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입력될 때 헷갈렸던 것은 평생동안 그런 경우가 많다.
생뚱맞게도 내게 "네팔"이 그렇다.
"네팔이 어디 있는 나라지?" 라고 누군가 물으면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오는 대답!
"남미쪽?"
그렇게 네팔과 아시아는 잘 연결이 안된다.
그만큼 네팔이라는 나라가 내 관심 밖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우리와 같은 대륙 안에,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만드는데는 "여행"이 최고다.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잠자고 있었던 네팔!
2010년 가을에 만난 네팔이라는 나라는
이제 관심의 대상을 넘어
진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 같은 나라가 되었다.







제1부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장을 목격하다!
네팔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날,
그 어느 때보다 설렘이 컸다.
미답의 여행지를 향할 때면 늘 그림자처럼 따라오곤 하던 "설렘"이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광활한 중국을 가로질러 6시간 30분을 날아가 만나게 되는 땅, 네팔!
동, 남, 서..삼면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이루고,
북으로는 티벳과 맞닿아 있는 나라!
2006년까지 네팔의 공식 국명은 "네팔 왕국" 이었다.
2007년 1월, 왕정이 종식되고, 과도정부 체제로 변경되면서, 2008년에 네팔 연방민주공화국이 되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민주공화국이 된 나라가 바로 네팔이다.
연방민주공화국 같은 어려운 말을 붙일 것 없이,
네팔은 그저 세계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나라" 라는 수식어만으로도 충분하다.
8000m가 넘는 고산이 전세계에 14개가 있는데 그 중 8개가 네팔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Best 10 중에 8개가 네팔에 있는 산이니,
"세계의 지붕"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BEST 10> 1. 에베레스트 (8848m) - 네팔 2. K2 (8611m) - 파키스탄 3. 캉쳉중가 (8601m) - 네팔 4. 로체 (8511m) - 네팔 5. 마칼루 (8463m) - 네팔 6. 초오유 (8188m) - 네팔 7. 다올라기리 (8167m) - 네팔 8. 마나슬루 (8163m) - 네팔 9. 낭가파르밧 (8126m) - 파키스탄 10. 안나푸르나 (8091m) - 네팔
착륙직전 눈앞에 펼쳐진 네팔의 첫인상!
자연 속에 포근히 안겨서 욕심없이 사는 듯한 평화로움!
8일 후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선 네팔에 대한 어떤 인상을 가장 강렬하게 담아갈까...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내렸다.
명색이 "국제공항"인데도 불구하고, 단촐한 1층짜리 건물!
덕분에 활주로에 내려 공항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8000m 넘는 안나푸르나의 중간 베이스캠프까지만이라도 밟아보겠다는 의지로 네팔을 찾은 한국인 등산객이 수백명이다.
네팔은 비자가 필요한 나라인데,
비자 없이 온 사람들은 따로 줄을 서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줄선 사람은 수백명인데 비자발급하는 직원은 달랑 2명!
덕분에 앉을 곳도 마땅치 않은 허름한 공항 안에서 무려 2시간을 줄 서 있어야 했다.
나중에 만난 현지 가이드에게 비자 발급 받는 고통을 호소했더니,
내년엔 비자 없이 입국가능하단다.
네팔과 한국간에 비자협정이 체결된거냐 했더니,
그게 아니고, 2011년은 네팔 방문의 해라 무비자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입국대에서부터 귀한 여행 시간 두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네팔 여행의 적기는 2011년이 될 듯 싶다.
이번 네팔 여행의 일정은 수도 카트만두를 시작으로
안나푸르나 영봉을 볼 수 있는 포카라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
그리고 네팔 최고의 국립공원 치트완을 들러 다시 카투만두로 돌아오는 코스다.
부처의 탄생지가 인도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인도 국경 7km 북쪽에 있는 네팔 땅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 새롭다.
네팔은 최근까지 힌두교를 국교로 인정했던 유일한 국가로서
인도와 함께 대표적인 힌두교 국가이다.
현재 전국민의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고 있는데,
부처의 탄생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부분의 종교가 힌두교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공항을 나와 제일먼저 간곳은
갠지스강의 상류에 세워진 네팔 힌두인들의 최고 성지인 파슈파티넛트!
시바신을 모시는 힌두교 사원인데,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서기 477년에 처음 지어진 이곳은 10세기경에 파괴되어 지금의 건물은 이후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힌두사원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죽은 시신을 태우는 화장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사원 옆쪽의 강물을 따라 시신을 태우는 장소가 만들어져 있어 하루 종일 시신 태우는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맡게 되는 매캐한 냄새!
그게 시신타는 냄새라 생각하니 절로 인상이 찡그려진다.
네팔에 "도착"하자 마자 "떠남"의 현장을 보게 되다니...
참으로 절묘하다.
네팔에서 제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라는 이곳 화장터!
그 관광객들보다 한걸음 더 물러나서 보니
"삶"과 "죽음"의 공존을 목격하게 된다
인도인들 중에는 죽을 날이 가까워오면 조금이라도 시바신에게 가까이 가려고
몇달 전부터 이곳에 머물며 죽음의 시간을 경건하게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이들은 죽음을 "공포"가 아닌,
신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영광"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죽은 영혼을 떠나보내는 화장터의 모습이 이토록 덤덤할 순 없다.
이들에게 "떠남"은 일상이고 업무일 뿐이다.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만이 침잠한 모습이다.
좀 전에 화장을 끝낸 듯 새 장작이 새로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화장장 아래 강엔,
노는건지 일하는건지 한 무리의 아이들이 보인다.
시체가 타고 나면 그 재를 강에 밀어넣는다고 하는데 그 강에 발을 담그는게 찜찜할 법도 한데...
알고보니, 이 아이들은 뿌린 재 속에 함께 들어있었을지도 모를 "금붙이"를 찾는거라고 한다.
떠난 이들의 흔적이 이 아이들에겐 생계의 밑천이 되는 것이다.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봤던 먼나라 이야기가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니...
네팔이라는 낯선 땅에 와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다.
한쪽에선 부지런히 볏짚단과 장작을 나르고 있다.
평범해보이는 저 장작이 시신의 냄새를 제거해주는 향기나는 장작이라고 한다.
때마침 시신 한구가 도착했다.
구경꾼인지 가족인지 모를 몇몇 사람들이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훤히 드러나 있는 시신!
그 모습이 안쓰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른 쪽에선 꽤 요란한 장례가 치뤄지고 있다.
꽃장식을 시신 위에 올려놓으며 예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
떠날 준비를 끝낸 시신은 화장터까지 옮겨진다.
돈 없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태우고 남은 장작으로 화장하기도 한다는데,
새 장작이 놓여 있는 걸 보니,
이 분, 부자였나보다.
떠나는 길목에서 많은 이들의 환송을 받는 걸 보니,
이 분, 명망도 있었나보다.
그렇게 파슈파티넛트에선 또 한명의 힌두교도가 떠나가고 있었다.
"소"는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동물이어서 그런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들 사이에서
마치 "신"의 입장인듯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이 모든 광경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는 "소"의 모습이
난 더 흥미로웠다.
힌두사원 곳곳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원숭이들도
어느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이 광경을 경건하게 지켜본다.
힌두사원을 나와 이번엔 불교사원으로 이동했다.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난 언덕위 "스와얌부넛트"!!
이곳은 네팔 불교의 가장 오랜 사원이라고 한다.
가파른 365개의 돌계단을 오르는데, 곳곳엔 원숭이 천지다.
그래서 이 곳의 또다른 별칭이 Monkey Temple 이란다.
우리 나라의 서낭당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가 괜시리 정겹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어쩌면 "신앙"끼리는 통하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네팔은 "사원"이라고 해서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형성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놓여있는 불상에 당황하는 건 오히려 나같은 관광객들이다.
네팔사람들은 복을 빌기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불상을 스윽 만지며 지나간다.
힌두교도가 전체 인구의 80%인 나라에서 인구의 10%가 믿는 불교가 추앙받을 수 있는 이유!
그건 힌두교가 하나의 신만 섬기는 유일신 사상이 아닌,
여러 신을 섬길 수 있는 "다신교"이기 때문이라는 얘길 들었다.
힌두교도들에겐 부처 또한 그들이 섬기는 여러 신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거다.
네팔 인구는 3300만명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섬기는 신의 수는 인구의 10배인 3억 3천만이라고 하니,
불교, 기독교, 천주교 같은 하나의 절대자를 섬기는 종교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들의 종교 개념이 무척 생경하게 와 닿는다.
골목 골목을 돌아 만난 스와얌부너트의 상징 황금빛 사리탑!
이 정도의 탑 같으면 우리 나라에선 보호펜스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곳의 명물이라는 이 탑은 보호받기는 커녕, 내버려져 있는 느낌이다.
명색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함부로 놔둬도 되는건지....
어처구니 없게도 이방인인 내가 걱정하고 있다.
라마승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수도하고 있는 곳!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던 스님들은 관광객이 들여다보면 갑자기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전시용"인듯!!
얼마나 긴장감이 없으면,
수도 도중 세상을 집어삼킬 듯 하품 하시는 노스님의 모습은 차라리 인간적이다. ^^
이날 행사가 있어서 신도들이 많이 왔다고하는데,
행사 후 식사시간!
이들이 밥 먹는 모습에 저절로 시선이 머물렀다.
일회용 접시도 아닌 나뭇잎접시에,
일회용 수저나 나무젓가락 따윈 필요없다는 듯
오른손을 이용해 조물락 조물락 뭉쳐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그야말로 제대로 된 "친환경" 실천 현장이다.
스와얌부나트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카트만두시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카트만두"가 높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지형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네팔의 수호신인 'ने'(Ne)와 보호라는 의미의 'पाल'(pal)을 사용하여
이름부터 '신의 보호'라는 뜻을 가진 나라, 네팔!
모시는 신의 수와 행복이 정비례한다면 네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데
"그들은 과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까?"
우리나라 50~60년대 같은 거리 풍경!
어쩜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나 또한 이번 여행길에 나를 보호해줄 새로운 신 하나를 만들어 믿어보기로 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네팔다운" 모습들 앞에서 느끼는 설렘!
그 가슴뜀이 있어
난 분명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