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서른전에 가봐야할 여행지]17탄-<보길도②>고산 윤선도가 사랑했던 섬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눈부신 아침 햇살에 잠을 깼다.

보길도의 아침!!

아~ 시원한 바다바람이 상쾌하다.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떠는데,

민박집 아주머니가 와서 말을 거신다.

 

"오늘 안 나갈거죠?"

"무슨 말씀이세요? 오늘 나갈겁니다.^^"

"아침 첫배 갔는데~??"

"아, 저는 오전에 둘러보고 점심 때쯤 나갈거예요~^^"

"오늘은 이제 배 안 뜨는데?"

"네?? 무슨 말씀이세요?"

"태풍 온다고 해서, 오늘은 배 안 떠요!!!"

"날씨가 이렇게 화창한데요?"

"날씨는 화창해도 바다엔 파도가 세거든."

"앗! 안되는데? 저 오늘 무조건 나가야해요! ㅜㅜ"

"어떡하나? 배는 떠났는데? 오늘 배 안 뜬다는거 몰랐어요?"

"몰랐어요~ 몰랐어요~ 혹시 날씨가 괜찮으면 오후에라도 배가 뜰 가능성은...?

"전혀 없어요!!"

 

아....

몰랐다.

난 섬을 두려워해야 했었다.

지난 나흘간 섬을 들락날락 하면서,

섬은 늘 그자리에서 날 기다려주고,

내가 떠나려 하면 늘 미련없이 날 보내준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섬을 못 나갈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왔고, 내일 부터는 바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태풍 오는 줄 알면서 섬에 왔다가 갇혔다고 하면, 날 이해해줄까?

화창한 날씨가 갑자기 야속해진다.

새벽부터 흐린 기운이라도 있었으면 긴장하고 나가는 배에 촉각을 곤두세웠을텐데...

 

그렇지만...

발버둥친다고 해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 시간 또한 즐길 수 밖에...

욕지도, 거제도, 소매물도에 이어, 보길도에서 마침표를 찍는 것이 내심 아쉬웠는데,

내 의지가 아닌 하늘의 뜻으로 난 하루 더 휴가를 받았다고 생각하자.

보길도와 나는 애초에 그렇게 2박3일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거다~

나의 긍정 마인드는 이런 위기상황을 합리화 하는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만....

태풍이 빨리 지나가서, 제발 내일은 꼭 나갈 수 있길...

 

갑자기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오늘은 유유자적, 음풍농월 하며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를 찾아가봐야겠다.

 

<어부사시사>를 지은 고산 윤선도...

병자호란이 일어나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자,

왕을 돕기 위해 식솔들을 이끌고 강화도로 향한다.

그런데 도중에 왕이 항복했다는 사실을 들은 고산은

다시는 세상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제주도를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남으로 내려가던 고산은 아름다운 섬을 보게 되고 그곳에 터를 잡았는데,

그 섬이 바로 보길도다.

그래서 보길도엔 윤선도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세연정!

 윤선도는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지었다고 한다.

 

 호수에 둘러싸여 있는 정자.

 그곳이 세연정이다.

 정자에서 어부사시사가 불리고,

 왼쪽 동대(①) 와 오른쪽 서대(②)는 무대가 되어 사람들이 춤을 추었을거라 추측된다.

 농민들을 동원해 땅을 파 호수를 만들고, 정자를 지어 유희를 즐기니

 당시 농민들의 원성도 있었을 것이다.

 답답한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고산의 마음이 녹아 있는듯해

 세연정을 경치가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세연정(洗然亭)...
 주변경관이 물로 씻은 듯이 깨끗하고 단정하다 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나선형으로 된 <서대>는 유희를 즐겼던 무대란다.

 

 굴뚝다리라 불리었다는 판석보! 

 우리나라 조원(정원) 유적중 유일하게 돌로만든 물막이라고 한다.

 연못의 물을 가두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물때는 돌다리로 이용되고,

 물이 많으면 위로 넘쳐 폭포를 이룬다고...

 물 많을 때 장관을 이룰 폭포의 모습을 상상하며 돌다리를 건너보기도 했다.

 

  세연정 주변에는 7개의 바위 즉 칠암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투암(射投岩) 이다. 
 연못을 향해 볼록 올라온 부분은 발 받침대로 쓰였다고 해서

 바위에 올라가 한 발을 얹고 활 쏘는 포즈를 잡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공 세연정!!

 

 문들이 모두 천장에 달려 있어, 시야가 막힘없이 확 트인다.

 

 

 특이한 점 하나 더!

 이곳 정자엔 온돌을 놓아서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냈다고 하니,

 정자 치고는 참 별난 정자로세...


 고산 윤선도가 어부사시사를 지었던 이곳!

 나 또한 이 순간의 마음을 시 한수에 입혀본다.

 

 

                    보길도

 

                                  김작가

 

  아무 걱정 없이 들어온 섬.

  나갈게 걱정이네, 

  걱정 없는 보길도여~

  나를 내내주 살리~

 

                         -세연정에서-

  

 

불안한 내 마음은 아랑곳 없이 세연정의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판석보 위에 서서 <서른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에 나왔던 세연정의 풍경을 인증샷으로 남겨본다.

 

세연정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곡수당과 낙서재가 나온다.

낙서재는 고산 윤선도가 살던 집이고

곡수당은 고산의 아들이 휴식하던 공간으로 지었던 것인데,

최근에 복원해 새롭게 꾸민듯 보였다.

 

 집앞으로 물이 휘감아 돌아 이름이 곡수당이라...

 

툇마루에 앉아 물흐르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맑아질 것 같다.

 

곡수당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어?? 저기 산 중턱에 조그만 암자가 있네~!!

암자 치고는 정말 작고 아담하다.

 

 이제 윤선도의 흔적을 찾아 가야할 마지막 장소는 동천석실이다.

 동천석실은 주자학에서 신선이 산다는 선계세상으로 이 곳 부용동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동천석실이 오늘 여정의 하이라이트가 될지도...

 "동천석실 입구"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따라 가봤다.

 150 m 면 지척에 있을 듯..

 

 

 숲속으로 들어가는 길 잎구에서 만난 담쟁이 덩쿨은 마치 나를 환영하는 현수막 같다.

 

 부용동을 내려다본다니 이 길로 산꼭대기까지 가는건가?

 150 m만 가면 나온다고 했으니...설마~ 

 

150m 는 충분히 왔다고 생각될즈음, 

동천석실은 그림자도 안 보이고, 돌다리가 하나 나타난다.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해봤다.

혹시 내가 그냥 지나쳐왔나?

그냥 지나칠만큼 아주 조그만 동굴 같은 건가?

동천석실이라는 표지판도 하나 없었는데...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정표엔 분명 동천석실 입구 150m라고 되어 있었는데... 

앗....설마??

동천석실이 아닌 동천석실 "입구" 라면....동천석실은 더 가야할수도...?

그 때서야 알았다!

 

 산 중턱에 있던 암자가, 암자가 아닌 동천석실이었다는 것을!!

 고산 윤선도가 시를 읊고 즐겼다는 동천석실은 산 중턱에 있었다.

 '부용동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라고 할 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는데!!

 

 위 아래 두개가 있는 이유는

 위에 것이 진짜 동천석실이고,

 아래의 것은 동천석실을 재현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놓은 것이라고...

 아, 보길도까지 와서 또 등산을 해야하는구나...

  

그런데!!

동천석실을 올라가는 산길은 정말 신비로웠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어떤 면에서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말 그대로 야생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름 모를 독버섯들이 돌틈 사이에서 삐죽이 얼굴 내밀고 인사한다.

 

 

 

 

그렇게 신기한 야생식물들을 구경하며 가파른 산길을 20분 정도 올라갔을까??

 

동천석실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윤선도는 날마다 이 곳을 놀이터처럼 드나들었을텐데....

난 한번 올라오는 것도 힘들다... 

 

 아! 동천석실이 드디어 눈앞에 보인다.

 그야말로 한사람 들어가면 꽉 찰 듯한 단칸방이다.

 

 잠시 윤선도가 되어 동천석실에 들어앉아 부용동을 내다본다.

 

 당시엔 전봇대도 없고, 찻길도 없는 더욱 고즈넉한 마을이었으리라...

 그런데 동천석실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니,  이곳이 섬마을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보길도는 산이 많아서 해안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산간마을로 변한다.

 그 또한 보길도만의 매력이리라...

 

보길도는 곳곳에 윤선도의 자취가 남아있다.

가히 윤선도의 섬이라고 별명을 붙여도 무리가 없을만큼...

 

 동천석실에서 내려와 이동하는 길...

 차 앞 유리창으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태풍 "곤파스"가 드디어 올라오나보다.

 여름의 끝에 올라오는 태풍과, 여름의 끝자락에서 섬을 찾아 쫓아다니는 나는

 어쩌면 어느 한 섬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겸허한 마음으로 오늘밤 난 이곳 보길도에서 태풍 곤파스와 동침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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