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실크로드여행] 19부-그날밤 우리는 중국을 먹고 세상을 마셨다<하밀의 만찬>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거기에 난 한 줄을 덧붙인다.

 

먹어라,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 또 먹어라, 사흘을 굶은 것처럼!!!

 

여행의 즐거움 중엔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음식에 트집을 잡고, 까탈스러운 입맛을 내세우는 건 엄청난 손해다.

그곳으로 여행하기까지 들인 교통비, 발품, 시간 등을 종합하면

그 음식엔 엄청난 부가가치가 붙는 것이다.

그래서 내겐 밥풀 한알, 고기 한점, 과일 한입도 소중했다.

 

심하게 허기진 나그네를 위해

일단 한 번 꾸~욱

 

 

 

 

살구였다.

살구를 박스채로 사온 것은 역시나 또 가이드였다.

가이드는 가는곳마다 과일 인심을 쓰고 있다.

한국에선 비싸서 한 웅큼 쥐고도 손 떨리는 과일,

여행의 피로를 씻어줄 구연산과 비타민이 가득한 과일,

게다가 달콤함에 있어서만큼은 저절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하는 과일,

그 과일을 가이드는 적은 비용을 들이고 생색만큼은 제대로 내고 있는 것이다.

 

여행 첫날,

"여기 오신 분들은 대부분 한 사람당 10kg 정도씩의 과일을 드시고 갑니다."

했던 그의 말을 허풍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껏 내가 먹은 양을 따져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결심 하나를 굳혔다.

내 체중 한도내에서 최대한 이 곳 과일을 흡입하겠노라고...

 

 

 

드실만큼 맘껏 가져가세요...했는데,

소심한 난 그리 맘껏 가져오지 못했다.

친구 것까지 합쳐서 12개!

한입 베어물면 눈이 저절로 감길 만큼 새콤한 것도 있고,

눈이 엄청 커질만큼 달콤한 것도 있다.

한자리에서 다 먹은 우린

좀 더 크지 않은 우리의 손을 탓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과일이 있었으니,

하밀의 대표 과일 "하미과"이다.

너무나 달아서,

먹고 난 후 5분 안에 입을 헹구지 않으면 입이 붙어버린다는 전설을 가진 그 하미과!!

멜론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속은 멜론보다 붉은 편이다.

 

 

설렘 가득 안고 한입 먹어봤는데...

아웅~

정말 달다.

멜론보다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다.

사각~ 하고 베어물면 입안 전체로 퍼지는 달콤함.

정말이지 설탕보다도 달다.

먹고 나니 하미과를 잡았던 손도 붙어 버릴 것 같아

얼른 손을 씻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여 입안도 말끔히 헹구었다.

 

 

어쩌다 보니 과일 디저트를 먼저 먹고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매끼 변함없는 반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변함없는 식탐 대질주,

매번 우리들은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무한 흡입을 한다.

나그네들은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새로운 위장 하나씩을 추가로 장착한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상추도 있고,

누군가 싸온 김치를 꺼내놓아 좀 더 진수성찬이 되었다.

 

그런데 잠깐~

여기의 반찬들!

가만 보면 비빔밥의 좋은 재료들이다.

 

 

그래서 일행 분 중 "장금이"라 자청하는 한 분이

비빔밥 만들기에 돌입했다.

매끼마다 함께 식사를 했던 10명의 밥식구들이 일제히 숟가락을 놓고

비빔밥 만드는 과정에 시선을 집중한다.

 

 

고추장과 김치국물도 들어간데다 

때마침 김을 준비해오신 분도 있어서

비빔밥 위에 김가루까지 살짝 뿌리니

정말 제대로 된 비빔밥이 탄생했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먹는 것에서부터 조금씩 진화하고 있었다.

앞으로 남은 여행 동안은 매끼 비빔밥을 먹게 될 것 같은 예감! ㅋㅋ

 

 

이 차는 하밀의 택시이다.

사진 찍고 있는 나에게 시선을 주는 기사 아저씨!

얼른 타라는 의미다.

 

 

그래서 탔다.

사실 택시는 가이드가 불러준 것이다.

하밀에서의 마지막 밤,

뜻 맞는 이들끼리 양꼬치에 술한잔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술보다는 분위기를 사랑하는 내가 손을 안 들었을리 없다.

그래서 택시 몇 대에 나눠 타고 양꼬치로 유명한 식당가를 찾아갔는데...

 

 

길 한켠을 몽땅 차지하고 있을만큼 대형 식당가가 나왔다.

간판들도 다들 여기가 실크로드의 한복판, 하밀임을 알리고 있다.

실크로드의 명물 호탄옥(和田玉)과 호양(胡楊-서양 버드나무)숲.

 

 

한쪽에선 꼬치 굽는 냄새가 진동을~!

금방 숟가락을 놓고 나온 나그네들은 밥먹은 기억조차 잃어버렸다.

 며칠 굶은 표정으로 군침을 삼키는 걸 보면...

실크로드의 걸신은 정말 무섭다.

 

 

여기 꼬치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닭꼬치가 아닌

양꼬치, 양고기이다.

 

 이곳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호사크족은 양을 키우고

위구르인은 양을 도살하고

그리고 한족(漢族)들은 양을 먹는다는...

 

 

여기서 쓰는 화력은 숯이 아닌 석탄이라고 하는데...

 

 

화력이 굉장하다.

 

 

꼬치에 붉은 빛이 감도는 이유는?

 

 

바로 이 양념 탓!

 

 

불에 굽지 않고 화덕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있었는데...

 

 

이른바 양갈비!

여기서는 가장 비싼 최고급 먹거리이다.

 

 

화덕에 들어가는 건 고기 뿐만이 아니다.

고기가 꽂혀 있던 자리에 커다란 고추를 꽂히는데...

하긴 사주 야시장에서 별의 별 야채 꼬치들을 구경했던 바,

고추가 양갈비처럼 구워지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여기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버섯 꼬치, 감자 꼬치도 등장!!

 

 

느끼한 고기보다는 버섯구이가 훨씬 담백하고 맛있을 듯~

그런데 버섯을 굽는데 왜 고기 냄새가 나지??

 

 

천연 석탄위에서 구워지는 각종 구이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국의 향내는

불과 두어시간 전에 배를 채운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게 했다.

거짓말 같이 밀려오는 허기에 모두들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이곳은 동서남북으로 각각 2000km 안으로는 바다가 없는 동네이다.

생선이 귀하게 여겨질만한데, 오히려 찬밥 신세인듯한~

 

 

저녁 9시 무렵, 양꼬치 집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양꼬치의 맛이 마냥 궁금한 이방인은 안타깝게도 자리가 나길 줄서서 기다려야 했다.

허기진 배는 벌써부터 허리를 접게하고

군침은 대책없이 파도를 타기 시작한다.

 

 

워낙 식당들이 많아서인지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자리에 앉았더니 기본 안주 세팅!

먼저 땅콩이 등장했다.

배가 고팠다면 한접시를 다 비웠을 것으로 예상될만큼 꼬소롬~

 

우리, 저녁밥, 비빔밥으로 한 세숫대야 비벼서 배터지게 먹은 거 맞어~?

참으로 귀신이 곡할 이놈의 허기~

 

 

이어서 나온 건 오이피클(?)!

아마도 양고기의 느끼함을 덜어주겠다는 임무를 띠고 나온 듯!

 

참으로 자연 친화적으로 썰었다,

손으로 쥐어 뜯었나~?

 

 

 

현지 맥주로 가볍게 입가심!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칭따오 삐주"

 

 

제일 먼저 마늘꼬치가 나왔다.

꼬치에 꽂혀 있어 괜히 더 불편하다 싶었는데

웬걸?

마늘 껍질을 살포시 당기니 마늘이 수줍은듯 가뿐히 옷을 벗는다.

매끄럽고 뽀얀 순백의 속살.

매운 맛은 전혀 없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

 

 

이건 양의 간이란다.

순대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소 간처럼 맛은 좀 퍽퍽하고 그렇다.

많이 권장할 만한 식감도 아닐 뿐더러 맛도 별로~

 

 

요것이 바로 양꼬치!!

조금 질기기도 하고 겉에 두른 양념맛이 강하다.

매콤한게 맛있게 매운게 아니라 고춧가루가 내는 매운 맛!!

톡 쏘는 태양초 특유의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양갈비!"

어떤 고기든 "갈비" 자가 붙으면 일단 기대하게 된다.

아니나다를까.

살도 두툼하고, 식감도 좋고, 양념맛도 달짝지근한 것이 입에 착착 감겼다.

 

함께 먹었던 이들 저마다 한마디,

"다른 건 됐고, 양갈비나 더 먹읍시다!!"

 

그 얘길 들은 가이드의 한마디,

"양갈비가 제일 비쌉니다!!"

ㅎㅎㅎ

 

이 날 밤 우리 앞에는 

철제 울타리를 치고도 남을 분량의 빈꼬치가 쌓였다.

 

 

좋은 안주와 좋은 술 그리고 좋은 사람끼리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러브샷~!

 

형제분들이시다.

부부동반해서 이 여행에 동행한 분들이다.

이들의 술잔을 봐서 알겠지만 맥주가 아니다.

식사때마다 등장하는 조국산 소주!!

 

어쩜 그 소주는 여행 내내 마르지 않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내내 충분히 인심을 쓰고도 넉넉한 것 같았다.

소문에 의하면 이분들이 가져온 여행용 대형 캐리어 하나엔 소주만 들었다는....ㅎㅎㅎ

 

아무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

물론 양갈비의 맛은

내가 즐겨먹는 닭갈비나 돼지갈비, 소갈비만 못했지만,

낯선 땅의 노천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현지인들의 말을 들으며 먹는 그 분위기.

그건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시간,

나에겐 눈에, 마음에, 그리고 입에 담아두어야 할 추억이 켜켜히 쌓이고 있었다.

 

하밀의 고소한 밤,

그날 밤

나그네들은 세상의 종말을 보려는 듯

마음껏 마시고, 힘껏 떠들었으며, 양껏 먹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일생을 희생한 양들을 위해

그들의 극락왕생도 빌고.

 

신기한 것은

하늘에 뜬  중국 달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

솜씨 좋은 중국인들, 저것도 가져다 베꼈나~?

아니면 내가 술이 너무 취한겨~?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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