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바켕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꿈에 그리던 앙코르와트!
저 멀리 옥수수를 닮은 지붕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마치 왕이 살았던 성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 왕코르와트는 사원이었다.
수리아바르만 2세가 힌두신인 비슈누신에게 바친 사원이었는데,
자야바르만 7세때 불교사원으로 바꿔
불교 사원을 의미하는 '와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앙코르와트는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데,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에 둘러서 판 못을 말한다.
못의 깊이가 그리 깊어보이지 않아 적들이 수영해서라도 침입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결정적인 가이드의 한마디!
"당시엔 이 해자에 수천마리의 악어를 풀어 키웠다고 합니다."
"헐~"
돌로 지은 건축물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건물 앞 잔디에 바위 같은 것이 보였는데,
예전에 어떤 건물이 있었던 흔적이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
이어지는 가이드의 한마디!
"저기 하얗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돌이라고 생각하고 앉으면 큰일납니다. 개미집입니다!"
"헐~"
꼭 바위처럼 생겼는데...
조그마한 개미가 저만한 집을 지으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세월이 걸려야 할까.
새삼 개미에게 경의를!!
가이드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커다란 나무 아래에 서서
이 나무의 이름을 슈가팜트리 (Sugar Palm Tree)라고 소개한다.
저렇게 대나무 통에 수액을 받아서 끓이면
노란 설탕이 된다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저 대나무통에 받아놓은 수액을 조금이라도 맛봤으면 좋겠다 싶지만...
수액통의 임자가 옆에서 딱~ 지키고 있으니 건들지도 못한다.
우리집 앞마당에도 이런 달콤한 팜나무 하나 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환상을 깨는 가이드의 한마디!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슈가팜트리를 폴포츠 나무라고 부릅니다.
킬링필드 대학살의 원흉인 폴포츠!
대학살 당시 크메르루즈 군이 이 슈가팜트리의 날카로운 나무 껍질로 사람들을 찔러 죽였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총알을 아끼려고..."
"헐~"
그 얘기를 듣고 다시 보니, 달콤한 수액통이 아닌
날카로운 나무 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저걸로 사람을 찔러 학살했다니...
머리 속에 그 장면이 그려지면서 마음 속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쾅 떨어진 듯 하다.
현재 앙코르와트 복원 사업은 일본이 투자를 하고 있단다.
무상으로 투자했을리는 없고,
캄보디아의 일부 자원 채굴권을 챙겨 갔다고...
역시 영리한 일본이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철광석, 금, 은, 구리, 보크사이트 등의 금속광물 외에
석회석, 보석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금속 광물자원의 경우 아직 탐사 단계라 그 규모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매장되어 있는 지하자원은 상당한 양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원유와 천연가스도 매장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그야말로 자원의 보고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그런 가운데, 일본은 캄보디아에 대한 투자가치를 느끼고,
발빠르게 앙코르와트 유적 복원 참여에 나선 것이다.
그대로 두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앙코르와트!
스스로는 복원할 만한 예산도 기술도 없는 캄보디아 당국을 대신해
일본이 도와주는 것을 탓할수만은 없으리라.
동서로 1.5km, 남북으로 1.3km, 전체 둘레가 5.6km라는 앙코르와트!
이곳을 둘러보는데는 시간이 꽤 걸릴 거라며
가이드가 잠시 쉬었다가 가자고 한다.
앙코르 와트 입구엔 시장처럼 상점들이 열려 있는데,
그곳엔 코코넛 열매를 파는 곳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에 갈증이 나던 차였는데,
천연 코코넛 열매는 시원한 얼음이 동동 떠 있지 않아도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코코넛 음료보다
훠~얼씬 맛없는 실제 코코넛!
코코넛의 향이 조금 가미된 그냥 물맛이다.
시장이 반찬, 갈증은 스폰지라고
빨대에 입을 대는 순간 코코넛 야자수는 쭉~ 몸으로 흡수된다.
코코넛을 먹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열매의 크기에 비해선 먹을 수 있는게 너무 적다.
남아있는 한방울까지 다 흡수하겠다는 듯
빈 코코넛을 쪽쪽대고 있으니
가이드가 한마디 한다.
"코코넛 한번 제대로 드셔보실래요?"
그러면서 가이드가 저 멀리 있는 캄보디아 소녀를 부른다.
부르는 소리를 듣고 냉큼 달려온 소녀!
중학생, 아니면 고등학생쯤 되어보인다.
얼굴엔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지만
손엔 무시무시한 것을 들고 있었으니...
바로 식칼이었다!!!
다 먹고 텅빈 코코넛을 받아들고선
식칼로 공기를 가르며 코코넛을 마구 내려치기 시작하는데~
쾅~ 쾅~
몇번 우렁찬 소리가 들리고
칼로 슥삭슥삭 뭔가를 다듬는 것 같더니...
어느새 다 끝났다며 결과물을 내어놓는데...
코코넛 열매 안쪽을 파먹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코코넛 열매 안쪽으로 얇은 층이 있었는데
그게 진짜 코코넛이라고...
껍질 부분을 도려내 만든 '퍼먹기용 숟가락' 도 예술이다~!
그렇게 해서 생전 처음 먹어본 진짜 코코넛~!!
말캉말캉한 것이 달콤함과 고소함을 겸비했다.
그야말로 새로운 맛!!
한쪽에 잔뜩 버려져 있는 코코넛 열매!
둥그런 열매 채로 버려져 있는 걸 보면,
다들 과즙만 먹고 버렸나보다.
진짜 코코넛 먹는 법을 배우고 나니,
버려진 코코넛들이 무지하게 아까워 보인다.
이곳 시장 근처엔 돌아다니며 물건 파는 이들이 엄청 많다.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외국인과 흥정하는 남자를 줄곧 지켜봤다.
저 외국인 남자가 과연 물건을 살까?
그렇게 흥미진진해 하며...
그 때 내 앞에 불쑥 나타난 아이!
엽서 뭉치를 내밀며 한마디 한다.
"1 dollar!"
그리고는 계속 눈을 맞추며 표정 없이 서 있다.
다른 데를 보는 척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도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다시 눈이 마주치자 하는 말,
"1 dollar!"
좀 웃으면서라도 얘기하지...
무표정한 그 얼굴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1달러면 1000원인데...
때론 커피 한잔도 5000원에 사 먹으면서
이 아이 앞에선 1000원에 인색하게 굴고 있는게 괜히 미안해진다.
그리고 그냥 달라고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물건을 팔고 있고,
그 품목이 엽서라면...
기념으로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주머니에서 1달러를 꺼내 내밀자
아이는 한국말로 "고맙습니다." 한다.
둘러보니 주변에 물건 파는 아이들 천지다.
여기 저기서 "1 dollar!"를 외치고 있는 아이들!
어떤 아이는 맨발이다.
기껏해야 5~6살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전쟁터에 나와 있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자원도 풍부한 나라에서,
국민들은 왜 이렇게 빈곤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걸까...
그건 그동안 제대로 된 지도자의 부재 때문 아닐까.
12세기 전성시대를 누렸던 크메르 제국!
400년에 걸친 쇠퇴기 이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고,
프랑스로부터 해방시켜준 건 일본이었지만,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2차 세계대전후 일본으로부터도 독립했지만,
이후 정권을 잡은 크메르루즈 집권의 대학살, 킬링필드!
이후 베트남의 지원을 받은 캄푸차 인민공화국 아래서 회복을 위한 과정을 밟기 시작했지만
이젠 베트남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된 것이다.
킬링필드 당시 학살 대상이 된 것은 주로 청장년층이었기에,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세대가 사라졌으니
발전을 할 수 없었음은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캄보디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문맹률이 60%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소 팔고 논 팔아서 자식 교육 시킨 우리 나라 부모님들의 힘임을 부인 할 수 없다.
국민의 60%가 글을 못 읽는다는 캄보디아에 와서 보니,
지금 우리나라가 서 있는 기반이 '교육의 힘'이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서 배움에 눈을 반짝여야 할 아이들이
이렇게 1달러를 외치고 있으니...
일행중, 가족과 함께 여행온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며 울기도 하는 모습이
이곳 캄보디아에서는 그야말로 행복에 겨운 투정으로 보였다.
캄보디아 아이들 눈에는 이 아이가 어떻게 보일까?
깨끗한 옷에 예쁜 신발을 신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다니는 이 아이가
공주님처럼 보일지도...
이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일은,
그저 1 dollar를 건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능력만 된다면, 이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픈 마음!
앙코르와트에 여행왔다가,
본의 아니게 박애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눈만 마주치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말!
"1 dollar!"
이 아이들에겐 내가 1달러로 보이는걸까...
부채를 팔던 한 아이가 스트레칭을 한다.
그러다 눈이 딱 마주쳐, 싱긋 웃어줬는데, 아이는 표정이 없다.
마치 웃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처럼...
흘러 내린 바지를 추켜올려주고 싶지만
낯선 이의 손길을 경계할 것 같다.
부채를 파는 또 다른 꼬마 아이!
5살쯤 되었을까?
내내 무표정 하던 아이가, 부채 하나 팔고 1달러를 받아들고는 비로소 환히 웃는다.
저 아이를 웃게 하는게 돈이라는 것이 문득 슬프다.
돌아서는 아이를 불러 세웠다.
"언니가 사진 찍어줄게, 웃어봐!
이가 다 보이도록 입을 벌려야지!
손가락은 이렇게 V자를 그리면 더 예뻐!
자~ 찍는다! 하나! 둘! 셋!!
그래, 그렇게 억지로라도 웃으니까 예쁘잖아.
앞으로 그렇게 웃는거다!
1달러짜리 웃음과는 비교가 안될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