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만의 보물을 갖고 있다. 다른 이가 봤을 때는, "에이~ 뭐 그런 걸 보물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것, 나에게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 그것이 바로 보물이다. 내겐 특별한 보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이 책이다.
<서른이 되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28> 그 스물여덟곳을 나는 이 책과 함께 다녔다.
그 마지막, 스물여덟번째 여행지는
해남 달마산!
마지막 종지부는 땅끝이 있는 해남에서 찍고 싶어,
아끼고 아꼈다가 마지막 행선지로 잡았다.
달마산 정상인 불썬봉은 해발 500미터도 안되는 489m.
미황사에서 출발하면 그 거리도 1.4km 밖에 안된다.
물론 달마산 전체를 등산하려면 그 코스가 꽤 길다.
불썬봉으로 올라 오른쪽 끝 도솔봉까지 종주도 가능한데,
출발지에선 늘 의욕이 넘치는 법!
도솔봉까지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2코스가 가능한 상황인데,
9.2km라...만만치 않은 거리다.
4시간 소요...워낙 걸음이 느려 예상 소요시간보다 보통 1.5배는 걸리는 바,
6시간 정도로 잡으면...역시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저곳 도솔봉까지 가봐야지 마음 먹고 출발!!
등산로는 시작부터 나무 터널이다.
키 큰 나무들 때문에 하늘이 안 보인다.
자연 그대로의 흙길의 촉감...좋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더 좋다.
10월 하순인데도 해남은 아직 단풍이 약하다.
우리 국토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 해남이라고 하는데,
11월 중순이 되어야 단풍의 절정을 만날 수 있다고...
대체로 완만한 오르막!
참 착하고 예쁜 산이다.
그런데 산 중턱 쯤 오르자 험악한 돌길이 시작되면서
오르막이 조금씩 가팔라진다.
산다람쥐처럼 폴짝폴짝 가볍게 오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손은 자연스럽게 발이 되어 있다.
다람쥐가 열심히 주워 날라놓은 것일까...
바닥엔 빛깔고운 도토리들이 가득하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흐르는 땀을 닦아준다.
"아! 시원해!" 하며 고개를 돌리자,
해남의 산과 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해발 500미터도 안되는 달마산 정상 가는 중턱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산들이 눈 아래에 깔려 있다.
그럼 저 산들은 도대체 키가 얼마나 된다는건지...
국토줄기를 따라 뻗어온 산들은
해남 땅끝에 이르러 비로소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출발지였던 미황사!!
달마산 아래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그 전경이 산에 오르니 비로소 보인다.
땀을 식히고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늘어져 있는 밧줄을 보니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설...마...
밧줄 잡고 암벽타기??
달마산!!
너 이런 산이었어??
도대체 이 밧줄을 잡고 어디까지 올라가야 하는건지...
다리까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하산길은 이곳이 아닌 다른 코스로 잡아야 할 듯.
마지막 여행지로 남겨놨던 달마산은
내게 마지막 신고식을 단단히 시켰다.
그렇게 밧줄 잡고 오르기를 여러번!!
마침내 달마산 정상, 불썬봉이 보인다.
더이상 밧줄 잡고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왈칵!
드디어 나의 마지막 깃발을 꽂을 정상이 보임에 반가워서 눈물이 주르륵~!
달마산 정상인 달마봉!
"불썬봉" 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불썬봉이라는 별명은
"불을 켠다" 의 전라도 사투리인 "불을 썬다" 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 이곳에 봉화대가 있었는데,
불을 켰던 자리, 불을 켰던 봉우리라 해서
"불썬봉!"
그 이름이 무엇이건 달마산의 정상이다.
"달마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라고
누군가 인터뷰를 요청해온다면,
"28곳의 여행지를 저와 함께 한 이 책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나 스스로 만들었던 약속.
이 책에 나와있는 28곳을 모두 답사해보자 했던 그 미션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다.
이 책과 함께 마지막 인증샷도 한컷!
이럴 때 막걸리가 없으면 허전하지!!
막걸리와 함께 준비해간 간식들을 내어놓고 인증샷 한 컷!
이 책과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마셨던 막걸리들과도 이 순간의 영광을 나누고 싶슴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언젠가 한번 와봤던 것 같은 익숙함...
아마도 책 속 사진으로 먼저 만났기 때문이었던 듯.
책속에 있던 미황사 사진도
이곳 정상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었구나.
책속 사진 찾아 인증샷 찍기도 완료!
맞은 편으로 돌아서니, 저 멀리 완도가 보인다.
바다와 만나는 육지의 끝이 슬퍼 보인다.
오늘따라 왜 이리 "끝" 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지...
"미션 클리어"의 순간, 시원하고 후련할 줄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서운함이 더 크다.
그렇게 한참을 불썬봉 정상에서 떠나지 못했다.
이제 그만 하산해야 할 시간...
도솔암까지 가볼까 생각했지만,
산악 전문가인듯 보이는 등산객 왈.
"도솔암 가는 길은 엄청 험해서 많이 힘들겁니다.
저런 바위 산을 계속 타고 가야 해요.
하산해서 차를 타고 10km 정도 가서 반대쪽 등산입구에서 가면 수월하게 갈 수 있을 겁니다."
하고 알려준다.
정말 눈앞에 펼쳐진 바위들은 다리를 후들거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할 수 없이 일단 하산하기로...
하지만 미황사 가는 길은 밧줄 잡고 올랐던 악몽이 있어 다른 길로 돌아서 내려가기로 했다.
악~~!!
그런데 이 길도 만만치 않다.
왼쪽으로 바로 낭떠러지가 있는 좁은 길!!
이런 곳에 서면 어김없이 발동되는 고소공포증!!
아! 달마산!
절대 얕보면 안되는 산이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켜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는데...
꺄~~~!!!
이건 또 뭐야!!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밧줄!!
아~ 울고 싶었다.
온몸으로 구르다시피 해서 간신히 내려갔는데,
거의 멘붕상태였던 터라
돌이켜보면 어떻게 내려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나무 계단이 나타나 반갑다!! 했는데,
웬걸, 아래를 보니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이 핑핑 돈다.
한발 한발 내딛으며 내려가는게 어찌나 공포던지,
중간쯤 내려서자 차라리 밧줄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간신히 계단을 다 내려와 바닥에 떨어진 심장을 주워 수습하고 있는데,
이건 또 뭐야!!
하산길에 갑자기 올라가는 계단이 나오는 건 무슨 일?
게다가 계단 하나의 높이가 거의 50cm에 육박해
암벽을 오르듯 네발로 기어야 한다는 사실!!
달마산!
정말 스펙터클한 산이다.
분명히 하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작은금샘정상에 와 있다.
문바위재에서 내려갔어야 했는데,
빠져야 하는 길을 놓친듯.
자연 바위 터널을 지나 오니,
비로소 가파른 경사가 조금 수습된 듯 하다.
미황사 표지판이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났을 정도!
3년전, 나 스스로 만들었던 미션을 어느덧 모두 수행하고,
그 마무리를 해남 땅끝에서 하고 싶어 마지막까지 남겨뒀던 해남 달마산.
489m 라는 수치를 보고 가장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여겼던 달마산은
결국 28곳 중에 가장 힘들었던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해남 달마산 2부 - 도솔암 편이 이어집니다)
글 * 사진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야 마는
독한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