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서 심양까지 버스는 6시간을 달린다. 그래서 느즈막히 숙소에 도착했는데, 중국에서의 마지막밤을 숙소에서 가만히 앉아 보내기가 아쉬워 마음 맞는 몇몇 분들과 가이드를 설득해 함께 밖으로 나왔다.
호텔 바로 앞에 중산광장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대형 모택동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 앞에 서서 가이드가 불쑥 퀴즈 하나를 낸다.
"북경은 어느 쪽에 있을까요?"
다들 "어디가 북쪽이야?" "어디가 서쪽이야?" 우왕좌왕 하는데,
가이드가 유유히 답을 한다.
"모택동이 오른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북경 쪽입니다."
정말??
농담인지 진짜인지 모호하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심양의 최대 번화가라는 '서탑 거리'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낯선 곳에서 밤거리를 누비는 일은 묘한 설렘을 준다.
서탑거리에 도착했는데, 순간 눈을 의심했다.
눈에 띄는 간판의 대부분이 한국어 간판!
여기가 한국이라고 해도 믿은 판이다.
서쪽에 있는 탑을 중심으로 한 거리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서탑가에는 많은 조선족들이 모여 살고 있어서 '심양의 코리아타운'이라 불린다고 한다.
대형 북한 음식점도 눈에 띄었는데,
한복 곱게 차려 입은 북한 아가씨가 문 앞에 나와 손님을 맞이하는데,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민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곳 북한식당의 문턱은 성큼 들어가기 힘들만큼 높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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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바람 4 -심양 서탑 거리
김금용
서탑엘 간다 요녕성 심양시 서쪽 거리 서탑엘 간다 7,80년대식 카바레에 역전 식당식 간판이 요란한 서탑엘 간다 고구려 땅이었다가 독립군 활동이 뜨겁던 봉천奉川이었다가 고국은 한국이나 조국은 중국이라는 조선족 거리에 북한사람과 탈북자까지 뒤섞인 한국 교민의 거리 서탑엘 간다 한국의 역사가 백제원, 신라성, 고려원, 이조가든으로 나붙은 거리 북한의 모란각, 평양관, 동묘향관이 나란히 선 거리 신사임당 떡집, 가야원 떡집, 남원추어탕집, 전주집도 모자라 서울 가마솥, 수원갈비, 황해 노래방, 부산사우나가 다 모인 거리 모국어 하나면 다 통하면서도 중국인인 척, 한국인인 척, 조선족인 척, 북한인은 모른 척 아닌 척 어깨를 스치다가도 된장국 한 그릇에 맘을 여는 거리 제각기 다른 나라 이름을 멍에로 달고 패인 웅덩이마다 질척이는 회한이 봄비로 고이는 거리 중국 안의 한국어가 단동 너머 압록강 너머 신의주 너머 3.8 선 너머 고구려 바람에 이끌려 뒤엉키는 한민족의 거리, 서탑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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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에 살고 있는 가이드가 단골집이라며 우리를 안내한 곳!
백옥뀀성!
분명 한글인데도 이 집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알고보니 주메뉴가 '꼬지'였다.
뀀성...뀀...꼬지...아하~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고기 종류도 많다.
중국에선 날아다니는 건 비행기 빼놓고,
땅 위에 서 있는 건 책상 다리 빼놓고 다 먹는다는 속설이 있어,
정체 모르는 음식 앞에선 일단 경계심이 발동한다.
그래도 한국어 간판을 보고 들어온 집이라 그런지,
꼬지가 입맛에 맞아 다행~.
우리는 잘 모르니 알아서 시켜주세요~ 하고 가이드에게 메뉴판을 밀었었는데,
잠시후 등장한 메뉴가 매우 야릇하다.
엄지손가락만한 저 열매는 정체가 뭐지??
했는데...
헐~ 번데기란다!!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한데,
살면서 이렇게 큰 번데기는 처음 본다.
조선족 가이드는 맛있어요~ 하며 입안에 통째로 넣고 씹는데,
함께 간 이들 대부분이 여자였던 탓에
모두들 비명만 질러댔다.
"한국에서도 번데기 먹잖아요~ 드셔보세요."
하는데,
모두 이구동성으로 외친 말!
"한국 번데기는 이렇게 안 커요!!!"
ㅎㅎㅎ
마음 속에서 갈등!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인데...
그런데 도저히 비위가 약해서 입에 넣을 수는 없고,
무슨 맛인지는 궁금하고,
하지만 저 안에 뭐가 들었는지 겁나고,
그래도 안 먹어보고 내내 궁금해하기 보다는 먹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나을 것 같고...
그래서 커다란 번데기 하나를 통째로 입안에 넣었는데~
바삭한 겉껍질 안에서 물컹하고 터지는 건
번데기 내장??
텁텁한 무언가가 입안에 번지는데
끝내 삼키지는 못하고 뱉었다는 사실...ㅜㅜ
이번 중국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맛!!
다음부터는 먹어볼까 말까 갈등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해외에 나와있는데 타국에 있는 것 같지 않고,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이질감을 배제할 수 없는 곳.
그곳에 살고 있는 조선족 가이드의 한마디가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다.
"우리 조선족은 몸속에 한 민족의 피를 담고 있지만
겉과 속 모두는 결국 중국인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다음 세대는 말과 정신까지도 언젠가는 철저히 중국인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