIP석이라 할만했다.
지는 석양을 눈높이에 맞춰 내려다볼 수 있었으니...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구름 양탄자는 여행을 앞두고 붕 떠 있는 내 마음 같았다.
출발한 시각은 오후 6시 20분이었는데, 도착시각은 11시 30분!
우리나라와는 1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으니, 그곳시간으로는 10시 30분!
그렇게 5시간 정도 날아가 닿은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그곳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호텔로 안내를 받았다.
들어가는 길에 열대과일을 사가지고 갔다.
20링깃 (7500원) 어치 샀더니 꽤나 푸짐하다.
닷새 머무는 동안 결국 다 먹지 못하고 왔으니...
보존기간이 짧아 열대지방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망고스틴!
쪼개어보면 안에 흰색 열매가 들어있는데,
오렌지처럼 여러조각으로 갈라져 있다.
과즙은 정~말 달콤하다
이 과일은 람부탄!
말레이어로 람부(rambut)는 "머리"를 의미하고, 어미인 ~an은 '~것' 이라는 의미라는데
그래서 람부탄(rambutan) 이란 머리가 난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생긴 모양이 정말 머리털이 난 것 같다.
속에는 흰색의 작고 달콤한 열매 하나가 들어 있다.
그렇게 첫날밤은 열대과일의 달콤한 향에 취해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호텔창밖으로 내려다본 풍경!
전날은 밤 늦게 도착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우리를 맞이하는 아침 풍경은 정말 남국의 휴양지에 왔다는 걸 실감할만큼 근사하다.
차들은 조용히 줄지어 자고 있는 아침.
바다에선 보트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코타키나발루를 조금이라도 더 일찍, 더 많이 보겠다고 욕심 부리는 관광객들이 있나보다. 이른 아침부터...
육상교통보다는 수상교통이 더 자연스러운듯~
현지인인듯한 사람들이 힘차게 물살을 헤쳐가는 모습에서 힘찬 에너지를 느낀다.
한쪽에 정박하고 있는 수많은 배들도 바다를 끼고 있는 이곳 코타키나발루에
활기찬 이미지를 더해준다.
첫날 일정은 근처에 있는 해양공원으로 가 스노클링도 하고, 수상스포츠도 즐겨보는 걸로 잡았다.
배를 타기 위해 아침 식사 후 수트라하버까지 차로 이동!
이곳은 이국적 느낌이 한층 더 강하다.
앗! 설마 저 근사한 배를 타고 나가는건가??
잠시나마 설레었던 마음은 우리 앞으로 살포시 다가오는 16인승 보트에 실망모드로 전환~
하지만 근사한 크루즈도 보트도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늘 지도 상에서만 보아왔던 남중국해(남지나해) 위에 내가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툰구압둘라만 국립해양공원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모두 5개의 작은 섬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마누칸 섬"으로 안내를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물속을 들여다보니
꺄아~~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떼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닥터피쉬처럼 내몸으로 몰려와 살에 붙을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하고
수백마리의 물고기를 한번에 보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수중촬영 장비가 없는 관계로 증거사진을 남기지 못함이 아쉬움)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선 파라셀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늘을 나는 스릴을 느껴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냥 무난히 제트스키를 타는 것으로 대신했다.
제트스키 타는 30분동안 소리를 엄청 질러 목이 거의 쉴 뻔 했다는....ㅎㅎㅎ
(벗이 함께 탄터라 이 또한 따로 촬영을 못 했음....참말로 다행~!! ㅎㅎㅎ)
해변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는데
늘씬한 미녀들의 비치 발리볼은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덤프트럭까지 동원한 꼬마들의 모래장난!
수영복 입은 몸을 뽐내고 싶은건지 배와 어깨에 힘 빡 주고 해변을 왔다갔다하는 부자!
어머나~!! 앉아서 쉬는 건 자유인데,
엉덩이는 좀 가리시지!!! ㅎㅎㅎ
뜨거운 태양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무리들도 있으니,
다른 곳은 시커멓게 타고 썬글라스 쓴 부분만 안타면 정말 웃기겠다 싶은 생각에
배시시 웃고 돌아선다. ^^
한평도 안 되는 수건 깔아놓고,
문신한 어깨가 잘 보이도록 누운 남자!
사진 찍다가 들키면 어떡하나 숨을 죽이다가
얼굴 옆에 놓여 있는 책을 보며 살짝 안도해본다.
휴가와서까지 책을 즐겨 볼만한 사람이라면.....^^;
해먹(그물침대)에 누워 독서하는 풍경은 가장 부러운 모습이었다.
그물침대는 따로 대여를 안 한다고 하니.
이런 휴양지에 올땐 알아서 잘 챙겨둬야 할 것 같다.
드넓은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 여인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맨바닥에 누워 책을 보는 모습에선
지상낙원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도...
텐트까지 준비해 온 이들은 진정 여행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부러움도 스쳤다.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심신의 피로가 풀리니...
꼭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얼마든지 벗어 던져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혼자 앉아 있는 뒷모습은
바다가 배경이 되고보니 더욱 외로워보이기도 했다.
점심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간단히 씻고자 찾은 샤워장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주는 단비같은 그 느낌이 좋다.
몸에 담아온 바다내음과 해변의 알갱이를
자연의 물로 씻어내고,
자연의 바람으로 바로 말릴 수 있으니
허름한 시설에 비해서는 꽤 쓸만한 샤워장 같다.
한쪽에선 점심식사가 차려졌다.
물에서 놀다보니 배가 많이 고프다.
각종 해산물 요리가 곁들여진 일명 "씨푸드 바베큐"~
그 중엔 닭고기로 만든 꼬치구이인 사테아얌의 맛이 일품이었다.
땅콩으로 만든 소스까지 푹~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탓에 사테아얌으로 가는 손길이 조금 멈칫하긴 했지만
이번 여행 동안은 "다이어트"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고 맘껏 먹었다~ ^^
또 하나의 별미는 손가락 길이만한 "몽키 바나나"
호박고구마처럼 샛노란 색깔이 식욕을 돋우는데,
정말 한입거리 밖에 안되지만, 그 달콤함 앞에선
손을 통제하는 브레이크가 고장나 버려
한자리에서 열개는 거뜬히 해치운다.
스노클링하러 물에 들어갔다가 건져 올린 탐스러운 해초!
예뻐서 한참을 갖고 놀았는데, 갖고 나오려 했더니
이곳은 국립공원이라 그 어떤 자연물도 외부로 반출해선 안된다고 한다.
아쉽지만 인증샷 한컷 담고 물속으로 다시 복귀!!
늦은 오후가 되자 섬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선착장은 장사진을 이룬다.
한국에서 이곳 코타키나발루까지 비행기로 3650 km 날아온 온것만으로도 확실한 일상탈출인데,
30분 동안 배를 타고 이곳 마누칸섬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탈출로 치면 더욱 완벽한 탈출인 셈이다.
그런데
게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이곳의 바다와 바람과 하늘이 허락하고 있었다.
여유라는 두 글자를 몸과 마음이 함께 느낀 하루!
진정한 여유를 만끽하게 해준 코타키나발루!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바람은 더욱 상쾌했다.
2010년 여름
글 & 사진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