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8000m 넘는 산들의 향연을 보기 위해 포카라로 출발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약 200 여 km!
그런데 시간은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어? 200km를 7시간 간다면, 시속 30 km??
특정한 날이 아닌, 평소에도 이 정도라면....
네팔의 도로 사정이 어떨지는 훤하다.
그래서였구나...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 만났던 등산객들,
안타푸르나에 오르기 위해 왔던 그들은
카트만두 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로 간다고 했다.
도로는 좁은데 차들은 어찌나 많은지...
카트만두 시내를 벗어나는데도 한시간 가량 걸렸다.
그렇게 카트만두를 벗어나 시외로 접어들 때쯤,
네팔 현지인 가이드가 심각한 얼굴로 전화통화를 하더니,
오늘은 포카라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한다.
아니, 왜??? 하는 사람들의 황당한 표정에
이어지는 가이드의 말이 가관이다.
"어젯밤 비가 와서 포카라로 가는 길에 산사태가 났는데 커다란 바위가 도로에 떨어져 길이 막혔답니다"
이 말을 듣고 떠오르는 세가지 의문!
첫째!
아무리 큰 바위가 떨어졌어도 설마 차선을 다 가로막았겠는가?
차는 좀 막히겠지만, 정체되더라도 떨어진 바위 피해서 그냥 통과해가는게 낫지 않나?
둘째!
바위가 떨어져서 죽어도 못간다면 치워줄때까지 좀 기다리는 게 낫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건 시간 운용으로 볼때 비효율적이지 않나?
셋째!
바위를 치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다른 길로 돌아서라도 가면 되지,
길 하나 막혔다고 그곳으로 못 간다는 건 말이 안되지 않나?
그 하나 하나의 질문에 가이드는 거침없이 답변을 해준다.
첫째! 가는 길이 비록 고속도로이긴 하나, 왕복차선 다 합쳐도 차 한대가 넉넉히 지나갈만한 폭이라,
바위가 가로 막았다면 오고 가는 차 모두 올 stop 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헉!"
둘째! 아마도 그 바위 하나 치우려면 오늘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해야 할 거다.
작업이 더디어질 걸 생각하면, 사실 내일도 갈 수 있다는 장담은 못하겠다.
"헉!"
셋째!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가는 길은 그 길 밖에 없다.
"헉!"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헉~" 소리 밖에 안 나왔다.
그러면서 새삼 드는 생각!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구나!!"
너무나 터무니 없는 사실에,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이라고, 가이드가 우릴 속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 포카라로 가지 않고 카트만두에서 하루 더 체류하는 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가이드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날렸다.
그렇게 해서 다시 돌아오게 된 카트만두!
그곳에선 또 하나의 이색적인 유적지를 만났다.
4부 : 세계문화유산이 파탄지경? 파탄시티(Patan City)를 가다!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카트만두 일대엔 말라 왕조의 세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카트만두, 박타푸르, 파탄은 그 세왕국의 도시였다고 하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카트만두와 분리되어 있지만,
카트만두에서 파탄이나 박타푸르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카트만두 중심지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파탄시티!
파탄 시티는 "미의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한때는 네팔에서 가장 번창한 도시였다고 한다.
불교문화가 꾸준히 발달해 7세기 무렵에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불교도시였지만,
18세기 말, 샤왕조가 네팔전역을 통일하면서
파탄 고유의 역사는 끝나게 되었다고...
하지만 불교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어서 지금도 불교순례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미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아름다운 유적들이 눈에 띈다.
기둥 하나 하나에 조각상들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불상의 모습이다.
한때 불교도시였던 그 명성이 느껴지는듯 하다.
옛 건물의 모습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문제는 보존 상태가 형편 없다는 것이다.
네팔 사람들에게 이곳은 "과거의 유산" 이 아닌 "현재 삶의 터전"이다.
파탄시티 유적지 전체를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는데.
보존 상태가 너무나 형편없다.
천년은 넘었을 유적 옆으로 바로 붙어 있는 현대식 건물들!
그리고 이런 유적 따윈 아랑곳 않는다는 듯 같은 기반에 같은 높이로 솟아 있는 전봇대!
바로 옆으로 나있는 골목은 한걸음만 들어서면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쭉~ 늘어서 있는 한평짜리 가게들!
슈퍼마켓!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뭐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화가 서비스 되는 곳!
골목 끝으로 보이는 파탄시티 유적지와
사람들의 삶의 공간 사이엔 그 어떤 경계선도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온 관광객의 눈엔 그저 낯설기만 하였다.
이들에겐 과거에 번창했던 고대왕국의 유적도,
현재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이라는 허울도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자신의 신들에게 들이는 공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러한 유적지에 들인다면...
천년 넘은 이 유적들이 후대에 더 오래 오래 전해질텐데...
그들에게 이곳은 오가는 길목이요, 앉아 쉴 수 있는 놀이터인 듯하다.
고대 건축물 안에서 자고 노는 사람은 흔하고,
심지어 밥까지 해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서,
유네스코에서 관리를 제대로 안 할 경우 세계문화유산을 취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단다.
만약 경주 불국사, 다보탑, 석가탑에 저렇게 사람들이 올라가 놀거나 자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9시 뉴스에 날텐데...
문화재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과
현재 삶의 공간으로 자유롭게 누리는 것!
어떤 게 더 나은 것인지 생각해보지만, 답은 없다.
그저, 파탄시티가 진짜 파탄지경에 이르지 않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