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캄보디아여행] 2부 - 해발 67m의 거대한 산에 오르다! <프놈바켕>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캄보디아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똑같은 태양인데도 왜 어디서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른지...

내 방 창문을 열면서는 쉽게 느껴보지 못한 '찬란함' 이 묻어 있다.

 

 

캄보디아 TV에 용케도 한국방송이 나온다.

YTN World 와 KBS World.

한국은 한파특보가 내렸다는 뉴스를 난 여름옷을 입고 지켜봐야 했다.

마치 지구 반대편에라도 와 있는 듯...

 

 

낮 최고기온이 서울은 영하 2도라고 한다.

이곳 캄보디아는 낮엔 30도가 넘어갈 거라고 했는데...

 

가이드 말로는 캄보디아를 여행하기에는 11월부터 2월 사이가 제일 좋다고 한다.

혹시 주변에 유독 얄미운 사람이 있다면,

"캄보디아는 4월이 제일 좋대~ 그 때 여행가봐~" 라고 얘기해주란다.

4월의 캄보디아는 기온이 40도가 넘어간다고...

한발 한발 옮길때마다 헥헥 거려야 하는 날씨!

그땐 관광객들이 1~2시간도 못 버티고,

앙코르와트고 뭐고 필요없으니 호텔로 들어가자고 성화란다.

 

12월과 1월의 캄보디아는 현지인들이 느끼기에 가장 쾌적한 날씨라는데,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와서 그런지 나또한 이 여름 날씨가 더위가 아닌 따스함으로 느껴진다.

 

 

앙코르유적지 입구!

표를 끊어야 하는데, 이곳은 매표소에서 초상권을 박탈당해야 한다.

입장 티켓에 사진을 넣어야 한단다.

그래서 즉석 사진을 찍어 바로 티켓에 넣어준다고...

  

 

이렇게~

이걸 목에 걸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검표원에게 보여줘야 한단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티켓 하나로 돌려 쓰는 것이 적발되면서

돌려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라고...

 

 

앙코르와트 내에도 일부지역까지는 버스가 들어간다.

관광객의 입장으로는 편해서 좋지만,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는 앙코르와트 유적을 위해서는 결코 좋지 않은 듯!!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모자 파는 아가씨들이 달려온다.

햇빛이 따가워 모자가 없으면 금세 현지인처럼 얼굴이 까맣게 탈 것 같다.

 

 

살갑게 다가오기 보다는 그저 무뚝뚝하게 눈만 맞추는 한 아가씨!

문득 그녀의 눈에 우리는 어떻게 비칠까...궁금했다.

자기들도 잘 모르는 앙코르 와트의 가치를 알아주는 고마운 손님들?

어떻게든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하는 돈덩어리?

자기들보다 조금 잘 산다고 거드름 피우는 외국 이방인?

 

 

어딘가에서 귀에 익은 음악소리가 들린다.

'아리랑' 이다.

이들은 앙코르 유적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엔 그저 '거리의 악사들'이려니 했는데,

알고보니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안내판 한가운데 '지뢰피해 군인들' 이라고 적혀 있는 한국말이 보인다.

그제서야 제일 왼쪽에 앉아있는 아저씨 옆, 의족이 눈에 들어온다.

 

캄보디아인들이 지뢰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뉴스로 접해 알고 있었다.

 

1970년대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크메르루즈와 정부간의 내전 당시

캄보디아 전 국토에 걸쳐 1000 만개에 가까운 지뢰가 묻혔다.

그 중 수백만개는 아직도 제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태국과의 국경 근처 산 아래에 있는 마을은

지금도 비가 오면 마을까지 흘러내려온 지뢰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고...

 

이렇게 관광객들에게 성금을 청하고 있는 지뢰피해 군인들을 보니

찬란한 앙코르의 나라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분들께는 자그마한 성의를 표하고,

가이드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분들이 연주하는 아리랑을 들으니까 괜히 더 뭉클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분들은 내내 아리랑만 연주하는 거예요?"

 

"(가이드) 아뇨~ 전 세계 전통 노래들을 다 연주해요."

 

"그럼, 저들이 아리랑을 연주할 때 마침 우리가 지나간거네요."

 

"(가이드) 아뇨~ 우리가 저 멀리서부터 오는 걸 보고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한 거죠."

 

"우리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어떻게 알고요?"

 

"(가이드)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제 가이드만 봐도 어느 나라 관광객들이 오는구나를 멀리서 보고 다 알아요."

 

뭔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자기들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영리한 면도 갖춘 아저씨들!

그들에 비하면 난 참 순진했다.

 

 

첫 일정은 프놈 바켕(Phnom Bakheng)이다.

크메르어로 프놈은 '언덕(hill)'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따라서 프놈 바켕은 바켕언덕, 바켕산이다.

그렇다면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도 '펜의 언덕' 이라는 뜻인 셈!

 

첫일정부터 산에 올라야 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높은 산!

무려 높이 67미터!!

앙코르 유적군은 거의 평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67미터의 언덕도 꽤 높은 산에 속한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데...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표지판 때문이다.

코끼리가 다니는 길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다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있지 않을까?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너무 가파르고 위험해서

코끼리가 다니는 길로 둘러가는 거라고 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코끼리 전용도로 (Elepahants path) 로 다녀보다니!!

가다가 코끼리와 마주치면 이 길의 주인인 코끼리를 위해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길을 내줘야 할 것 같다.

 

 

그야말로 간단한 산책같은 등산을 하고,

마침내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프놈바켕 유적을 만났다.

프놈바켕은 야소바르만 1세가 룰루오스에서 앙코르로 수도를 옮긴 후

이 일대에서는 최초로 지은 사원이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사원인만큼 파손 정도도 극심한데,

복구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해질녘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라는데...

그 이유는 이 곳 프놈바켕에 올라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을 드러내는 앙코르 유적군!

아~!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황홀한 풍경이다.

 

그런데!!

 

해질무렵에 오면 좋은 이곳을 왜 우린 아침에 온걸까?

 

 

이어지는 가이드의 설명!!

해질무렵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원에 올라가기도 힘들다고 한다.

게다가 안전상의 문제로 300명씩 끊어서 올려보내는데,

올라간 사람이 내려오지 않으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올라가지도 못한다고.

그런데 일몰을 보겠다고 올라간 사람이 해지기 전까진 내려올 리는 만무하고,

아래에서 몇시간 줄 서 있다가 볼 일 다보기 때문에

일몰이 아름다운 프놈바켕을 아예 일몰과 전혀 상관없는 오전 시간에 온 것이라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가이드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수긍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이드가 갑자기

"여러분은 정말 운이 좋으신겁니다~!!" 라고 말한다.

 

이유인즉 , 한달 전까지 사용했던 돌계단은 경사가 급해서 네발로 기어서 올라가야 했단다.

지금은 계단을 새로 만들어 두발로 올라갈 수 있게 됐으니 운이 좋은 거라고...

 

좀 더 편리해지긴 했다지만,

좀 더 파괴된 프놈바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계단 앞에는 소 한마리가 엎드려 있는데,

이는 아주 중요한 상징이라고 한다.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을 대표하는 '쉬바신' 이 타고 다닌 하얀 숫소 난디~!

그 말은 프놈바켕이 세워졌을 당시 이곳의 국교가 '힌두교'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고 있는데,

이곳 캄보디아도 한때는 힌두교의 땅이었음을 증명하기 때문에,

이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언제든 시바신을 태우기 위해서 뒷다리를 낮추고 있지만

또한 언제든 달려나가기 위해서 앞다리는 세우고 있는 소!

 

그 옆에 형태도 알아보기 힘든 작은 조각상과 비교하면

너무 새것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 최근에 다시 손 본 흔적이 역력하지만,

애초부터 그곳에 소의 조각상이 있었음은 사실이라고 한다.

 

 

어느새 한바탕 사람들이 물밀듯이 지나가고,

주위는 한산해져 있다.

계단에는 아가씨 두명이 청소를 하고 있다.

프놈바켕으로 들어가기 위해 나도 나무로 된 계단을 오른다.

나무 계단 안쪽으로 정말 가파른 돌계단이 보인다.

 

 

지나가며 "섭섭아이~!" 라고 인사했더니,

예쁜 아가씨들도 "섭섭아이~" 하고 미소지으며 인사를 받아준다.

그 모습이 하도 예뻐

"Can I take your picture?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기꺼이 미소지으며 모델이 되어준 두 사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하며 돌아서는데 뒤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사탕 있어요?"

뒤엔 아무도 없고 오직 그녀들 뿐!

그들이 한국말을 한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더니,

순간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아쉬움...

 

문득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아이들이 미군들을 쫓아다니며

"Give me chocolate!!"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캄보디아가 우리나라의 그 시절을 겪고 있구나...

그런데 사탕을 구걸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여인들이라 좀 더 놀랐다.

하긴...실컷 모델 시켜놓고 모델료 한푼 없이 돌아서는 내가 좀 얌체이긴 하다.

다음부턴 동남아 여행을 할때 꼭 '사탕'을 챙겨오리라!!

그들이 그토록 사랑을 좋아하는지는 몰랐네~

 

 

마침내 프놈바켕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가장 먼저 중앙으로 큰 탑 하나가 맞이하는데,

이 탑을 포함해 모두 109 개의 탑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파괴되어 그 절반도 남아있지 않은듯.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었을 압살라 무녀도 상반신 위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옛 사원이었던만큼 지금도 향을 피우고 기원을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띈것이 바로 이것, '링가' 다.

 

세계 창조신인 브라만(Braman), 세계의 유지(維持)를 관장하는 비쉬누(Vishnu)신, 그리고 파괴의 신인 쉬바(Shiva)!

이들은 힌두교의 3대 신인데, 이들과 그의 화신(Avatars)들의 신상들은 대개 사람의 형상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쉬바 신의 가장 공통적인 표상은 남성 성기 모양의 링가(Linga)란 것이다.

이 링가는 힌두교와 관련된 곳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데,

대개 우주 자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여성 성기 모양의 요니(Yoni) 위에 놓여지는데...

 

이 또한 하얀숫소 난디와 함께 당시에 '힌두교'가 큰 힘을 갖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앙코르와트 유적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프놈바켕!

이 탑들이 반듯하게 각을 세우고 빛나던 그 당시엔,

그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을까...

지금은 빛을 잃고 허물어지기까지한 모습이 가장 찬란했던 때와 대비되어 더 안쓰럽다.

 

 

갈 곳을 잃고 처량하게 누워있는 돌기둥과 조각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크고 단단한 돌에 저런 섬세한 무늬를 조각할 수 있었을까...

새삼 감탄하게 된다.

 

 

흥겹게 춤추며 유희를 즐기고 있는 듯한 1000년전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옛 유적의 현장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캄보디아인의 모습도 보인다.

저들은 이 유산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을까...

 

 

하지만 사정없이 허물어져가고 있는 유적들을 보고있노라니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일몰무렵에 왔으면 일몰의 경치에 눈을 뺏겨

프놈바켕을 섬세히 둘러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환한 태양빛을 조명삼아 구석구석 섬세하게 둘러불 수 있었던 프놈바켕!

전체 앙코르 와트 유적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을 봤을 뿐인데,

내 마음은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이 내용이 다음 블로그 포토 베스트에 올랐네요~^^

(2012.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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