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날!
돌아가는 비행기가 밤 12시 넘어 있다보니,
온전히 하루를 더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날 하루는 조금 느긋하게 코타키나발루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이곳이, 닷새동안 있다보니 동네 거리인듯 익숙해지고 친숙해졌다.
몇블럭을 가면 뭐가 나오는지, 어디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훤해졌다.
차의 주행방향이 우리와 반대인것도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 찻길을 건널 때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 차를 살펴야 하는지,
그마저도 능숙해진 내가 기특하다.
어디를 가든 잘 적응하는 것, 그건 여행자의 필수조건이니...
10분 정도 걸었는데, 뜨거운 햇볕에 금방 지쳐버렸다.
시내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야자수들
그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잠시 땀을 식혀보기도 했다.
간판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Serve No Pork'라....
씨푸드레스토랑이라 아무도 돼지고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굳이 Pork (돼지고기)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니,
이곳이 이슬람국가임이 새삼 실감난다.
첫날, 가이드에게 질문 하나 했다가 무식이 들통나 얼굴이 벌개진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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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힌두교는 소를 숭상해서 소고기를 안 먹잖아요.
그런데 돼지고기를 안 먹는 이슬람교도들은 돼지의 어떤 면을 숭상하는 건가요?
가이드 : 제대로 잘 못 알고 계시는군요!
이슬람교도들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건,
힌두교에서 소고기를 안 먹는 것과는 정반대 이유입니다.
돼지를 너무나 경멸하기 때문이지요.
나 :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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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이슬람국가에선 돼지모양의 인형은 물론이요, 돼지저금통도 없단다.
어느 이슬람교도는 한국에 와서 멋모르고 피자를 먹었다가
피자 안에 들어있는 돼지고기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고 하니,
돼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삼겹살 맛을 평생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이 내심 측은하기도 했다.
제대로 시내를 돌아봤다고 하려면 어디부터 어떻게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또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어딘가에 좀 앉아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 즈음
백마탄 왕자, 아니 청색 택시를 타고 나타난 아저씨가 있었으니
시내 지도를 들고 가볼만한 곳좀 알려달라하니, 선뜻 자기가 안내하겠단다.
일단 차에 타긴 했는데, 구식 택시엔 에어컨도 없다.
명함 한장 달랬더니, 내 손에 전해지는 것은...크하하~ 직접 자필로 적어 만든 명함.
종이라도 좀 반듯하게 오려서 만들지....
이 기사에게 연락할 일은 절대 없겠지만,
이 또한 코타키나발루 추억의 한조각이니 잘 간직해보리라...
그가 처음으로 안내한 곳은 코타키나발루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높은 건물 대부분이 호텔과 쇼핑센터인 걸 보면 확실히 관광, 휴양도시임이 분명하다.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시외로 나가자 멋들어진 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코타키나발루 최대 불교사원이라는 <보타사>!!
승천준비를 하고 있는 지붕위의 용들부터 우리나라 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계단을 올라 일주문으로 들어가려 했더니
이런~ 막혀 있다.
옆으로 다른 길이 있긴 했지만,
일주문 통과해 사천왕상도 만나야 절에 왔다는 기분이 드는데,
산세 좋은 곳에 위치한 우리나라 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사천왕상도 없다.
대신 네명의 아리따운 선녀가 천상의 음악을 연주중이다
입구에는 거대한 코끼리상이 지키고 있다.
종교에도 나라마다 색깔이 있다는 건 인정하고 싶지만
불교와 코끼리는 아무래도 연관지어지지 않는다.
가장 이색적이었던 것은 관음상!
너무 컬러풀해서 그런가?
귀밑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짙은 눈썹까지 보유하고 계시니
신성함보다는 친근감이 앞선다. ^^
경내로 들어서니 대웅전 같은 것이 보인다.
대웅전 바로 앞에 가지런히 주차되어 있는 차들!
에휴~ 이 절에서 신성을 기대하진 말자!
대웅보전이라고 적혀 있는 곳에 들어가니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우리 나라 절에 들어가면 속세에서 벗어나 선계에 와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곳 절은 그런 경계조차 없으니 아리송할 수 밖에...
앗! 우리나라 술상표로 유명한 금복주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는 실제 중국의 미륵불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보는 나도 슬며시 미소지어진다.
어깨위에, 무릎위에, 배위에 올라타 있는 동자승들의 모습도 정겹다.
일본 스모선수 같은 이 모습은 또 어찌 해석해야 할꼬....
코타키나발루 보타사의 풍경은 정말 이국적이요, 이색적이었다.
야자수가 이국적 풍취를 더해주는 도로를 달려
코타키나발루 시내로 돌아왔다.
코타키나발루 시내에도 몇가지 랜드마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슬람 사원인 리카스 모스크다.
이 세상 모든 이슬람 사원은 특정한 곳을 향하도록 짓는다고 하는데,
그곳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라고 한다.
무슬림 (이슬람교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가보고 싶어한다는 메카!
메카 까지는 아니어도 이 곳 모스크 안이라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예전에 어느 한국인 관광객이 모스크 안에서 무례한 행동을 해
그 이후엔 여행객들에게 개방을 금지한다니 안타깝다.
물에 둘러 싸여 있어 더욱 평온하게 느껴지는데...
이슬람교도들이 기도시간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철저하다고 한다.
하루 다섯번 (새벽,한낮,오후,저녁,밤) 있는 기도 시간!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울리면
길을 가다가도 메카 쪽을 향해 기도를 하고,
택시기사 조차도 잠시 핸들을 놓고 달리며 기도를 한다니...
말레이시아 축구경기가 있는 날,
1:1로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 1분을 남겨놓고 말레이시아 선수가 골문 앞에서 슛을 날린 순간
그 공이 골인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직전에도
기도시간이 되면 1초의 지체도 없이 과감히 중계를 끊고 기도방송이 나온다고 하니
종교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된다.
어느덧 석양이 물들고 있다.
코타키나발루를 떠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움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사바주청사.
말레이시아는 총 13개의 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말레이반도 쪽에 11개, 보르네오 섬에 2개의 주가 있다.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 섬에 있는 2개의 주 중에 하나인 사바주에 있는데,
그 사바주의 청사가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것이다.
외관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30층짜리 원기둥 건물.
현지인들은 로켓빌딩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이 거대한 원기둥 건물이 회전을 한다고 잘못 소문이 나서
이곳에 와서 건물이 회전하기를 기다리는 우매한 관광객들도 있다고..
건물이 돌면 저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지러워서 어떻게 일하라고!! ㅎㅎ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과 리조트가 늘어서 있는 코타키나발루의 한쪽엔
아직도 수상가옥을 짓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으니,
코타키나발루는 두 얼굴을 가진 도시다.
그렇게 닷새간의 코타키나발루 여행이 끝났다.
초자연 속으로 모험도 떠나고,
대자연 속에서 달콤한 휴식도 즐기고...
말레이시아 안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환경을 잠시 빌려 생활한 닷새.
시리게 푸른 바다색과 뜨거웠던 태양,
그리고 이곳 음식들을
내 몸은 오래동안 기억할 것 같다.
새벽 1시 가까이 되어 탄 비행기라, 타자마자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먼 하늘이 불타고 있다.
크레센도로 연주되는 일출 전의 전주곡이 너무나 황홀해 잠시 넋을 잃었다.
떠오르는 태양과 눈을 맞추며
이 세상을 좀 더 부지런히 누벼보고 싶다는 열정이 불탄다.
여행의 끝에서,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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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여행담
"코타키나발루 편"
-The End-
그동안 애독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