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한낮에도 인연의 등불을 밝히는 곳....강화도 전등사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강화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연륙교로 이어져 있어서,배를 타지않고도 들어갈 수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강화도는 우리 슬픈 역사의 박물관이다.

강화도는 우리의 감출 수없는

애환과 생존의 고뇌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대륙의 외침이 있을 때면,

백성들의 안위는 팽개친 채

위정자들의 명보전만을 위해 부끄러운 모습으로 숨어들었던 곳이 여기 강화이다.

그런가하면,

아무런 방비없이 맞이한 서구의 포탄을

민초들의 온 몸으로 막아낸 곳이 또한 이곳 강화이다.

 

국조 단군 왕검의 흔적마저 서려있는 마니산이 여기있고,

숱한 민초들의 눈물을 지켜본 1,600년의 고찰도 있다.

 

풍수가들은 마니산은 할아버지의 산이라 하고,

정족산은 할머니의 산이라 했다.

가마솥을 엎어 놓은 듯한 정족산.

그 정족산이 품고있는 전등사를 찾았다.

 

 

학계의 공인된 사찰로서는 성문사(소재지불명), 아불란사(소재지 불명)에 이어 

국내 세번째로 오래된 고찰이다.

현존하는 사찰로는 최고(最古)의 도량인 셈이다.

(전등사는,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서기 381년 창건,

필자의 사견으로는 우리나라 불교가 해양전래를 통해

영호남지방에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된 사찰이 최소한 3~4곳은 있다고 확신함.

이를테면, 영화 "달마야 놀자"의 배경이었던 경남 김해의 은하사, 장유사,

그리고 지리산 자락의 칠불사..이들 사찰은 최소 서기 1세기경에 창건된 것으로 판단됨.>

 

전등사 대웅보전 앞에 마주보고 있는 두그루의 은행나무,

그들도 수령 500년 이상을 자랑한다.

조정의 과도한 세금징수를 질타하여 지금도 은행을 맺지않는다는 전설을 가진 저항의 나무다.

 

 

전등사의 대웅보전은 보물 제178호다.

전등사에는 이외에도 약사전(보물제 179호)과

범종(보물제 393호, 서기 1097년 중국하남성에서 만들어졌슴)등의 보물이 있다

 

어쨌건, 대웅전은 숨소리도 경건하게, 행동도 조신하게 하는 곳이다.

 

 

어느 사찰이건 대웅전은 가람의 근본이다.

그런데....여기 대웅전은 기발한 파격이 있다.

우리나라의 그 어떤 사찰에서도 본적이 없는...

나부상(裸婦像)이 있다.

벌거벗은 여인상이라...

가장 성(聖)스럽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또 그렇게 지향하고 있는 곳이,

사찰아니던가...

그런 곳에 성(性)스러운 형상이라니....

 

 

전설에 의하면 저 여인조각상의 주인공은 사찰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도목수의 내연녀로서,

도목수의 돈과 마음을 죄다 훔쳐도망간 여인이란다.

그래서 그 여인에 대한 복수인지,

아니면 부처님의 가피로 그 여인을 용서하고자 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지금은 부처님의 본당을 지키는 처마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

처음보는 한국판 카마수트라로 명명해도 될듯.

 

 

벌거벗은 네개의 여인 조각상은 모두 형태가 다르다.

한국 전통 불교미술의 파격을 떠나서

대웅전의 벌거벗은 여인상은 제대로 한 번 연구해 볼일이다.

 

 

전등사의 창건시 사명은 진종사(眞宗寺)였다

진나라에서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이 땅에 들어온 아도화상이

터를 닦은지 1,600여년,

그동안 수많은 화재로 소실되기도 하고 다시 중창을 하기를 수없이 반복,

왕실의 사찰, 호국의 사찰, 사고(史庫)의 사찰등.

다양한 역할을 겸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역경과 재탄생을 겪은 전등사!

 

 

여느 사찰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어서 사물하나 소품하나마저

그저 새롭다.

 

 

이렇듯 흘러 지나가는 사찰이 아니라,

언제, 시간 한 번 제대로 내어 수삼일이라도 머물면서,

내 시간을...그리하여 비우는 시간이라도 한 번 만들어야하는데...

 

 

저기 저곳에 생경하게 서있는 현금지급기처럼,

아직 편리함과 안일함을 놓지 못하는 속인의 본능.

그래서 나는..아직도 많이 멀었다.

 

 

도처에 현금지급기가 있는 것은 이 사찰에 오신 나그네들께 편리함을 드리기 위함이다.

결코 어떤 이들의 이윤추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순수하게 믿어야 한다.

그렇게 믿고싶다.

그렇게 아름답게 믿을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나를 비울 수 있을 것이다.

 

 

물 흐르고 꽃피는 자리는 많다.

비단 여기 뿐만이 아니고.

세상 도처에 세월 맞춰,

꽃은 제대로 피고 물도 자신의 부피와 질량만큼 흘러간다.

그 꽃을 제대로 보지못하고 그 물에 손을 쉽게 담그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내 탓일 뿐이다.

 

 

인연(因緣)....

내가 좋아하는 참 좋은 말이다.

인연은 사람과 사람사이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오늘 내가 이자리에 있게 함도 인연이다.

오늘 내가 이 시공에서 갖는 이시간의 느낌도 소중한 인연이다.

아름다운 날, 건강하게 여기 전등사를 거쳐감도

내겐 대단히 고맙고 기억해야 할 정말로 고귀한 인연이다.

 

 

저 돌과 돌이 각자 다른 바위로부터 갈라져 나와,

저렇게 무게 중심을 유지하고 서로 살을 맞닿은 채 만날 수 있는 확률..

그렇게 하여 저 돌을 쌓은 사람들의 소망을 이룰 수 있도록 저자리에 있을 확률...

내가 이 시간에 저돌탑을 나의 뷰파인더에 담을 확률...

아마도.

그런게 인연일 터...

 

 

만추(晩秋)...

익을대로 익어서 터져도 모자랄 고찰의 가을 언저리.

미련이 알알이 모여서 차마 떨어지지 못한 낙엽처럼,

주렁주렁 열린 저 나무위의 까치떼들은 알고 있을까....

 

저들은 나중에 어디로 갈까.

그리고 더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까.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고자 산사의 나무위를 저렇게 고집처럼 지키고 있는 것일까,

교회 앞마당의 나무위에 앉은 새는 천국으로 가고,

산사의 나무위에 앉은 새는 열반에 들 수있을까.

 

오늘같이 하늘 높은 날,

조금이라도 비운 만큼,

천국같은 꿈을 꾸며,

열반같은 잠이나 잘 수 있다면 좋겠다.

 

 

 

 

전등사 나부상의 그녀, 떠나야 했던 그녀의 속내가 무척 궁금한

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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