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의 호텔방엔 특이하게도 양초가 있었다.
'분위기 내라고 있는건가? 그래도 호텔에 양초는 좀 특이하군!'
그렇게 품고 있었던 의문은 저녁식사 시간 되어 확실히 풀렸다.
호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는 것이다.
호텔측에선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곳곳에 초를 켠다.
10분쯤 지나서 다시 전기가 들어왔고, 식사를 재개하려 하니 다시 꺼지는 전등!
그렇게 몇번의 정전을 반복하다 보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간신히 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는데, 그렇게 정전은 3~4번 더 이어졌다.
전기 수급 사정이 좋지 않아 이곳에서 정전은 일상다반사라고...
네팔의 인프라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흰색의 커다란 양초!
그것은 분위기 내기 위한 용도가 아닌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번의 정전을 경험하며
룸비니에서의 첫밤이자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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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 코끼리 타고 정글 속으로~ 로얄치트완 국립공원
"네팔 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은??"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할거다.
"뭐니뭐니해도 히말라야의 만년설이지~"
그런데 네팔은 만년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 밀림 같은 녹색지대!
로얄치트완 국립공원에 발을 디뎌놓는 순간부터였다.
또 다른 네팔의 색깔! 그것은 더없는 푸르름이었다.
932 ㎢의 면적을 자랑하는 치트완(Chitwan) 은
밀림지대의 심장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는데,
아시아에서는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국립공원이다.
무엇보다 멸종 위기인
벵골호랑이와 인도코뿔소의 마지막 서식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멸종위기의 희귀 동물 외에도 들소나 멧돼지 등 야생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외에도 사슴, 원숭이, 거기다 450종의 조류들이 야생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쉽게 호랑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코뿔소는 눈앞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어떤 야생동물도 함부로 덤빌 수 없는 코끼리는
이곳 사파리의 최고 교통수단이다.
등에 사각형 틀의 안장을 얹은 코끼리가 기다리고 있다.
저 사각형 틀에 들어가 한명씩 앉아서 타는 것인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다.
먼저 코끼리 등에 오른 사람이 모서리 쪽에 다리를 빼고 앉는다.
그렇다면 설마...??
그랬다!
코끼리 한마리는 4인용이었던 것이다.
3m 정도 높이에 설치된 탑승대에 올라 코끼리 등 위로 발을 옮기는데 다리가 후들후들한다.
코끼리 등에 올라타니 저~ 아래로 아득하게 보이는 땅에 어질~
이 안장은 제대로 단단하게 매어져 있는거겠지?
코끼리가 앞발을 들고 서는 일은 없겠지?
호랑이가 나타나 코끼리를 공격해오면 어떡하지?
안장 모서리 한구석에 앉아 별별 소설을 다 써본다.
드디어 정글 속으로 출발~~!!
정글투어는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음산한 정글 속으로 들어가는 마음이 그렇지 않아도 긴장 가득인데,
날씨까지 스산함을 더해준다.
내리는 비에 코끼리 발자국은 그대로 웅덩이가 되어 버렸다.
정글 속에서 우리를 처음 맞아준 건, 사슴이었다.
나무 뒤에 숨어 있는데다가, 키큰 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는 탓에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코끼리의 등장에 놀라 살포시 숨어 있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사슴이었다.
후두둑 후두둑~
수풀을 헤치고 도망가는 녀석들은 "멧돼지"다!
나무 위에선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내려다보고 있다.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 야생 천국! 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여기 저기서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걸 보다 보니,
길다랗게 뻗어있는 나무 가지를 보고도
커다란 사슴 한마리가 배를 하늘로 향해 누워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마치 동아줄처럼 자란 나무가지는 신기하기만 하다.
그 옛날 타잔이 "아아아~ 아아아아~" 하며 정글 속에서 타고 다녔던 게 이런 가지였구나!!
어릴 적 동화 속 한장면을 30대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하는 순간이다.
코끼리 등에 올라탄 사람들은 야생 동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놀라며 사진 찍기에 바쁜데,
정작 코끼리는 그 모든 것에 아랑곳 없이 풀 뜯어먹기에 바쁘다.
이게 바로 동상이몽?
숲을 지나니 너른 들판이 나온다.
정신 없이 사진찍기에 바쁜 사람들!
그들 앞에는 코뿔소 모자가 있다.
멸종 위기에 있다는 인도 코뿔소!
코뿔소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멸종 위기의 귀한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생긴건 정~말 못생겼다!! ㅎㅎ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건지 어느덧 많은 코끼리가 한 곳에 모였다.
다른 동물들은 숲속에 숨어버리고, 또 도망가버려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코뿔소만은 느긋하게 제대로 볼 수 있으니,
코끼리 트래킹 코스 중엔 이곳이 하이라이트일듯 하다.
이제 또다른 야생동물을 만나러 다시 숲속으로....
하지만 시끌벅적한 사람 소리에 다들 도망갔는지,
야생동물들은 그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았다.
비로 인해 불어난 물 앞에서 잠시 주춤하던 코끼리는
몰이꾼이 머리 위를 톡톡 몇번 치자 발을 한발 한발 몰 속으로 내딛는다.
올라탄 사람들에게네는 배멀미가 밀려오는 순간이다.
다시 한번 나타난 초원 위!
이번엔 낮잠을 즐기고 있는 코뿔소 모자를 만났다.
사람들이 보고 있음에도 아랑곳 않고 쿨쿨 잘 자는 코뿔소!
얼굴을 새끼쪽으로 바짝 향해있는 것을 보니 어미 코뿔소의 새끼보호본능이 느껴졌다.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
지구상에 몇 안되는 야생 공원을 누비는 이들은 참으로 행복한 동물들이다.
코뿔소가 깰까봐 다들 사진도 조용조용~ 조심조심 찍었다.
그렇게 2시간여동안 로얄치트완국립공원을 코끼리를 타고 누볐다.
처음 코끼리를 탔을때 밀려왔던 코끼리 멀미는 가라앉았는데,
딱딱하고 불편한 안장 때문에 엉덩이엔 불이 났다.
저멀리 처음 탔던 탑승대가 보였다.
슬슬 내릴 채비를 하는데, 코끼리는 그곳을 그냥 휙 지나가버린다.
어리둥절~!
왜 안 내려주는거지?
이대로 우리를 태우고 어딜 가는거지?
그런데 코끼리가 우리를 태우고 간 곳은....
마을 한복판!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을을 활보한다.
이상한 건 마을 사람들 또한 이 장면이 익숙하다는 듯,
코끼리 위에 타고 있는 우리에게 손까지 흔들어준다.
알고보니, 코끼리는 이대로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줄 참이란다.
이 코끼리는 그 숙소에서 소유하고 있는 코끼리라고...
마을길을 코끼리 타고 활보해보다니...
길 옆 집들의 지붕보다 높은 곳에 앉아서 집과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기분~
오호~ 괜찮은데??
그런데, 이대로 숙소로 가면, 내릴 땐 어떡하지?
설마 3m도 넘는 코끼리 등 위에서 땅 위로 뛰어내려야 하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숙소 앞에도 코끼리 탑승대가 따로 있었다.
코끼리가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는 그 모습이 낯설고도 신선했다.
어쨌거나 네팔에 와서 생전 처음 코끼리 타고 사파리 투어도 다 해보고!!
코끼리 타고 마을길도 걸어보고!
네팔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움이 있는 나라였다!
그나저나 그 유명한 벵갈호랑이는 안 만난 건
운이 좋았던 걸까, 운이 나빴던 걸까?
그나저나 그 유명한 벵갈호랑이는
안 만나서 다행인걸까?
못 만나서 아쉬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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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여행 글 베스트로 뽑혔네요. ^^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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