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서른전에 가봐야할 여행지]22탄 - 합천 황매산 모산재에 통곡바위 만들고 온 사연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수려한 금수강산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65%가 산이다.

자타공인 산악국가임에 틀림없다.

 

근데 <산>이란 무엇일까?

『 육지의 표면이 주위의 땅보다 훨씬 높이 솟은 부분 』

-"D'사 발행 새국어 사전-

.....의 절묘한 정의!

 

훨씬 높이 솟은 부분?

훨씬?

훨씬은 얼마나 높은 곳을 말할까?

이런 경우 사전도 제 구실을 못한다.

 

모름지기 산악국가에 살면서 산에 대한 정의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브리태니크 백과사전에는

2,000피트(610m)이상의 경우에 산이라 칭하며,

영국의 법령으로는 사전과는 달리 표고 1,000피트이상을 산이라하고,

미국에서는 표고 2,000피트이상을 산이라 칭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높이로 산이라는 벼슬을 하사하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그 지역 주민이 산이라 칭하면 정부에서도 산이라 기록해주는,

 대단히 인간친화적인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해발 5m도 안되는 인공산도 있다고...

 

반면 우리의 경우는,

일단,표고 100m이상을 산이라고 칭하고(산림청 보도자료)

특별히 제주도의 경우에는 오름 386개중에서,

8개의 오름만 산으로 대우한다.

 

참고로,

명실공히 산악국가인 우리나라에는,

산림청기준...4,440개의 산이.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기준...11,859개의 산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낮은 산은...전북 군산시 소재 "소뫼산"(해발 18m)라고 한다.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산에 대해 제법 관대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 높이로써 기준되어지고

높이로써만 존재하는

산!!

 

지난 겨울,

1,000m이상의 산들을 오르내리면서,

산에 어느정도 적응하고 있다고 내심 자부했는데... 

 

그런데...

얼마 높지도 않은

황매산 모산재(모악재)에서

나는 목 놓아 울고 말았다...

 

 

 

황매산이 있는 경남 합천에는 기묘한 형상의 만물상 3형제가 있다.

큰형 격인 국립공원 가야산 백운동과

작은형 격인 남산제일봉,

그리고 막내 황매산 모산재가 그것이다.

 

이정표를 접하고,

등산화 끈을 조일 때만 해도 싱그러운 산의 기운에,

풀내음과 흙내음이 건네주는 풋풋함에,

가벼운 흥분마저 느끼고 있었다.

 

 

산!!

장엄하다!

아름답다!

지혜롭다!

그리고, 후일담이지만,

산은,

무섭다...!

많이...

 

 

모산재...

산꾼들은 대체로 모악재로 부른다.

우리나라 3대 '악'산...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그리고,

내가 붙인 4대 악산!

모악재!

 

 

처음에 시작되는 평탄한 오솔길!

이 때만 해도 솔향기를 만끽하고,

새소리에 일일이 맞장구도 치고,

신났다.

 

 

그런데 오솔길은 5분이 지나면 끝나고, 바윗길이 이어진다.

 

 

얼마나 필 곳을 찾기 힘들었으면 저 생명은 바위를 뚫고 나왔을까.

이 험한 세상의 질곡을 안다면,

앞으로 뿌리내리고 그늘을 비껴가야할 엄청난 내일을 안다면,

눈비 맞아가며, 풍파에 찌들 기나긴 세월을 안다면,

저렇듯 무모한 탄생을 서둘렀을까...

모든 생명에는 축복이 따라야겠지만,

차마....

 

 

서서히 악산다운 자태가 드러나는데,

먼 산은 언제나 아름답다.

최소한, 내가 다가가기 전까지는...

 

 

 

이름난 악산답게,

이미 많은 산꾼들이 왔다간 흔적들...

몽골의 서낭당을 방불케한다.

 

 

 항상 행복의 끝머리에서 불행은 시작된다던가.

음풍 농월과 유유자적이 끝날무렵...

고난은 그렇게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암벽등반이 취미인 것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암벽까지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동아줄에 내 안위를 맡기며

줄을 잡은 두 손에 잔뜩 힘을 준다.

 

 

 

 

끼야오~~~~~~~~!!!!!

이 경사는...

 올라갈 땐 땅이 이마에 붙고,

내려올 땐 땅이 뒤통수에 붙을 지경이다.

 

계단 끝에 오르니 기다리고 있는 황매산의 명물!

 

 

바로 돛대바위다.

 

 

책에서 볼 때도 그 형상이 기이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아직 반도 안 올라왔는데 벌써부터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모악재 정상을 찍고, 반대편 북동릉 쪽으로 하산할 예정인데,

그 쪽도 만만치 않아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겁이 나 죽겠는데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온통 "절벽주의" 표지판!!

 

돛대바위 옆에 앉아 쉬자니,

그 아찔함 때문인지 땀이 금방 식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보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곳을 넘어가려면 커다란 바위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옆은 아찔한 낭떠러지다.

바위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만약 올라갔다가 미끌~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판이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다보니, 발은 접착제라도 발라놓은듯,

바닥에 찰싹 붙어 떨어질 줄 모르고,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먼저 올라간 친구가 빨리 오라며 손짓하고 있는데

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그 친구를 애절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하나도 안 무섭다며, 절대 미끄러지지 않을 거라며

친구는 달래고 타이르는데,

발 아래 아찔한 낭떠러지를 본 나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앙~~~!! 나 못 가겠어!!"

 

그러자 친구 왈~!!

"그럼 왔던 길로 혼자 내려갈래?"

경사 90도에 가까운 철 계단을 타고 다시 내려가라고??

"으앙~~~!! 그건 더 못하겠어!!"

결국 모악재 바위 앞에서 난 통곡을 하고 말았다.

 

바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119 구조헬기라도 와서 나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늘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면...

그건 정체되어 있는 것일게다.

하기 힘든 것, 불가능할 것 같은 것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나를 한뼘 키우는 길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틈만 나면 산을 찾는 것인데

바위 하나를 넘지 못하고 이렇게 주저앉을 순 없었다.

 

'그래, 가보자. 10만원 넘는 이 등산화가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게 만들었겠어?

겁 많은 나 자신은 믿긴 힘들지만, 이 등산화는 믿어보자!!'

 

그렇게 해서 흐르던 눈물을 닦고,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양쪽 다리를 가볍게 풀어주고,

한 발 내딛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끝에 잔뜩 힘을 주고

나머지 한발도 힘껏 옮기다보니

드디어 바위 위에 올라섰다.

여전히 발밑은 아득하지만, 내가 이걸 못해 10분동안 울고 있었던가...생각하니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앞으로 황매산 모악재..하면 이 바위가 가장 생각날텐데,

정신이 없어 그 앞에서 사진 한컷 찍지 못했다.

한참을 올라가서야 내려다보이는 그 바위 사진을 한 컷 찍을 수 있었는데...

 

 

 

이곳을 찾은 김작가라는 사람이

쉬이 넘질 못하고 그 앞에 주저 앉아 목놓아 울었다는 전설의 그  바위!!

난 그 바위에게 '통곡바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은 두팔 두다리 모두 동원하고도 모자라  네발로 기다시피 해서 오르고,

바위의 품에 안겨 좁은 바위 틈새를 지나기도 하고,

 

 

평탄한 오솔길도 지나 마침내 다다른 곳...

 

 

 

 

모산재 정상!

해발 767m...

그것은 숫자에 불과했다.

내겐 7670m를 넘어온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높이였다.

몇 미터를 오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오르느냐, 어떤 걸음으로 오르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저 높이가 내게 일러주었다.

 

 

 

정상,...

정상은 언제나 좋다.

비록 짧은 시간 머물고,

또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무게감이 남아있지만...

 

 

 

정상은 많이 보인다.

정상은 멀리 보인다.

정상은 그래서 편하고 좋다.

그런 정상은 반드시 오르는 댓가를 치러야한다.

그것도 많이...

 

그래도 한번쯤은 오르고 볼 일이다.

 

 

 

 저 아스라히 까마득한 길,

저 길이 내가 통곡으로 지나왔던 길이란 말인가.

그 힘들었던 길도

지나온 길은 항상 아름답다.

 

 

 

 사람, 절대 나이로 평가해서는 안되듯이

산, 절대로 높이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역시 숫자는 반드시 괄호 속에 넣어서 써야한다는 걸

절실히 느겼다.

모악재(767m)...이렇게!

 

 

 

이곳 모악재는 내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번 산행길은 또 어떤 아련함으로 추억될까...

 

 

 

비록 내려갈 일이 또 걱정이지만,

정상에 온 이상 빼 놓을 수 없는 의식이 있다.

 

 

한바탕 고된 노동과 땀을 쏟아부은 뒤의 정상주 한잔!

한바탕 통곡을 쏟아붓고 난 이후라 그런지

그 맛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동!

그 뒤의 술 한 잔!

말이 필요없다.

 

"캬~~~!!!"

 

 

하산길도 꽤 험난해보이지만,

내려갈 길은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걸 보면

힘든 고난을 겪으며 분명 한뼘 크긴 컸나보다.

 

 

 

 

 

 

 

겁없이 성큼성큼 내려오며

바위산이 정겹다고 느껴질 즈음,

재밌는 바위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결바위??

남여의 순결을 시험할 수 있다는 곳으로

이 바위는 평소 사생활이 순결치 못한 사람은 들어갈 수가 없으며

만약 들어간다 해도 바위가 오므라들어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있음??

 

 

이렇듯 순결한 노동과,

이렇듯 순결한 호연지기와,

저렇게 순결한 푸르름이 있고,

저렇게 순결한 하늘이 가까이 있는데.

여기까지 와서 또 어떤 순결을 덤으로 찾는단 말인가.

눈앞에 보이는 이 모든게 순결이고

이 모든게 진리인데...

여기서 더이상 그 무엇을 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순결을 모독하는 것.

이 자체가 순결이고 그 이상인것을...

 

'저 바위틈으로 한번 들어가볼까?'

했던 호기심을 접고, 발길을 돌린다.

 

 

처음으로...

통곡을 하면서 올랐던 길...

누구는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고 하지만,

굳이 그런 형이상학적인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산은 오를 만한 그 본연의 값어치가 있다.

 

나 자신과의 투쟁,

아무리 친해도 나를 온전히 들어다 저 정상에 내려놓을 수는 없다.

나를,

 내가 걸어온 길을,

남이 걸어간 길을,

그리고 남과 더불어 내가 걸어 가야 할 길을...

이처럼 처절하게 보여주는 곳은,

단언컨대,

산 말고는 없다.

 

이 산,

모악재를 통해서

또 한 뼘 훌쩍 커 있는

나를 찾을 수 있어서...

나는

이 산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렇다고해서 이 모악재를 두번 오르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 사진

산에만 오면 잃어버린 날개를 찾는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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