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새로운 풍물이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들도 훌륭한 볼거리지만,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속에도 그 나라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걸 보게 된다.
네팔도 그랬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들의 표정과 행동 속엔 진짜 네팔이 담겨 있었다.
제2부 - 네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담긴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더르바르 광장!
고대 네팔 왕궁이 있는 곳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이곳엔
일찍부터 분주함이 가득하다.
바닥에 선이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기 자리를 찾아 좌판을 펼치는 노점상들!
대부분이 이런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인데,
어제 저녁 철수했던 물건들을 제 자리를 찾아 놓느라 분주하다.
날마다 깔고 날마다 치워야 하는 좌판임에도
오늘 하루를 위해 성실히 아침을 여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활력이 되어준다.
손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상품들!
똑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노점이 수십개!
남들보다 내가 하나라도 더 팔겠다는 조바심은 이들에게 없어 보인다.
맥주 박스 하나에 다 차려질만큼 단촐한 상품들!
펼쳐 놓을 것도, 정리할 것도 크게 없어 보이는 아줌마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다가 한창이다.
네팔은 길거리가 그리 깨끗하지 못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냄새가 좀 나는데,
거기다 비릿한 향기가 더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냄새를 찾아 따라가보면 그 곳엔 어김없이 이런 건어물들이 펼쳐져 있다.
잠시 지나가는데도 숨을 참게 되는데,
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팔고 있는 아저씨는 분명 후각이 마비되었으리라...
길거리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아저씨!
그 솜씨가 제법 능숙하다.
하지만 바닥까지 늘어진 하얀 천에 때가 묻는 것 쯤은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다.
키의 몇배나 되는 철제봉을 싣고 가는 아저씨!
좁은 골목길에서 커브틀땐 꽤 조심해야겠다.
다행히 세발자전거라 넘어질 위험은 없어 보인다.
네팔은 토요일이 휴일이다.
일요일엔 일하고 토요일엔 쉰다고 한다.
토요일이면 네팔 사람들이 꼭 하는 일!
이렇게 신을 만나러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작은 신상들이 몇 걸음 건너 하나씩, 좁은 지역 안에 수백개는 있다.
네팔의 힌두교도들이 섬기는 3억 3천만의 신 중 일부인 것이다
오며 가며 신상위에 꽃을 올려놓고, 쌀을 뿌리고 가는 사람들!
신께 기도를 올리기 전에는 반드시 이마에 붉은 점을 찍어야 한다.
기도를 올리기 전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하는 과정인 듯 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이
보는 이마저 경건하게 만든다.
초를 팔고 있는 아저씨는 토요일이 대목인 듯 하다.
3억 3천만의 신이 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죽은 나무 기둥에도 그들에겐 신이 있었다.
그렇게 일상인듯, 습관인듯 신을 만나는 사람들!
그 모습이 낯설고 생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비롭기도 하다.
교회도, 절도, 성당도 아닌 길거리에서
좀 과장이긴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신이 될 수 있는 곳!
그곳이 네팔이었다.
눈앞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그가 뭘하는 사람이고, 어디 사는 사람이며,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단 하나, 이마에 찍혀 있는 빨간 점을 보며,
"아~ 저 사람도 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엔 음식 파는 아저씨가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곳에선 일회용접시가 나뭇잎으로 만들어져 있다.
먹고 버려도 자연에게 해가 되지 않는....
그들보다 발달한 문명 속에서 살고 있다는 오만함이
그들의 지혜로움 앞에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다.
엄마 아빠는 신께 기도를 드리느라 분주하고,
제보다 젯밥이라고 아이는 먹는데 정신이 없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하마터면 다가가
"한입만~~"
할 뻔 했다. ^^
여자 아이들은 사진기를 들고 있는 나를 낯설고 신기한듯 흘끔흘끔 쳐다본다.
"괜찮아~ 신경쓰지 말고 맛있게 먹어!"
웃으며 한국말로 외쳐 줬다.
그러자 다시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아이들!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은 통하나보다.
한 쪽에선 5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열공중이다.
그것도 아주 섹시하고 요염한 자세로!
그 모습이 발칙하면서도 귀여워서 한참을 쳐다봤는데,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주변에서 쳐다봐도 아랑곳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튀는 색깔의 옷도 옷이지만,
얼굴엔 특수분장까지 하고 있다.
사진으로 담아두면 재미있겠다~ 싶어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가이드가 행동에 제동을 건다.
저들에게 들키면 사진 모델로 쓴 댓가로 돈을 줘야 한다며~!!
저 사람들은 돈 받고 모델이 되어주는 사람이란다.
웁스~!!
그래서 돈을 지불한 다른 관광객을 향해 포즈를 취하는 틈을 타 몰래 한장!!
어쩜 포즈도 "돈 내놔~" 하는 포즈!!
끼고 있는 반지도 동전으로 만든 듯하다.
어쨌거나 광장에서 기념품 팔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하루 수입이 더 많아보였다.
초록 풀을 지붕으로 이고 있는 가게 모습이 이색적이어서 사진을 찍는데,
한 청년이 자기를 찍는 줄 알고 슬쩍 폼을 잡는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헉~ 설마 사진에 찍혔다고 돈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슬쩍 걱정이...
하지만 네팔 말을 할 줄 알았다면 내가 먼저 한마디 해줬을거다.
"당신 찍는거 아니니 어깨에 힘 빼셔용~!! ^^"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 한모금 물고 있는 아저씨는
무슨 걱정을 하고 있을까.
혼란한 정치 걱정?
당장 먹고 살 걱정?
아니면 자식 교육시킬 걱정?
문득 그 모든 걱정을 놓고 일상을 벗어나 있는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자에 옷도 점잖게 차려 입으신 할아버지!
그런데 신발이 슬리퍼??
재미있는 것은 네팔 사람들의 90%가 저런 검정색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는거다.
그야말로 검정 슬리퍼는 네팔의 "국민 신발"이다.
그 옛날 우리네 검정 고무신이 그러했듯...
어느 노부부, 손을 잡고 걸어가지만, 표정은 꽤나 무미건조하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무뚝뚝하게 한발 앞서 걷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 남자 같다.
공공장소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가는 남자들!
어머머~!! 동성애자 아니야??
한번 의심해보지만,
네팔 남성은 서로 손을 잡고 길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관습일뿐 동성애의 표시가 아니라고 한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건축물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또한 내가 받은 충격중 하나였는데,
몇백년 몇천년 된 유산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게 보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풍경이 커다란 문화적 충격으로 와닿았다.
아예 자기집 안방인듯 편하게 자는 사람도 있다.
저렇게 자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나~
보는 내내 불안불안한데,
오수를 즐기고 있는 이 남자는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아예 신발까지 벗고 앉아 담소를 즐기는 여인들!
그야말로 자기집 안방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않고,
사소한 것에서 체면을 차리지 않고,
그렇게 자신을 얽매지 않고
더 많이 소유하려 하지 않고,
신의 보호하에 있다는 믿음으로 어쩌면 우리보다 더 자유분방하게 사는 사람들!
그 모습이 슬쩍 부럽기도 했다.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아 놓고보니,
멋진 풍경이 갖지 못하는 맥박이 느껴져서 좋다.
그 모습 그대로가 지난 역사이고, 살아가 있는 현재고, 또 미래인 사람들!
그 속엔 분명 진짜 네팔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