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답사기!!
총 28곳 중 27번째 답사에 나섰다.
27번째 답사지는 단양 구담봉 & 옥순봉!
단양이면 거리상으로 진작 왔어야 할 곳인데,
선뜻 나서지지가 않았다.
구담봉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었기 때문!
그리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가파른 절벽을 올라가야 한다는...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시점까지 왔다.
단양에서 충주로 향하는 36번 국도를 따라가다보면 계란재에 이른다.
계란재는 단양과 제천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옥순봉이 단양 8경에도 들어가고 제천 8경에도 들어간다는 것!
서로 자기네 것이라고 암묵적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듯 하다.
계란재에서 구담, 옥순봉에 오르는 길은
자동차 면허 코스시험을 볼 때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T자 코스"를 연상케 한다.
중간 갈림길에서 오른쪽은 구담봉, 왼쪽은 옥순봉.
총 6km 정도의 거리를 3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코스다.
단, 근력 왕성한 보통 사람들에 한해서!
한동안은 구담봉과 옥순봉을 함께 바라보며 간다.
실제로는 1.5km 떨어져 있는 구담, 옥순봉이
이렇게 보면 꼭 300m 간격을 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처음에는 자동차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임도를 따라 걷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흙길을 만나게 되는데,
전날 비가 와서인지 땅이 무척 미끄럽다.
그래도 젖어있는 풀냄새와 촉촉한 나무 향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드디어 구담봉과 옥순봉의 갈림길에 섰다.
어딜 먼저 갈까?
험난한 구담봉을 먼저 갈까, 아니면 험하지 않은 옥순봉을 먼저 갈까!!
좀 더 쌩쌩할 때 험한 곳을 다녀오는게 좋을 것 같아
먼저 구담봉으로 향했다.
일단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을 끝내놓으니 비로소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우와~"
그저 감탄사 밖에 안 나오는 절경!
이 경치를 바라보며 구담봉 가는 길은 즐겁다.
어느 정도까지는 가뿐히 갈 수 있었는데...
저 멀리 구담봉(앞 봉우리 말고 뒤에 보이는 봉우리)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길이 조금씩 험난해진다.
바위를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
잡을 난간이 없었다면 아찔했을 급 경사 바위길!
구담봉으로 향하는 길에 비로소 알았다.
나에겐 네 발이 있음을...
이 바위길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난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바위 절벽에 올라가 쉬고 있는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심장인지...
충주호가 내려다보이고,
저기 봉우리에 서 있는 사람들!
아하~ 저곳이 구담봉이구나.
구담봉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왜냐하면 눈길이 아래로 향했을때, 충격적인 광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헉!!
오는 길에 내려가는 여자분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했었다.
"구담봉 가는 길이 많이 험한가요?"
대부분의 경우 산에서는 서로 힘이 되는 말을 해준다.
그런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네, 힘들어요. 밧줄 잡고 올라가야 해요."
그 때 다리가 풀려 주저 앉을 뻔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서 그녀가 던진 마지막 결정타,
"경사가 90도라고 보시면 돼요."
난 결국 주저앉고 말았었다.
그런데...그녀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연산군 때 문신 김일손이 '열 걸음 걷다가 아홉 번 뒤돌아 볼 만큼 절경지' 라고 극찬했던 이유를 알겠다.
잔잔히 흐르는 남한강!
저 아래로 유람선 타는 '장회나루' 선착장도 보인다.
이 풍경은 <서른이 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에도 나왔던 풍경!
책을 찾아 인증샷 찍기도 끝냈다.
이젠 구담봉까지 마지막 봉우리만 남았는데,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전국 험한 산들에 '통곡바위'를 만들며 다닌 이력이 있는바,
의욕만 갖고 갈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그 때 30~40명쯤 되는 그룹이 와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40~50대도의 아줌마 아저씨들!
사진을 찍은 후 그 중 리더인듯한 사람이 외친다.
"구담봉까지는 오르지 말고 여기서 돌아가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혹시 구담봉 올라가고 싶으신 분??"
"..."
그 누구도 구담봉에 오르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조용히 돌아갔다.
잠시후 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니 한분이 구담봉 쪽에서 걸어오신다.
"구담봉 갔다 오시는거예요? 라고 물었더니,
절벽 앞에까지 갔는데, 일행이 말려서 혼자 돌아오셨다고 한다.
그 산악회에서는 연세가 제일 많으신데,
절대 못 올라가신다고 안 올라가시는게 좋겠다고 모두들 우려를 표했다는 것!
이런 저런 상황을 보고,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나니 더더욱 자신이 없어진다.
에이 몰라~
그래도 일단 가보자!!
구담봉 앞에 서니 도저히 '길' 이라곤 없다.
오롯이 암벽을 타야 하는 현실을 다시 한번 직면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오직 밧줄에만 의지해 오르내려야 한다니...
산을 꽤 잘 타는 듯 보이는 사람도 중간 쯤에서 미끌~
아찔한 광경을 연출한다.
<추락주의>라는 끔찍한 경고문은
내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너무나 덤덤한 표정으로 붙어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지 않기로...
가뜩이나 요즘 허리 통증이 시달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괜한 무리로 허리에 자극이 가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서른이 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을 답사하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 이 순간 번쩍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서른이 되기 전에 왔어야 하는구나!!"
함께 갔던 친구가 힘겹게 올라가 대신 찍어준 구담봉 정상석을 보며 대리만족을... 사실 책에도 이렇게 적혀 있긴 했었다. "마지막 봉우리 앞에 서니 자신이 없어진다. 사실 구담봉의 마지막 봉우리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다. 그간 오면서 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할 수 있기에 굳이 저 위에 올라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것이다." -P 310 본문 중에서-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 주인공이 될지는 몰랐다. 아쉽다. 많이 아쉽다. 하지만 지금은 냉철하게 내 몸상황을 직시해야 할 듯~!
저 아래 투구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
보고만 있어도 아찔하다.
어쩜 저리들 강심장인지...
다시 옥순봉을 향해 간다.
구담봉에 놀란 가슴 때문일까...
1km도 되지 않는 옥순봉 가는 길도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옥순봉 가는 길이 심상치 않다.
능선길이 계속 내리막이다.
산에서의 내리막은 그리 반갑지 않다.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와야 할 길이므로...
꽃도 없는 음습한 길에 꽃처럼 예쁘게 피어있는 버섯들!
하지만 어떤 독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무서운 녀석들!
구담봉에 비하면 옥순봉 가는 길은 엄청 양반길이다.
단지 두발로만 직립해 걸으면 되니...
드디어 옥순봉 정상!
높이는 뒤에 '0' 하나를 살짝 붙이고 싶은 "286m"
옥순봉 정상에서는 옥순봉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비가 갠 후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죽순이 돋아나듯 우뚝우뚝 솟아있다 하여"옥순봉(玉荀峰)" 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옥순봉에서 내려다보는 남한강의 풍경도 절경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단양에 숨어있었다니...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이 억울할 정도다.
저 멀리 구담봉이 보인다.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거북 '구'자를 써 구담봉이라 했다는데...
나에게 미답의 쓰라림을 안겨준 산!
바라보고 있으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 아쉬움을 달래줄 것은 역시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준비해온 소백산 막걸리에 안주를 하나씩 세팅했다.
산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가 아니고 막걸리 한잔의 행복!!
멀리 지나가는 유람선을 향해 힘껏 손을 흔들어본다.
비록 구담봉에 오르진 못했지만,
저들 보다는 높은 곳, 옥순봉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몰랐다.
단양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인줄...
남한강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바람에
아쉬움이 맺힌 땀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