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서른전에 가봐야할 여행지] 14탄 - 욕심을 버리게 만드는 섬, 욕지도!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섬!

국어 사전에 있는 수많은 단어중 한 음절로 되어있으면서 이토록 강렬하게 와닿는 단어는 흔치 않다.

앉지도 눕지도 않고 늘 같은 자세로 서 있는 "섬"! 

언제나 그자리에...

육지가 그리워도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육지가 그리워한다 해도 옴짝달싹 않고 그 자리에...

그 도도함이 부럽다가도 그 이면에 숨겨놓은 외로움과 고독을 발견하면

다가가 어루만져주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

섬은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혀 살고 있지만 결국 외로울 수 밖에 없는 나의 또다른 이름이므로...

 

<서른전에 가봐야할 여행지 28> 이라는 책엔 남도의 섬 네곳이 등장한다.

욕지도, 거제도, 소매물도, 그리고 보길도...

가을맞이 여행이라는 이름하에 그 섬들을 만나러 간다.

 

<그 섬에 가고 싶다...1부-욕지도>

 

   

통영 삼덕항에서 욕지도행 배에 몸을, 아니 차를 실었다.

통영에서  욕지도까지는 30km!

 

배를 타고 50분 정도 가면

남해에서 세번째로 큰 섬!

크고 작은 10여개의 섬으로 둘러싸인 섬!

한려해상국립공원 최남단!

욕지도가 보인다.

 

 고기잡이 배들이 정박해있는 어촌마을은,  육지에서 오는 배를 향해 미동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평화롭기 그지 없다.

 

섬과 입맞춤을 한 배는 싣고 온 차와 사람들을 섬에게 인도한다.

 

 선착장 근처엔 포장마차 횟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섬에서 맡는 비릿한 생선 냄새가 싫지 않다.

 

 먹음직스러운 "능성어" 회에 군침 한번 흘려본다. 

 

 욕지도 마을을 둘러보려 하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돌아봐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

 그때 생각난것...

 <서른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 책에 옛날 이발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이발소가 하나 등장한다.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그 이발소를 찾아나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어쩜 그곳을 찾으면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도 있을테니까...

 

 일단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께 여쭈었다.

 근처에 "화랑이용원"이 어디 있냐고....

 이름은 잘 모르지만 선착장 근처에 하나가 있다고 알려주신다.

 간판 이름을 죽 살피며 올라가다가 발견한 이발소!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한듯한 이곳은 아쉽게도 "화랑이발소" 가 아닌 "길이용원"이다. 

 자그마한 섬마을에 이발소가 두개씩이나 있다니...ㅎㅎ

 길이용원에 물어보면 화랑이용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할수없이 근처 파출소에 가서 물었더니,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발소가 있는데 거기가 화랑이용원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차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빈 결과, 드디어 발견한 이발소!

 

 그런데 이번에도 "화랑이용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마을엔 이발소만 해도 최소한 세개가 있다는 의미???

 서비스 경쟁이 엄청 치열할 것 같다.

 문득 욕지도까지 와서 자그마한 이발소 하나에 목숨 걸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습다. 

 한번 마음 먹은 건 끝장을 봐야 하는 성미도 몰래 배를 타고 함께 왔나보다.

 그 이발소를 찾기 전엔 욕지도를 떠나지 않으리~ 하는 쓸데없는 고집까지 생기는 걸 보면....

 그런데 혹시 그 이발소, 그 사이 문 닫아 없어진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슬며시 밀려온다.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고 골목을 빠져나오는데,

 앗!! 이곳은??

 화랑이용원이닷!!

 오랫동안 찾아헤메던 이산가족이라도 만난듯 눈물이 울컥 났다.

 "섬"처럼 늘 있었던 자리에 변함없이 이렇게 서 있는 것을...

  

사진 속 모습 그대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요일이라 이 이발소도 문을 닫았다는 것...

무슨 이유에서인지 섬사람들은 일요일을 지켜 쉬는 것 같다.

이발사를 만나, 이곳이 책에 나온 걸 알고 계시냐고,

모르고 계신다면 이렇게 책에 나왔었노라고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곳 토박이일지도 모르는 그 분께, 욕지도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섬에서 이발사로 살아간다는 것, 그 애환과 행복도 함께 담아가고 싶었는데...

 

꽉 닫혀진 문 앞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그나저나 섬에 들어올때부터 자동차에 연료경고등이 와 있어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선착장 근처엔 주유소가 하나 밖에 없다.

 

 

 헐~ 그런데 주유소도 일요일엔 쉰단다.

 아둥바둥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과는 다른 섬사람들의 여유로움일까?

 당장 떨어진 연료는 어떡하지??

 궁즉통...궁하면 통하기 마련! 

 마침 사무실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가 사정했더니, 흔쾌히 넣어주신다.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는 욕지도!

 해안을 따라 일주도로가 잘 되어 있어, 한바퀴 도는데 차로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이름도 강렬한 "흰작살해수욕장" 방향으로 섬일주를 시작해본다. 

그렇게 한적한 해안도로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욕지도의 숨은 멋을 느낄 수 있으리라...

 

 드넓은 바다위에 떠있는 수천개의 드럼통!

 그 풍경만으로도 장관인 가두리 양식장이다.

  

모퉁이를 돌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바다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때마침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쉴수 있는 벤치가 눈에 띄어 차를 멈췄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듯한 눈에 익은 장면이다. 

 

역시....책속에 나와있던 풍경!

무슨 사연인지 그 사이 탁자가 바뀌었다.

책으로 볼땐 이국적 느낌이 물씬 났었는데, 

직접 앉아 보니, 고향의 품에 안긴 듯

눈앞의 풍경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포근하기만 하다.

 

 때마침 배 한척이 욕지도를 향해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섬과 육지의 애틋한 사랑을 이어주는 전령사!

 쉴틈 없이 오가는 그 배가 오늘따라 기특해 보인다.

 

 섬이라는 단절된 공간에 와서일까?

 일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느낌 때문인지 여유로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책에서 본 풍경이 눈에 띌때마다 차를 세우고 내려 똑같은 풍경을 흉내내며 사진에 담아본다.

 하지만 어떤 각도에서도 똑같이 담겨지지 않는 사진 한장.

 이곳에 직접 와보지 않았다면, 책에선 사진을 좌우로 뒤집어 올렸다는 사실을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디서 고소한 향기가 난다 싶었는데, 참깨꽃이 바다바람에 장단 맞춰 춤 추고 있다.

 주렁주렁 참깨 주머니를 옆에 차고 조금은 무거운 몸짓으로...

 

 동서남북 어디든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도 섬이 가진 매력이다.

 욕지도 서쪽 전망대에 서니, 욕지도를 알고 싶어(欲知) 서성대고 있는 나처럼

 욕지도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그 수만 해도 10여개!

 날씨가 좋으면 멀리 남해 금산(사진의 왼쪽 끝)도 이곳에서 보인다고 하는데,

 흐린 날씨가 조금 원망스러워진다.

 

 

욕지도 주변에 펼쳐져 있는 섬은 사방으로 서른여개..

신기하게도 그 작은 섬들이 하나 하나 다 이름을 갖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 있는 섬의 수가 3510개라 하니,

다도해인 남해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실감해본다.

 

 

 

  섬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하기엔 조금 낯선 풍경이 있어 가던 길을 멈춰섰다.

  태초이래 바다가 섬을 품어야하는데,

  바다가 섬을 안고있어야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법인데..

  섬이 바다를 품고, 파도를 아우르는 모습.

  흡사 어머니같은 아늑함이 묻어있다.

  항상 넉넉함으로 가슴을 열고, 그 풍요로움으로 세월을 굽어보는....

  여느 섬과는 다른 욕지도만의 특별함이다.

 

 저멀리 구름모자 쓰고 있는 두미도!

 올림픽의 오륜 모양을 닮은 고등어 양식장!

 시선은 점점 가까운 곳으로 초점이 당겨지면서 결국 저 아래 집 한채에 눈길이 머문다.

 

 마을과 동떨어진 외딴 곳에 홀로 우뚝선 집!

 무슨 사연으로 바닷가 조그만 땅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지 모르지만,

 그 집은 욕지도라는 섬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섬처럼 느껴졌다.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도로위로 산책나와 있는 어미소와 새끼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한번 차를 멈춰섰다.

 

 겁없이 차도를 활보하는 소들...

  

 겁없이 전신주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간 덩쿨...

 인간이 편리하고자 자연을 파괴하며 만든 것들을

 자연과 동물들을 시켜 어루만지고 감싸게 하고 있다. 

 왜소한 몸으로 거대한 바다마저도 껴안았듯...

 

 

 

 고삐마저 풀어놓고 소 주인은 걱정도 안 되나?

 욕지도에 온 손님인 내가 그 걱정을 하고 있다.

 어쩌면 소 주인은 소에 대한 걱정 또한 "일요일"엔 쉬는지도...

 

 새천년 기념공원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퍼붓는 비에, 선뜻 내리지 못하고 차창밖 풍경을 내다본다. 

 

 일주도로변에 위치한 새천년기념공원은

 2000년 1월 1일 욕지주민의 염원을 담아 세운 공원으로,

 매년 정월 초하룻날 섬주민과 관광객들이 모여 해맞이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맞은편으로는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욕지도 중심에 우뚝선 392m의 천황산에 오르면

 욕지도의 모습 뿐 아니라 주변섬까지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한다.

 비오는 날씨에 등산까지??

 그건 과욕이다 싶어 슬그머니 가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 

  

 해안일주도로를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출발했던 선착장에 돌아와 있다.

 욕지도 한바퀴는 참 좋은 드라이브 코스였다.

 차를 타고 돌아본 탓에 주마간산 격으로 만났지만.

 욕지도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제주 올레길처럼 해안도로 20km를 트레킹으로 느껴봐도 좋을 듯!

 더 많은 시간이 허락한다면 천황산 정상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으리라.

 

 통영으로 나가는 배에 다시 몸을 싣고, 멀어지는 욕지도를 바라본다.

 '알고자 하는 섬', '알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섬'이라는 의미를 담은 욕지도(欲知島)!

 육지와 떨어져 얼마나 육지가 그리웠으면,

 얼마나 육지를 알고자 했으면 앎을 탐하는 이름으로 남았을까...

 그것은 섬의 처절한 외로움을 대변하는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나마 내게 공개한 욕지도의 모습은,

 탐하기 보다는 보듬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는 섬!

 "쉼"과 "여유로움"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섬!

  그렇게 내게 욕지도는 아이러니하게도 무욕의 섬이었다.

  

많은 것들을 비우고, 버리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제 또다른 섬,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섬, 거제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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