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여행중에 목적지로 가는 차 안에서 내내 자다가
목적지에 도착해 부시시 일어나는 사람은
영화관 가서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은 자고 자막 올라갈 때 일어나는 것과 똑같다고...
그 말을 터키 여행에서 실감했다.
터키를 대표하는 명소들도 훌륭했지만,
차를 타고 가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 또한 놓칠 수 없는 명품 다큐멘터리였다.
터키여행도 대부분을 이동시간으로 보낸다.
한정되어 있는 짧은 시간동안
보다 많은 곳들을 둘러보려는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열흘 남짓한 시간동안 거의 2500km 정도의 거리를 일주하니
하루평균 이동거리 250km!
그러다 보니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많다.
고속도로는 대체로 한적한데,
과속하는 차들이 거의 없다.
곳곳에 경찰이 지키고 서 있는 것도 아닌데,
자율적으로 규정속도를 지키는 터키인들의 국민성이 돋보였는데,
어떤 사건 하나를 겪으면서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타고 가던 버스가 휴게소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나오는데,
교통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인즉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오는 길에 어떤 승용차 한대가 진로를 방해해 그 차를 추월하느라 속도를 좀 냈는데
그 차가 우리 버스를 '과속'버스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차와 약간의 신경전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신고까지 할 줄이야...
하지만 속도 위반 카메라이 찍히지 않는 한 증거가 없지 않은가.
현장에서 잡히지 않은 이상 잡아 떼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뿔싸!! 그게 아니었다.
터키의 차들은 저마다 내부에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는데,
그 안에 있는 디스크엔 그 차가 운전한 것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기록된다고 한다.
가령 몇 시 몇분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렸으며,
언제 어떤 톨게이트를 통과했으며,
몇분동안 휴식 했다는 것까지...
쉬지 않고 2시간 이상 연속 운전하면 그것도 과태료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다만, 경찰과 마주할 일이 없다면,
그 역사는 24시간이 지나면 삭제되지만,
만약 운이 없어 경찰의 검문을 받게 되면,
과속이나 휴식없이 운전한 것 등이 문제가 된다고...
그 승용차와 신경전을 벌이며 잠시 속도를 위반한 사실이
그 디스크에 고스란히 증거로 남아있었으며,
우리 버스의 기사 아저씨는 무려 20만원에 가까운 범칙금을 선고 받았다.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모습의 이면에는
그런 무서운 감시체계가 숨어 있었다니...
터키와 비교해보니, 우리나라의 교통 감시 체계는
꽤 너그러운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적한 도로에서는 130km~140km로 달리다가도
감시 카메라 앞에서만 규정 속도로 지나가면 그만이니...
물론 우리가 과속하라고 시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 이상 동고동락하는 우리 팀 안에서 일어난 일이고,
범칙금이 너무 세다보니,
기사 아저씨 팁 개념으로 우리 30여명의 일행들이 5천원씩 십시일반하는게 어떠냐는 여론이 일었다.
한국인들의 '정' 이 세계속에서 빛나는 순간이다.
대부분 동의하고 5천원씩 냈고, 정이 넘치는 누군가는 만원을 내기도 했지만,
그 중엔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그건 전적으로 기사 아저씨가 잘못한 것이니,
우리가 고통을 분담할 필요는 없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 또한 마땅히 다양해야 할 여론의 일부였기에...
십시일반해 모은 돈을 한 아주머니가 기사아저씨에게 전해주자,
아저씨는 깜짝 놀란다.
그들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듯...
그 때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우린 형제의 나라잖아. 형제끼리는 이렇게 하는거예요~."
터키 아저씨가 알아듣던 말던 한국어로 씩씩하게 말씀하시는 아주머니.
터키 아저씨는 한국말을 알아듣진 못했어도,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느꼈으리라...
그 뒤로 아저씨는 더이상 속도 위반 신고를 받지 않았다.
터키는 우리나라처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이다.
북쪽에는 흑해, 서쪽으로는 에게해, 남쪽은 지중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있지만, 영토가 워낙 넓은 탓에 바다 구경하기는 쉽지 않다.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과 산들을 보고 있노라면
터키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건조한 아나톨리아 내륙지대는 나무가 거의 없다.
덕분에 이곳은 가축들의 천국이다!!
나무가 없다보니 산들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람이 빚어놓은 작품들은 저마다 곡선미를 뽐내고 있다.
이곳 산들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건조한 기후 탓도 있겠지만
나무가 뿌리내리기 힘든 바위와 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가 너무나 귀하다보니,
가끔 말라비틀어진 나무 한그루가 나와도 반가움에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척박한 곳에도 사람이 산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모진 땅에 뿌리를 내려야했을까?
살기좋은 평지에 번듯한 집을 짓고 사는 이들은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 환경에 살고 있는지 알까?
동네마다 모스크도 하나씩 있다.
우리나라 시골 동네의 교회를 보는 것 같다.
시골동네의 자그마한 이슬람 사원들을 보면서,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실감한다.
민둥산만을 보고 있기엔 좀 지겹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을 알아준걸까?
좀 더 내륙쪽으로 들어가자
눈덮힌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풍경은 전혀 낯설게 없다는 듯,
덤덤하게 서 있는 낡은 시골집!
흰눈이 덮여 있는 산과,
파릇파릇한 이 앞의 동네는 전혀 다른 세상 같다.
마치 사진을 어색하게 합성해놓은 것 같은...
절벽 같은 곳에 촘촘히 모여 있는 집들!
카파도키아에 다 와 가는 듯 하다.
그동안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될 거라는 가이드의 말에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자연다큐멘터리가 끝나고,
자막 올라갈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인 본 영화가 시작될 거라고 하니,
입장권이라고 생각하고 산 표가,
알고보니 자유이용권이었다는, 그런 기분?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순간, 딱 벌어진 입!
그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