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국도는 어느덧 내륙으로 들어가고,
해안도로의 바톤은 31번 국도가 이어받았다.
해안도로를 타고 포항 구룡포에서 경주 감포항까지 달려
감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데다 시설도 호텔급인 숙소 하나를 찾아냈는데,
숙박비까지 저렴해 감동을 주었다.
언젠가 이 곳에서 하룻밤 더 자고 싶어서라도 감포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감포의 아침...
햇살가루까지 뿌려져 은은히 빛을 발하는 바다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저기 가는 배는 이른 아침에 조업을 나가는 배일까, 아니면 지난밤 조업을 끝내고 들어오는 배일까...
그 배를 호위하듯 쫓아다니는 갈매기들을 보니 들어오는 배인듯~
새들이 생선냄새를 맡지 않고서야 저리 쫓아다니진 않을테니 말이다.
바닷가 마을의 아침, 그 활기를 느껴보려 항구로 나갔다.
멈추어 서 있는 것들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생동감!
그리고 활기!!
배 옆에선 막 잡아온 싱싱한 생선을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생선들은 감포항의 풍요로움을 대변한다.
서둘러 나가는 배가 있어 그 쪽을 바라보다가 우뚝 서 있는 등대들을 발견했다.
배의 신호등, 등대!
그런데 등대마다 색깔이 다르다.
멋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색깔마다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항구, 어느 포구를 가도
육지에서 보았을 때, 하얀 등대는 항상 오른쪽에,
빨간 등대는 항상 왼쪽에 있다.
흰색은 포구에서 바다로 출항하는 쪽이고,
빨간색은 바다에서 포구로 들어오는 쪽이다.
바다에서 항구를 바라볼때
빨간색은 우측에 장애물이 있으니 좌측으로 가라는 뜻이고
흰색은 좌측에 장애물이 있으니 우측으로 가라는 뜻이다.
노란 등대는 주변에 위험물 있다는 표시!
바다에 길이 없지만 위험을 알려주는 신호등이 있어
지나는 배들은 든든할 것 같다.
항구 근처에서 식사할만한 식당을 찾다가 눈길 끄는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이문보다 사람을 남기겠습니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한 사람이라면 감히 샏각도 못할 말인데...
얼굴도 모르는 식당 주인이 존경스럽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다 오래남는 것은 아니니,
저 사장님의 믿음대로 이문보다는 더 오래 남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휴~~!!
간판과 유리창에 적혀 있는 글자가 족히 100글자는 넘겠다.
뭐가 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이토록 빼곡히 글자를 채웠을까..
그 때 간판 맨 위에 적혀 있는 "야구인의 집" 이라는 다섯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야구인??
혹시 내가 아는 프로야구 선수인가?
마침 아주머니가 나오시길래 왜 이곳이 야구인의 집인지 물었더니,
당신이 프로야구 선수 어머니란다.
그것도 미국으로 진출한 메이저리거의 어머니!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백차승 선수!
2008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제5선발로 활약했으나,
2009년에는 부상으로 한경기도 출장하지 못하고 방출당했다.
재활치료를 거쳐 지금은 회복단계라 조만간 다시 활약하는 그를 보게 될거라고 귀띔을 해주신다.
동해바다에 오면 "물곰탕"을 먹어봐야 한다는데 감포까지 내려오면서 아직 물곰탕을 맛보지 못했다.
물곰탕이 되냐고 여쭈어보니,
"당연하죠~"
메이저리거의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듯 싶어 이곳에서 물곰탕을 먹기로 결정!
아주머니는 살아있는 물메기를 바로 건져 올린다.
물메기!
원래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물고기다.
생김새가 흉해 잡자마자 다시 바다로 던져버렸는데,
이때 물메기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내어 "물텀벙"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강원도에선 흐물흐물한 살집과 둔한 생김새 때문에 "꼼치" "물곰"이라고도 불린다.
남해안에서 겨울철에 많이 잡힌다고 하는데, 12월부터 2월말까지 제철이란다.
물메기탕은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유명하고,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추운 날씨에 건조시켜 찜을 하기도 한다고...
물메기에 묵은 김치를 썰어넣어 끓인 곰치국도 유명하다.
(참고 : 네이버 백과사전)
자리에 앉았더니 따뜻한 스프 같은 것이 나온다.
잔뜩 의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맛봤더니,
세상에~ 숭늉이다.
그런데 숭늉치고는 뭔가 색다른...
숭늉에서 미숫가루 맛이 났다.
바닷가라 그런지 밑반찬도 생선조림과 젓갈이 주빈이다.
마침내 등장한 물곰탕!
미나리가 잔뜩 들어간 맑은 국물을 한숟갈 떠 먹었더니
전날 과음한 것도 아닌데,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이래서 다들 물곰탕~ 물곰탕~ 하는구나!!
그런데 생선살은 흐물흐물~
정말 부드럽다.
준비된 양념소스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자동 해체!!
물곰탕에 묵은 김치를 넣고 푹 끓인 것을 "곰치국"이라고 한다는데,
이집에선 김치 대신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주기도 했다.
물메기와 미나리가 어우러진 시원한 맛!!
여느 해장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울릉도 가는 배편을 하루 늦춰 다시 예약해두고
감포 주위를 배회하며 혹시나 하고 기대를 가져봤는데,
역시나 다음날도 울릉도행 배는 뜨지 않는단다.
이제 울릉도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할 것 같다.
남은 동해안을 더 알뜰히 즐기는 것만이 최선인 듯!!
차를 타고 다시 31번 국도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