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다니며 '산맛'이란 걸 알게 됐다.
같은 음식도 산에서 먹는 것은 맛이 다르다.
한바가지의 땀을 흘리고,
가쁜 숨 속에 내 안의 나쁜 기운을 다 뿜어내고,
산 정상에 우뚝 서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마주하는 나만의 조촐한 파티!
산해진미,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소박할수록 맛이 더하는 신비함이 있다.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
산맛!
그것은 살아있는 맛이기도 하다.
성인봉에 오르며 야무지게 챙긴 나만의 간식거리들!
올라오면서 명이나물을 좀 뜯어왔더니,
보쌈정식 못지 않은 풍성함이 있다.
쌈에 들어갈 고기들!!
1번타자, 붕어빵!
붕어빵 안에 붕어는 없지만,
지금껏 붕어빵을 쌈싸먹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붕어빵 쌈을 먹어보고 맛있으면 특허라도 낼 참이다.
2번타자, 멸치!!
그래도 이 녀석은 명색이 한 때 물 속에서 살았던 진짜 생선이다.
오래전부터 막걸리의 절친!
고추장만 있으면 최고의 안주가 된다.
3번타자, 육포!
비싸서 자주 사먹진 못하지만,
산에 올 때는 꼭꼭 챙기게 되는,
나름 영양만점 소고기!!
세가지의 고기를 명이나물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아 본다.
마늘 맛이 나는 명이나물 뿌리를 뚝 떼어 함께 올려놓으니
마늘이 따로 필요없다.
아~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하지만, 함부러 입에 넣을 순 없다.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지 않으면 진정한 맛이 아니지!!
성인봉 정상에서의 세러모니를 위해
아침 식사 했던 나리분지의 산마을 식당에서 작은 페트병으로 한병을 사 온 터였다.
정상에서 마시는 정상주!!
그 막걸리 한 모금은
아무리 정숙한 여인이 마셔도
"캬~~~~ 좋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야무지게 싸놓은 나만의 요리, 명이나물 보쌈을 입에 넣는다.
......
어머??
이게 무슨 맛이야??
아삭아삭한 명이나물...
뿌리의 알싸한 마늘맛이 멸치의 비릿함을 잡아주고,
명이나물의 상큼함이 육포를 더욱 담백하게 해준다.
게다가 달달한 붕어빵까지 한 맛을 더하니
가히 환상적이다.
큰일이다.
이 맛에 반해, 하산할 생각이 없어졌다.
아침식사 했던 식당에서 남은 반찬을 좀 싸온게 있었는데,
그 귀한 더덕도 있었다.
명이나물과 더덕에 묻혀 빛나진 않지만,
그래도 쌈이니만큼 고기 한 점 빼놓을 수 없어 육포 끝에 고추장을 찍어 올린다.
붕어빵의 재발견!!
전혀 기대를 안 했던 붕어빵이 한 맛 더해주니
머리와 꼬리 부분까지도 버릴 순 없다.
그렇게 더덕 넣은 보쌈 완성~!!
......
더덕의 알싸하고 시원한 맛이 더해져,
또 하나의 일품 요리가 탄생했다.
고사리가 다른 반찬과 섞이다보니 적당히 양념이 되어버렸다.
더덕에 고사리까지 얹어 또 한 입!
명이나물 쌈에 각종 고기(?)와 다채로운 나물까지...
이건 정말 기가 막힌 맛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재료들을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로 만들어내는 명이나물에 감탄하게 된다.
부지깽이 나물까지 들어간 명이나물보쌈은
아....
그저 감탄사 밖에 내뱉을 수 없었다.
산에서 먹어 산맛!
살아있는 맛이라 산맛이라 했었는데,
명이나물은 그야말로 산맛의 진수를 보여줬다.
"성인봉에 올라 명이나물 보쌈 먹을래?"
라고 누군가 유혹한다면,
당장 울릉도 가겠다고 따라나설지도 모르겠다.
단, 지천에 명이나물이 깔린 4~5월에만!!!
성인봉에서의 조촐한, 아니 화려한 파티의 맛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듯 하다.
나리분지까지 무사히 하산한 후엔
다시 하산주 한잔~ ^^
울릉도의 별미라는 "씨껍데기술"
정말 각종 씨와 그 껍데기들이 눈에 띈다.
곁반찬으로 나온 부지깽이나물이 맛있어
별다른 안주 없이도 술은 잘 넘어간다.
씨껍데기술엔 뭐가 어울릴까...고민해보는데,
더덕무침이 살짝 당기긴 하는데
울릉도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삼나물회' 라니...
갈등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
더덕무침 반, 삼나물회 반!
아주머니께 가능할지 물어보니, 흔쾌히 그리 해주신단다. ^^
그나저나 "삼나물회"의 정체가 정말 궁금하다.
활어회처럼 생선이 들어갔을까?
육회처럼 소고기가 들어간걸까?
잠시후 삼나물회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냥 "삼나물 무침"이다.
그러니 따로 절반 주문한 더덕무침은
삼나물과 함께 무쳐버렸다.
하하하~
유쾌한 반전이다.
삼나물은 어릴때 잎이 삼(蔘)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인삼의 성분인 사포닌이 많고 담백질이 풍부한 고급 나물이라 값도 쇠고기값에 버금간다고 한다.
그래서 울릉도에서는 삼나물무침이라 하지 않고 '삼나물회'라고 부른다고...
귀하신 삼나물회의 맛은
정말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실제 고기맛도 난다.
명이나물 보쌈으로 방점을 찍고
삼나물회로 마무리한 성인봉 등정!!
그것은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였고,
또한 산맛의 진수였다.
글 * 사진
막걸리를 준다하면 에베레스트도 마다 않는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