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구례] 빨간 우체통이 잘 어울리는 절....<지리산 화엄사>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여행을 다니다보면

언젠가 한번쯤 와본 듯한 친근함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데자뷰 (旣視) 일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이 희미하게나마 떠오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경우를 빼놓을 수 없으니

와보긴 했으나 결국 건성으로 다녀간 것이다.

 

학창시절, 

앞사람의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갔던 수학여행이 그랬다.

 

부모님과 함께 다녔던 여행,

엄마한테 뭘 먹자고 하지? 아빠한테 뭘 사달라고 하지?

오직 그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다닌 여행도

바리바리 준비해 다니며 밥 해먹고 수다 떠는 것에만 집중했지

발길 닿는 곳이 어딘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여행후 흔적을 남겼다면,

여행하는 마음가짐이 달랐을텐데...

갔던 곳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텐데...

 

산수유를 보러 무작정 달려갔던 구례!

그곳엔 언젠가 한번쯤은 와본듯한 친근함이 드는,

려하면서도 숙한 찰,

화엄사가 있었다.

 

 

화엄사는 처음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선...

그런데 개울을 따라 걸어올라가는 그 길이...너무나 친근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기억!

"아~ 초등학생 때 엄마 아빠랑 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들렀던 곳이 이 화엄사였구나!!!"

이 길은 알고 있을까.

그와 내가 구면임을...

 

와본 적은 있으나, 화엄사에 대한 잔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음 번에 이곳을 다시 찾을 땐

내가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요히 흐르는 계곡물은 들뜬 발자국 소리마저 차분해지도록 만든다.

 

 

화엄사 입구에 이르자, 안내판 하나가 눈길을 끈다.

뜬금없이 국립공원에 대해 공부좀 하고 가라며...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미국 옐로우스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는? 지리산!

우리나라에는 몇개의 국립공원이 있을까? 20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은? 다도해!

육상공원 중 최대면적은? 지리산!

최소면적을 가진 국립공원은? 월출산!

 

훗날 내가 출연할지도 모르는 퀴즈프로그램에 이 문제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처럼....

 

 

국립공원에 관한 정보들을 하나둘 입력하다보니,

우리나라 국립공원 20곳 다 돌아보기 프로젝트를 계획해봐도 좋을 듯 하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곳

우리나라 관음성지 33곳도 둘러봐야 하는데...

여행을 다닐수록 숙제가 자꾸 늘어나니 큰일이다.

 

 

화엄사 일주문 앞에는 빨간 우체통이 생뚱맞게 서 있다.

이 깊은 산사에 우체통이 존재하는 이유는?

세속을 벗어나 있으면서도 속세와의 소통창구가 필요했던걸까?

도심 속에선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우체통이라,

괜히 더 반갑기도 하다.

 

 

절 안으로 들어가는 길, 담벽이 참 신기하다.

어쩜 저렇게 돌들이 한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딱딱 맞을까.

 

 

한번쯤은 템플스테이를 하고픈데,

하게 된다면 지리산 정기를 듬뿍 받고 있는 이곳 화엄사가 좋겠다.

내 안에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들과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고즈넉한 산사에서 한번쯤 성찰해보고 싶은 마음!

 

 

화엄사는 6세기 중엽(544년)에 창건되었는데

임진왜란때 주지였던 설홍대사는 300여명의 승려를 이끌고 왜군에 대항하다 전사했다.

그 때 5000 여칸의 건물도 전소되었다고...

 

 

석조물을 제외하고, 현재 남아있는 전각들은 모두 임진왜란 이후 세워진 것들이라고 한다.

 

 

대웅전을 향하는 길,

발 아래로 뭔가가 줄지어 늘어서 있어, 보니... "등"이다.

 

 

석가탄신일이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오색의 연들이 찬란한 빛을 뿜을 준비를 한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의 기원을 담아 불 밝히려고 기다리는 오색등들!

그 아래에 서니 설렘의 숨결이 느껴진다.

 

 

 

 

 

 

새옷을 입은 오색연등과, 오랜 세월을 입은 석탑을 지나면

각황전이 천년의 미소를 짓고 있다.

 

화엄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각황전은 오래된 사찰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2층 건물이다.

밖에서 볼때는 2층이지만, 내부는 단층 구조로 되어 있다.

 

처마는 단청으로 채색하지 않고 나무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처마를 받치고 있는 촘촘한 나무구조는 그 어떤 채색보다도 화려하다.

 

 

 각황전은 조선 숙종 25년(1699)에 건축되었는데

불교를 괄시하고 유교를 숭상했던 조선 시대에 이렇게 큰 각황전을 지었다니...놀랍다.

게다가 각황전 현판 글씨가 숙종의 친필이라니...더욱 놀랍다.

 

 

각황전 앞 석등은 높이 6.4m로, 우리 나라 석등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한다.

가운데 기둥이 장고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한데,

이는 통일신라 후기 석등에서 자주 사용되던 디자인이라고...

 

 현존하는 가장 큰 목조 건물과 가장 큰 석등 때문일까?

화엄사가 묵직한 비중으로 다가온다.

 

 

절 앞마당에 꽤 키 큰 나무가 있어 목이 젖혀지도록 올려다봤다. 

크고 이쁘게 잘 자랐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박정희 전대통령이 심은 거라고 한다.

1964년이면 거의 반세기가 흘렀는데...

나무가 자라는 동안 강산이 5번은 변했겠구나...

 

 

시원한 약수가 흐르고 있어 한바가지 들이켰다.

 

 

 

그런데, 신성한 절에서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입구의 빨간 우체통도 생뚱맞다고 생각했었는데,

절의 약수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짝짓기 중인 거북이와

단청없이도 화려했던 각황전까지 확실히 각인됐으니,

화엄사에 왔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섬진강 재첩국을 맛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재첩국은 민물조개인 재첩으로 만든 맑은 국인데, 경상도 지방의 토속음식이다.

 

재첩은 낙동강 하류와 섬진강 부근에서 많이 채취되는데,

토감한 재첩에 부추와 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어릴때 부산에서 살 땐 많이 먹었는데, 서울에선 보기 힘든 음식이다.

 

 

작은 뿜어내는 시원한 국물맛은 오롯이 섬진강의 향기다. 

 

 

 

꽃을 찾아 떠난 남도 천리.

자칫 들뜨기 쉬운 그 길 위에 화엄사가 있었다.

 

이처럼 좋은 계절엔,

좋은 사람, 좋은 인연 더블어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화엄사의 우체통...

 

봄을 찾아 떠난 봄꽃여행에서 만난

또다른 축복이 아닐까...

 

 

 

글 & 사진

영원한 봄처녀를 꿈꾸는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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