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게 만든 1등 공신은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천궁동굴(天宮洞窟,Thien Cung Dong)!!
'하늘의 문' 이라는 의미로, 하늘처럼 넓고 화려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배가 어느 섬으로 진입한다.
매표소와 안내문이 보이는 저곳이 천궁동굴로 가는 입구다.
산 중턱 즈음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저곳이 천궁동굴인가보다.
바다유람만 할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가벼운 등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롱베이가 세계 7대 자연유산에 선정되기까지
베트남에서도 많은 홍보를 했나보다.
세계 7대자연유산에 하롱베이를 투표해달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동굴들은 입구에서 헬멧을 쓰고 들어가게 하는데,
이곳은 헬멧을 주지 않는다.
날카로운 돌에 머리라도 부딪히면 어떡하려고!!!
하지만...
그건 나만의 기우였다.
입구와는 달리 내부는 상당히 넓다.
마치 실내 운동장 같은 느낌!!
당연히 내부에 들어가는데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천장이 엄청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게 있다.
동굴 천장이 올록볼록~
엠보싱 화장지의 안쪽 면처럼 볼록볼록 홈이 파져 있다.
가이드가 설명한다.
저 천장을 보고 학자들은 예측한다고.
이 동굴은 어떤 충격에 의해 천장과 바닥이 뒤 바뀌었다고...
저 부드러운 홈은 물이 흐르면서 낸 침식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
땅은 평평하고 천장이 올록볼록한 걸 보면
천장과 바닥이 뒤바뀐게 분명하다고...
이 동굴의 역사는 최소 만년에서 최대 70만년까지 보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사이에 천장과 바닥이 뒤바뀌는 일은 몇번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천궁동굴은 천장이 아주 높다는 것 외에도
내가 가본 우리나라의 여타 동굴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지도,
벽으로 물이 흘러내리지도 않는다는 것!
동굴내부가 상당히 건조하게 느껴졌다.
동굴 속에 들어왔는데 전혀 시원하지도 않다.
말을 해도 울리지 않는다.
가이드의 얘기가 물이 흐르지 않는 이 천궁동굴은
죽은 동굴이라고 했다.
그 순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나라의 동굴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천궁동굴 안에서 유일하게 물이 있는 곳!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이 천궁동굴은 1903년 어느 어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을 처음 발견한 어부는 동굴 내부가 이토록 넓다는 걸 짐작이나 했을까.
길이 130m의 웅장한 동굴 내부!
동굴 가운데는 '하늘의 지붕'이라고 불릴 만큼 높고 웅장한 천정이 자리잡고 있는데
4개의 종유석 기둥이 이를 떠받치고 있다.
이 넓고도 은밀한 공간은
월남전 당시, 베트남 공산군들의 은신처로도 활용되기도 했었다고...
가이드는 동굴 안의 여러 형상에 이런 저런 이름을 갖다 붙이며
우리에게도 이름을 지어달라고 한다.
수만년, 수십만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작품에
반짝 아이디어로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바위에게만은 '이쪽 바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 ←이것처럼 '이쪽으로 가세요' 할때 쓰는 방향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많이 닮았다.
세상에서 가장 많다는 거북바위가 이곳에 없을리가 없지.
거북이 모양을 한 바위 앞에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가는데...
거북이 머리를 만지고 가면 복이 온다는 속설이라도 있는지,
거북이의 머리만 반질반질하다.
멀리 베트남까지 와서 거북이 등에 얹혀 있는 퇴계 이황 할아버지!
반갑다고 해야하나, 안스럽다고 해야하나...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밝혀 놓아 화려함은 극대효과를 이루지만,
자연미가 퇴색되는 듯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그 조명에 반사되는 사람들의 실루엣만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모두가 한곳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이 성스럽기까지 하다.
석회동굴 안에서 올려다 본 하늘구멍!
저 하늘 구멍 때문에 이 동굴의 이름이 '천궁동굴' 이 되었다고...
저 하늘구멍은 출구와 통해있는데,
그곳에 비치는 사람들의 실루엣도 가히 환상적이라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으악~ 이건 누구의 발이야!!
동굴을 나오면서 깜짝 놀랐다.
긴 치마를 입고 절벽에 걸터 앉아 있는 어느 여인네의 발인 듯한 형상을 한 바위다.
모른긴해도 저 바위에도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망부석 같은 전설이 있을 듯...
수십만년전 과거로 돌아갔던 신비의 동굴 여행에서 나오니
현실의 눈앞엔 역시나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절경이 펼쳐져 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도 그 아름다운에 매료되어
하롱베이만은 폭격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수십척의 배들이 마치 자리쟁탈전을 하듯 선수를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저 중 한대는 우리팀을 기다리고 있는 배일터...
하행길을 서둘렀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쪽배 상인들이 성업중이다.
이 아주머니는 구비하고 있는 해산물이 너무 소박하다...싶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자연 그대로의 이동식 수족관!!
그 아이디어가 너무나 기발해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한꺼풀씩 벗겨 그 속살을 들여다보니
하롱베이는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문화도,
수십만년의 세월이 만들어놓은 자연동굴도,
파도도 감히 범접하지 못한 하롱베이 바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