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세기부터, 한무제가 그토록 집요하게 서역에 집착한 것은,
영토의 확장도, 주변국으로부터 공물을 취하기 위함도 아닌,
당대의 최고의 군사무기라 할 수 있는 명마(名馬)에 대한 욕구였다.
사신으로 갔다가 포로가 되어 십여년간 구금 아닌 구금생활을 한 끝에 탈출한
장건(張騫 ?~BC114 )의 정보에 의해 알게된
대원(大元-지금의 카자흐스탄 페르가나지역)의 한혈마(汗血馬-땀과 피를 같이 흘리는 말)를 취하고,
오손(烏孫-현 키르키스탄의 중서부지역)으로부터 서극마(西極馬)를,
월지국(月氏國-현 아프가니스탄의 동부지역)으로부터는 월지마(月氏馬)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카자흐족은 조상 대대로 유목을 생활화하고 있는 민족이다.
유목민에게 말이라는 것은 그들의 삶이고 생활이다.
그들에게 말을 배제한 삶이란 상상할 수 없다.
구당서(舊唐書)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고선지는 용모가 수려하고
말타기와 활 쏘기에 능했다.
仙芝美姿容騎射
한혈마는 고선지 장군이 탔던 말이다.
역사서 사기(史記)에 까지 등재된 한혈마!
전설의 명마인 천마(天馬)의 후손으로 알려진 한혈마를 키워냈던 현장으로 간다.
천산산맥의 남쪽,
말들의 고향 남산목장으로
가기 전에 일단 꾸욱~!
우루무치에서 남쪽 교외로 75km 떨어져 있는 남산목장 가는 길...
들판엔 노란 해바라기가 만발했다.
이 무렵 신강성의 초원지대는 온통 해바라기 밭이다.
키가 사람높이로 큰 것은 식용 해바라기이고
사진에서 처럼 작은 것은 기름을 생산하기 위한 이른바 산업용이다.
해바라기도 키에 따라 식용과 산업용으로 차별화하는 세상이다.
노란색 해바라기에 이어 나타나는 빨간색 지붕!
집들의 생김도 반든반듯한게 똑같고 색깔도 똑같아 당황스럽다.
이는 정부에서 카자흐족의 정착화를 위해 지어준 집이라고 하는데,
집 짓는 비용의 80%는 정부가 대고,
나머지 20%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고...
그런데 그들의 생활 습관에는 불편함이 많아서 입주자가 귀하단다.
유랑같은 유목에 길들여진 그들에게 정착이란 감옥과도 같을 터.
더넓게 펼쳐진 초원이, 그 넓이가 400㎢에 이르는 남산목장에 당도했노라고 눈짓을 보낸다.
주변으로는 말을 타고 다니는 카자흐족의 모습도 보이는데,
고삐를 잡은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완전히 말과 합체가 된듯한 익숙하고도 숙달된 승마자세...
우리 땅에서는 말과 승마가 선택된 자들의 사치품이지만
여기는 먹고 살기 위한 일상이기에...
나그네들을 실은 버스가 주차를 하려는 순간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곳 현지인인 듯한 사람들이 버스 주변으로 몰려와 몸싸움을 하는 것!
남녀노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무슨 일이지? 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앞에서 웃고 있는 할아버지 한 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묻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미소짓기~! 씨익~!!
그들의 우두머리인 듯한 사람이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줄을 맞춰 서는 사람들!
우리 버스에 이들을 태우고 가나?
절대로 그럴 리는 없고~
이 때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이제 버스에서 내릴텐데,
내리면 바닥에 놓여있는 걸 하나씩 골라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있으라는 것!
뭘 고르라는 거지?
그리고 그걸 왜 머리 위로 들어야 하지?
호기심 가득 안고 내렸는데...
정말 바닥엔 뭔가가 각양각색으로 놓여 있다.
아무래도 말 채찍인듯?
형형색색의 말 채찍~
그 중에 좀 튼튼해 보이는 걸로 잡아 머리 위로 치켜들었더니...
웬 남자가 슬그머니 다가온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자신의 가슴으로 향하며
"당신이 간택한 오늘의 마부는 소인입니다" 하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아~!
이건 마부 고르기였구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서 벌어지는 이들의 몸싸움!
그래서 아예 손님에게 고르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나이나 외모가 전혀 핸디캡으로 작용하지 않게
순수하게 채찍만 보고 고르게 하기~!
그 옛날 신화시대에서 즐겨 사용했던 미팅시 파트너 정하기와 흡사하다. ㅋㅋ
기왕이면 잘 생긴 청년이 걸렸으면 좋았을 것을~
연세 지긋한 아저씨에 나이 또한 지긋한 마(馬)님 당첨! ㅋ
그렇게 남산목장에서 얼떨결에 말타기 체험에 나섰다.
초가을 같은 산들바람에 휘청거리는 오후,
비록 한혈마는 아니지만 한가득 몸을 맡긴 이방인의 말위엔 행복이 가득이다.
다그닥 다그닥 살아 숨쉬는 4륜 구동이 전해오는 발밑의 흔들림이 좋다.
사막에서 흩어진 기력들이 비로소 충전된다.
황량한 사막만 보고 다니느라 그동안 눈이 고생했는데,
모처럼 푸릇푸릇한 들판을 달리니 눈이 제일 먼저 호강한다.
하늘의 구름마저도 불현듯 달라져 보일 정도.
내가 너무 초보처럼 보였나?
나의 마부 아저씨는 도통 달릴 생각을 안한다.
다아그닥 다아그닥~
천천히 가니 사진은 깨끗이 찍을 수 있어 좋긴 한데...
말이란 모름지기 달려야 제 맛이잖아.
이 때 옆을 쌩하니 지나가는 말이 있었으니...
으악~ 하는 비명소리가 먼저 들렸다.
최연소 마부가 당첨된 아주머니!
이 마부는 아예 말을 같이 탔다.
가벼운 체중의 잇점을 고스란히 활용한...
그녀는 연신 "만만디~ (천천히)" 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꼬마 마부는 그 비명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 엉덩이에 계속 채찍을 가하고 있다.
진짜 말타는 기분 제대로 나겠네~ 싶어
주위에선 그저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저 끝없이 달려갈 수는 없는 일, 되돌아 가야하는 반환점!
이곳에서는 잠시 포토 타임을 갖는데...
마부 아저씨가 내 목에 걸려 있는 사진기를 달라는 손짓을 보낸다.
카메라를 건네고 포즈를 잡아보려 하는데,
마부로부터 고삐가 풀린 말은 사진 따위엔 관심 없다는 듯,
보다 신선한 먹이를 찾아 계속 직진중!
마님~! 잠시만~ 인증샷 하나만 찍고 가자고오~!
이곳 남산목장은 해발 1800m에 있다.
1000m 이상 내려가야 우루무치 시내가 나온다.
고도가 달라 우루무치와는 많은 기온 차이가 난다는데...
특히 일교차가 심해
밤에 우루무치는 30도가 넘을 때도
이곳에서는 불지핀 화로옆에서 수박 먹는 풍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눈이 올때는 2~3m씩 와서 겨울철엔 스키장으로도 이용되는데,
여름철엔 이런 승마체험이 이들의 짭짤한 대체 수입원이 된다고...
남산 목장에서 야외 촬영하는 예비 신랑신부를 만났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흰색으로 차려입은 신랑신부...
지금의 그 순백의 순수한 마음 영원히 변치 마셔요~!
출발점에 돌아왔더니,
아직도 채찍 간택을 받지 못한 마부들이 여전히 다른 차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차가 한 대 지나가기라도 하면 쏜살같이 그 차를 쫓아가는데...
눈에 보이는 경쟁이 엄청 심하다.
앗! 저 아이는 "만만디"를 외치게 했던 그 마부?
말 위에 타고 있는 포즈도 어찌나 여유 있으신지...
안방이 따로 없다.
인터뷰를 위해 잠시 말에서 내리게 했는데...
카자흐족의 말을 내가 유창하게 할리는 없고,
한국말로 슬며시 물어본다.
음...이름이 뭐니?
......
음...마부 경력은 몇 년 됐기에 그렇게 말을 잘 타?
......
음...아까는 아주머니가 비명을 지르는데도 왜 그리 빨리 달린거야?
......
자포 자기의 심정으로 마지막 던진
"몇 살이야?" 라는 질문에
아이는 비로소 손가락 9개를 펼쳐든다.
9살!
남산목장의 명실상부한 최연소 마부!
다음에 다시 오면 이 아이를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그 때는 꼭 너의 채찍을 고르도록 할께!!!
나도 이 남산목장을 질주해보고 싶구나!! ㅋㅋ
사진을 찍고 있으니, 자기도 찍어달라며 다가오는 여인이 있다.
네~ 얼마든지요.
단, 사진은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드릴게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
알아 들었다는 듯 말없이 돌아서는 여인.
당나라의 시선(詩仙) 두보는 고선지를 태우고
서역을 누볐던 한혈마를 이렇게 칭송했다.
총마(한혈마)는 고선지 장군과 더불어
한마음이 되어 큰 공을 이루었도다.
<고도호총마행-高都護총馬行>
우리 민족 공통의 신화속의 어머니는 곰이다,
최치원 선생은 그의 글 모음인 최고운집(崔孤雲集)에서
자기네 문중인 최씨 집안의 조상을 돼지라고 했다.
터키민족의 본류인 돌궐족과 로마인의 조상은 다 같이 숲을 호령하는 늑대였고.
그나마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다행이다.
후백제를 창건한 견훤을 시조로 두고 있는 황간 견씨는 환형 동물인 지렁이를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두고 있으니...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유랑의 민족,
카자흐족의 어머니는 우아하게도 조류인'백조"이다.
백조여인의 자손인 하사크족(哈薩克族) '하사커'
그들은 카자흐족이라는 말보다 하사커라는 말을 더 좋아하고,
부모가 죽으면 모든 재산을 막내가 독차지 하는 관습을 가졌다.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활 속에서도
그들의 혼과 전통을 굳건히 지켜왔었다.
그리고
해질 무렵 손님을 보내면 벌받는다고 조상대대로 후덕한 인심을 자랑했다.
하지만 요즘은
해가 넘어가는데도 아무도 나그네를 붙잡지 않았다.
세월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