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인류가 이 땅에 출현하면서부터 가져온 수수께끼.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불행히도 최첨단을 소리높여 외치는 현대과학마저도
아직 명확한 규명을 못하고 있다.
신(神)!
세상이 다양해지고 세월이 갈수록
신들의 영역과 신들의 종류는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이 강림하는 신은 단연코
'그 분', 이름하여 '지름신'이다.
짐을 가볍게 해야하는 여행자에게는 가장 큰 적이며,
또한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 지름신의 현장,
접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그 곳으로 간다.
접신(接神)을 원하신다면
가볍게 꾸욱~
우루무치의 그랜드바자르.
바자르(Bazar)는 페르시아어에 어원을 둔
"지붕이 있는 시장" 이라는 뜻으로
주로 자선 기금을 모으는 데 일익을 하고 있는 우리말 "바자회"의 모태이다.
초기 바자르는 향료와 직물, 소금과 귀중품들을 물물교환하는 장소였으나
지금은 일반적으로 "시장"의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터키를 포함한 이슬람지역에서는 전통시장의 대명사로 확대 해석되어 완벽히 정착되어 있다.
아울러 바자르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역으로 자리매김하여
나그네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동전하나까지 알뜰히 약탈하여
원주민들의 복리 증진에 흠씬 기여하고 있는 중!
우루무치에는 바자르가 세군데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이도교 국제 대 바자르(二道橋 國際 大巴札)!
우루무치에서 이도교는 가장 번성한 상업거리이다.
거리에 매쾌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많이 익숙하다.
바로 노점의 수동식 환풍기가 만들어내는 양꼬치 냄새였던 것!
연기를 쫓는게 아니라 고기 냄새를 멀리 멀리 날려
고객을 파리떼 처럼 불러 모으겠다는 고도의 홍보전략!
우리의 광장시장, 부산 자갈치의 곰장어 골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허기진 나그네에게는 엄청난 고문일 터.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중국어와 이슬람어의 공존 현장!
이곳은 어딜가나 간판에 중국어와 이슬람어가 함께 쓰여져 있다.
위구르어는 아랍문자를 음차해서 사용한다.
그랜드 바자르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집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 시장의 핵심 품목이 민속악기, 장신구, 칼인데,
그 모든 것을 취급하고 있는 점포!
위구르인들은 양고기를 먹기 위해 늘 칼을 차고 다니는데,
그래서 칼이 생활용품의 위치에 올라 있다.
화려한 손잡이에 멋스러운 가죽끈까지...
이 곳에서 칼은 흉기가 아니다.
생필품이고 상시 휴대품이며 장식품이기도 하다.
아마 세계에서 칼을 가장 많이 파는 시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보기엔 탐나는데, 가지고 다니기가 무시무시하니...
패스~
한쪽에선 아기자기한 공예품들도 눈길을 끈다.
그 옛날 우리 땅 신라 왕묘에서도 발굴되는 페르시아 유리 공예품처럼
무늬, 장식, 색감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기념으로 병따개나 하나 살까 싶어 가격을 물었더니
20위안! (\3500)
돌아서려 하니 아저씨가 계산기를 갖다 댄다.
숫자 1과 0을 눌러 "10"을 쳤더니,
의외로 흔쾌히 OK~ 한다.
오잉?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 좀 더 파격적인 가격을 요구할 걸 그랬나? ㅎㅎ
세계 어느 시장을 가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함은 없다.
상인은 나그네의 지갑을 열려하고
나그네는 상점의 물건을 싼값에 가지려한다는
딱 두가지의 목적을 서로 알고 있기에...
상거래는 사랑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
실크로드의 이미지와 비슷한 아라비아 상인이 눈에 띄었다.
(오른쪽 아래)
그래서 그걸로 골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분은 이곳에서 꽤 유명한 "아필더" 할아버지란다.
신강성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만화 캐릭터!!
집집마다 박이 주렁주렁~
예술품으로 환생한 박!
우리 땅 흥부의 박은 대박을 불러내는 복(福)의 이미지이다.
여기도 마찬가지, 위구르인에게도 박은 복을 담는 용기인 것!
그랜드 바자르는 재래시장이지만 대부분 이렇게 실내에 입점해 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 좋다.
노화방지와 피로회복의 열매로 소중하게 대접받는 대추는
이 곳의 특산물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꽤 최신형이라 자부하는 내 핸드폰이 작아보일 정도!!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꽤 묵직하다.
이 거 하나만 먹어도 배 부를 듯?
대추 세개만 들어도 손바닥이 꽉 찬다.
내 손도 '결코'작은 손이 아닌데...
호두도 마찬가지.
일조량이 많아서 그런가.
열매들이 어쩜 그리 하나같이 큼직한지...
이 또한 대륙의 열매답다.
여기서 잠깐!
호두에 기원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호두는 호도(胡桃)에서 왔다.
서역 오랑캐의 복숭아라는 의미로 이 곳에서 중국으로 전래되고
다시 당추자(唐楸子)라는 이름으로 고려땅 천안에 최초로 식재되어
오늘날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속살을 이룬다.
지금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되어 있는 호두나무의 본향이 바로 이 곳이다.
과일 노점엔 호박같은 것이 한가득 쌓여있다.
마치 호박과 수박을 접목시킨 듯한 과일 혹은 채소...
길죽하게 생긴 멜론도 속이 잘 익었다.
속살은 열대과일 파파야를 닮았다.
멜론, 하미과, 수박 등 여행 다니면서 원없이 먹은터라
이젠 과일에는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른 건물 탐방!!
이곳에는 색색의 옷들이 많다.
특히 위구르 족의 민속 의상인듯한 옷들!
현란하고 다채롭다.
보는데는 예쁘지만 공짜로 줘도 입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원색적.
여기서는 지름신도 잠시 딴청을 피운다.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오수를 즐기고 있는 아주머니...
처음엔 마네킹인 줄 알았다.
우리의 한복처럼 화려한 옷들!
이렇게 입고 다니는 아이들은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 또한 특별한 날만 입는 전통 의상인듯.
옷도 내겐 안 맞을 것 같고,
모자도 너무 튄다.
무대 의상이라면 또 모를까...
신발도 내 취향이 아닌 걸 보니
확실히 나는 뼛 속까지 한국인! ㅋ
때깔 맞는 옷이 없어서라도 내일 새벽의 귀국 비행기에 오를 수 밖에...
유독 화려한 장신구엔 눈이 간다.
찬란한 오색 칠보를 온통 휘감은 팔찌의 향연~
수공예가 발달된 곳이라,
이곳 그랜드 바자르에도 수공예품들이 많다더니,
일단 화려한 장신구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 듯.
바깥 날씨는 맹렬하게 더운데, 방한복과 방한모자도 팔고 있다.
이곳의 겨울날씨는 강력한 냉동고를 자랑한단다.
이 옷과 모자들을 통해 나그네는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내가 한 겨울에 여기 올 일은 없을 테니...
그리고 양모와 늑대털로 만든 카펫까지...
이 곳의 카펫은 페르시아 제품 못지 않게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한다.
길거리에는 정말 다양한 민족들의 다양한 모습들!
그러나 그들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산다.
종교도 사상도 가소롭다는 듯 티하나 없이 푸르른 한 색깔의 하늘.
우루무치는 인종박물관이라 할 만 하다.
중국엔 56개의 민족이 살고 있는데,
그 중 45개 민족이 우루무치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하니...
그들 머리속에 자리잡은 신의 모습은 다르고 생각은 다를지 몰라도
사람 사는 법은 어디든 똑 같다.
아이를 안은 아빠와 아빠에게 안긴 아이의 모습,
어디서 종교의 차이를 찾고 민족의 차이를 찾는다는 말인가.
찾을 이유가 없다.
세상의 인간은 하나일 뿐이다.
시장 한켠에는 서커스장도 있다.
이곳 그랜드 바자르는 하루 종일 시간을 줘도 다 돌아보기 힘들다.
우리에겐 2시간 정도의 시간만 있었던 터라 발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는데,
눈에 쏙 들었던 물건들, 볼수록 탐났던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은 놔두고 온 것이 몇 가지는 계속 눈에 밟힌다.
"항상 나그네는, 눈과 가슴은 크게, 짐가방은 작게..."
지름신을 쫓기 위해 시장에서 수없이 외운 나만의 주문이었다.
이렇게 무한대로 짐가방을 비우다 보니,
물건을 사서 후회하는 경우보다 사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쩌겠는가.
후회는 과거라는 시제속에서 이미 박제가 된 일이다.
여행자는 과거 시제에서 당연히 자유로와야 한다.
반면 설렘이라는 것은 미래 시제에 해당한다.
여행자는,
영원히 흘러가서 이미 추억이라는 창고에서 박제가 된 후회보다는
또 다시 내 눈 앞에 펼쳐질 설렘이라는 미래시제를 향해
또 다시 대문을 열고 나설 일이다.
그렇지만
천산의 모자, 그랜드 바자르의 예쁜 팔찌는
여전히 아쉽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