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라는 말은 어디에 써도 아름다울 수 없는 단어다. 그런데... 앙코르와트 유적지 중 하나인 <타프롬 사원>에 가보면 파괴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눈으로 보게 된다. 일명 "파괴의 미학!!"
앙코르톰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는 타프롬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만든 불교사원이다.
입구에서 만난 풀밭!
모르고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풀밭처럼 보이지만 이끼 덮힌 연못이니...
타프롬 사원은 영화 <툼레이더>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으니,
나무뿌리가 건물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
수백년간 방치되어 있는 동안, 나무의 뿌리가 건물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면서
석조건물과 마구 뒤엉키게 된 것이다.
아무리 오랜세월동안 방치되어도 그렇지,
어떻게 나무뿌리가 저렇게 자랄 수 있는지...
게다가 나무는 또 얼마나 거대한지...
거대한 나무 뿌리에 잡아먹힌 사원의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당분간 다물 수가 없다.
이 거대한 나무는 용수(溶樹, 열대아시아에 분포하는 뽕나무과의 상록교목)라고 하는데,
뿌리만 봐도 나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타프롬사원은 다른 유적지와는 달리
통행로를 제외하고는 전혀 복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만약 이 나무들을 베는 과정에서 어떤 충격이 가해지면
돌로 만든 건물들도 우루루 무너져 내려버릴 것만 같다.
이미 거대한 나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버린 곳도 있지만,
자연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기 위해 그대로 두자는 서양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고...
파괴의 미학! 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면서...
대신 나무가 더이상 자라지는 못하도록
매년 성장억제주사를 놓고 있다고 한다.
정말 성장억제제를 놓지 않으면 향후 몇 백년은 더 자랄 것 같은 위용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 뿌리들이 건축물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무와 건축물이 서로 공생하고 있는것인지도...
처음 지을 때부터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떤 나무는 이미 건축물과 하나가 되어 있다.
그런데 앙코르의 다른 유적지들은 괜찮은데
왜 유독 이곳만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자야바르만 7세는 절대군주가 되었음에도 아버지가 제2신분이라는 컴플렉스에 시달렸는데
그래서 브라만인 어머니의 권위에 많이 의존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가슴을 치며 통곡했었다고 하는데,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자 건축한 것이 이 타프롬 사원이다.
동서로 1,000m, 남북으로 600m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건물 안쯕으로 루비와 사파이어를 빼곡히 박아 놓았었다고...
천장을 통해 들어온 햇빛에 반사된 루비와 사파이어는
정말 화려했다고 하는데,
자야바르만 7세 사후 13세기 후반 샴족(태국)의 침입을 받아
벽을 장식했던 보석은 모두 약탈당하고
지금은 보석이 박혀 있던 자리에
주먹만한 구멍만 움푹움푹 파여 있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통곡했었다는 방에도 들어가봤는데
그곳에서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다.
손뼉을 치거나, 신체의 다른 부위를 치면 울림이 전혀 없는데,
가슴을 치면 그 소리가 울림이 있다.
정말 신기했다는...
타프롬 사원을 이대로 놔두는 것이 바람직한 건지,
아니면 더이상 무너지지 않게 나무를 걷어내고 복원을 해야하는 게 정답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화려한 문명도 자연의 위대함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는 것!
그리고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인 "파괴" 와 "미학" 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히 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