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에서의 마지막 밤,
가이드는 발마사지와 전신마사지 옵션을 권한다.
요즘 동남아 여행을 가면 이런 마사지 옵션이 꼭 들어가 있는데,
발마사지 20$, 전신마사지 40$,
결코 싸지 않은 마사지 옵션을 자꾸 권하는 것이 조금 불쾌하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끝낸 시각이 7시쯤!
베트남에 여행 와서 초저녁부터 호텔방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쉬워
발마사지를 받지 않는 사람들끼리 숙소 부근 야시장이라도 둘러보겠다고 하자,
가이드는 펄쩍 뛴다.
가이드 없이 다니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며!!
자기는 마사지 가시는 분들을 모셔야 해서 함께 갈 수 없다며!!
우여곡절 끝에, 일어나는 모든 사고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겠다고 약속한 후
마음 맞는 이들과 호텔을 나섰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야시장이 있었는데,
현대식으로 깔끔히 정비되어 있어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다녀야 하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아도 되었다.
가장 베트남 스러운 물건들을
다양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역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것은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
아오는 '옷' 을 의미하고
자이는 '길다'는 뜻이라고 하니
아오자이는 한마디로 '긴 옷' 인 셈이다.
아오자이는 옆이 트인 긴 상의와 바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늘씬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굉장히 섹시한 옷이다.
다양한 스타일로 화려하게 변형된 것들이 많았는데,
내 몸매가 조금만 날씬했어도 한벌 샀을텐데... 아쉽다. ㅎㅎㅎ
재밌는 것은 옷가게들마다 한복을 팔고 있다는 사실!!
한류문화가 베트남까지 불어닥쳐
요즘 베트남에선 한복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단다.
한복의 화려함을 베트남 사람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하는데...
하지만 베트남 전통 의상을 구경하다가 만나는 한복은
친숙하기보다는 낯설다.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와
베트남 전통모자인 '농'을 쓰고 있는 아가씨들!!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곳에서 장사하시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어도 곧잘 했는데,
"1개 천원!"
"싸다 싸!"
"예뻐요!"
이런 말들은 기본이고,
7달러 하던 수저통이 4달러까지 내려가며 먼저 흥정을 붙여 오더니,
급기야는 "얼마면 돼?" 하며 원빈멘트까지!!
기분 좋게 흥정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흥정하고 나면 사야할 것 같아서,
슬며시 미소만 짓고 돌아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예쁜 접시들도 많아, 사고픈 충동을 여러번 느껴지만
현명한 여행객은 짐을 늘리지 않는다!!! 는 평범한 진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장 주차장엔 차는 한대도 없고 온통 오토바이다.
오토바이의 나라, 베트남의 진면모다.
베트남에 와서 가장 베트남 사람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난 단연코 이 야시장을 둘러봤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어느 정도의 위험은 어딜가도 도사리고 있는 법!
패키지 여행을 다니면 늘 겉핥기식으로 여행하고 오는게 아쉬웠는데,
이렇게 야시장이라도 하나 맘껏 활보하고 나니, 얼마나 뿌듯한지...
근처 호프집에 가서 베트남 맥주인 사이공 맥주와 하노이 맥주로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
맥주 맛이 크게 신선할 것은 없었지만,
사이공맥주도, 하노이맥주도,
이곳 베트남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행복임에는 분명했다.
다음날 아침,
다시 하롱베이와 작별하고 하노이로 향했다,
하노이에서 시내구경을 간단히 한 후,
비행기를 타고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날이다.
하노이로 가는 길목에 경쟁하듯 쭉 늘어서 있는 과일가게들이 있는데,
가이드는 잠시 차를 세우고 이 곳 과일을 맛보게 해주었다.
먼저 주렁주렁 매달린 바나나가 유혹하는데...
'작은 고추가 맵다' 라는 속담이
베트남에선 '작은 바나나가 달다' 로 쓰일듯~
두입이면 끝날만큼 조그마한 바나나가 무척 달콤하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명물은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 위로 노란 봉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저 봉지 안에는 껍질을 깐 파인애플이 들어 있다.
과일 중에 껍질 까기가 제일 힘들다는 파인애플!!
그런데 껍질을 예술적으로 깎아놓았다.
마치 어느 예술가의 조각품처럼...
그런데 그 조각가는 어린 소녀였으니,
파인애플 조각에 사용되는 칼도 알고보니 무식한 식칼이다~
끝부분을 잡고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확 번지는 파인애플 과즙~!! 정말 황홀하다. 기껏해야 통조림 안에 든 파인애플을 먹는게 고작이었는데, 이렇게 싱싱한 파인애플을 통째로 먹게 되다니... 가운데 굵은 심은 그대로 갈비뼈가 되어 마치 갈비를 먹는듯한 기분마저도 든다.
하롱베이에서 하노이까지는 약 4시간 거리.
중간쯤에서 휴게소에 들르는데,
그 이름이 아베쎄 휴게소.
영어나 베트남어를 몰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글로 '아베쎄 휴게소'라고 쓰여 있으니...
그런데 외국에서 만나는 한글은 그리 반갑지 않다.
이곳에 얼마나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한글 간판이 다 있을까...
저런 곳 치고 바가지 없는 곳이 없으니,
들어가기 전부터 왠지 달갑지 않다.
가이드는 이곳에서 North Face와 키플링 제품을 조금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애매한 말을 덧붙인다.
짝퉁은 아니지만, 진품도 아니라고...
역시 예상대로 한국관광객 천지다.
한국관광객을 봉으로 보는 듯한 이런 공간이 난 좀 못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진품도 아닌 이 제품들이 그렇게 많이 싸지도 않다는 것이다.
정품 대비 20% 정도 저렴한 편!
요즘 부모님들 뼈골을 휘게 만드는 브랜드라는
뼈골 브레이커 North Face!
비교적 따듯한 기후를 가진 베트남에서 방한복인 North Face를 입을 일은 없고,
North Face 라고 하면 환장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공간일듯!!
한국에서는 40~50만원 하는게 여기서는 30만원대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하는
베트남 판매원들!
정품도 아닌 것을 굳이 30만원씩이나 주고 살 이유가 있는지...
한국에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도
여행을 오면 귀가 얇아지고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다.
이런 곳이 장사가 잘 되고 있고
대부분이 한국 관광객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차창 밖으로 아파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도착한 것이다.
점심식사는 하노이 사람들의 대표적 점심메뉴라는 '분짜정식' 이다.
먼저 베트남식 육수가 나오고...
각종 채소가 함께 나온다.
그리고 쌀국수 면과
숯불에 구운 돼직갈비살!!
그리고 분짜 정식의 진짜 주인공 분짜!
분짜는 속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는 롤을 튀긴 것으로 그냥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맛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육수에 말아서 먹는 것이 분짜 정식이다.
우리 나라에 들어와 있는 베트남 쌀국수는 '호치민식' 이라고 하는데,
하노이에서는 전통 쌀국수를 이런식으로 먹는다고...
육수가 미지근해서 국물맛이 조금 밋밋하다고 느껴졌지만,
야채와 고기와 면의 삼합은 꽤 괜찮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내로 나와 본격적인 하노이 시내 투어를 시작한다.
이곳에는 이발소를 따로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담벼락이 있는 곳엔 어디나 노상 간이 이발소가 있었다.
거울과 의자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바닥에는 제법 머리카락이 널려 있다.
그 머리카락을 쓸어담기 위한 빗자루는 나무에 걸려 있고...
이곳에선 머리를 감겨 달라고 하거나,
드라이를 부탁해서는 절대 안될듯~
베트남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목욕탕 의자 깔고 대낮부터 둘러 앉아 있는 남자들!!
그들은 왜 저러고 있는걸까?
시내에 있는 전통 스트릿카를 타고 본격적인 하노이 시내 투어에 나섰다.
그들의 삶을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