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하동여행] 고로쇠 수액에 관한 불편한 현장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고로쇠 나무, 거제수 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층층나무,

박달나무, 피나무, 머루나무, 다래나무, 삼나무...

 

이 나무들의 공통점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인간에게 유용한 액체인 수액(樹液)을

채취해 먹었던 자연 속에 존재하는 나무들 명단 중의 일부이다.

 

그 중에서도,

 

고로쇠 나무 수액...

최근에 대표적인 건강 수액으로 자리 잡았다.

 

예로부터 춘분을 넘어서는 이른 봄이면,

시골마을의 민간 음료수로, 혹은 약재로 전해내려오던 고로쇠 수액이

 이젠 대도시 백화점의 시즌 특수 아이템이 될 정도로

현대인의 건강 음료로 자리잡고 있다.

 

단풍나무의 나라, 캐나다가 자랑하는 관광 수출품

메이플 시럽(Maple syrup)도 단풍나무의 수액에서 비롯된 것.

결국 우리나라의 고로쇠도 단풍나무의 일종이다.

 

뼈에 좋다고 하여 골리수(骨利水)라고도 불리고,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관절염, 골다공증, 위장병, 당뇨에 효험이 있다는,

그래서 한방에서는 약수(藥水),혹은 풍당(楓糖)이라고 불린다. 

 

그 중에서도 특히 효험 좋기로 명성이 높은,

 

지리산 고로쇠 수액.

 

 

 지난 겨울의 초입,

계절 행사처럼 지리산 둘레길을 휘청거리며 걷고 있을 때,

청정 국립공원 지리산의 깊고 깊은 계곡의 인적조차 뜸해야 할 그 곳에,

발길에, 시야에 온통 도회의 전선줄처럼 늘어진 공해의 흔적이 역력하다.

 

키 높이로 하염없이 늘어진 검은 색 케이블을 닮은.

 

 

둘레길이라고 발품으로 닦아둔 바닥에도 늘어져

지친 산객의 안위를 위협한다.

내리막길의 저런 줄은 기진한 나그네에겐 지뢰와 다름이 없는데...

 

무엇일까~?

저 깊고 높은 산중에 호젓한 산사(山寺)라도 있어서

불을 밝히기 위해 가설한 전깃줄인가?

아니면 전화 케이블인가?

 

 

해저 케이블을 연상시키는 굵은 것도 있고.

그것의 용도가 무엇이건 간에

아무튼 국립 공원 지리산의 풍취에는 당연히 혐오 시설이다.

 

무엇일까,무슨 용도일까,

아무래도 소리나 전기를 흘려 보내는 시설은 아닌듯한데.

 

 

피곤한 발품을 애써 팔아서라도 확인해보자.

하늘 공간에, 땅위에 대책없이 깔린 그 검은 색의 정체를.

 

 

그 케이블들의 끝에는...

 

 

그 검은 색 관들은 어김없이 특정 나무들의 줄기 몸체의 깊숙한 곳에 박혀 있었다.

지금은 겨울의 들머리인데...

겨울에도 수액을 채취하는 수종(樹種)이 우리나라에 있었나?

 

그 나무들은 어김없이 고로쇠 나무였다.

 

나무에 꼽힌 가느다란 수관(水管)은 직경이 큰 수관으로 다시 연결되고,

그렇게 주변의 고로쇠 나무들은 크고 작은 수관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수백미터 아래에 있는 마을의 안방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잎이 푸른 고로쇠 나무 이파리 위에

수관을 놓고 크기를 헤아려 보는데...

 

나무에 박혀 있는 작은 수관, 이름 짓기를 자관(子管)의 크기는 이 정도.

 

 

수액들을 모으는 이른바 모관(母管)은 어지간한 수도관 보다 더 굵다.

봄에 어느 정도의 수액이 모이는지 짐작이 갈 정도.

 

또 하나,

여기에 가설된 수관들이 과연 위생처리가 확실히 된,

그래서 식용 음용수에도 사용이 허락된 위생수관인지,

그렇지 않으면 어느 지인의 얘기처럼 공업용 수관인지...

 

 

지역 주민들의 수익을 창출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지역 주민들에 한하여 특정 수액 채취를 허용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리고 노동력이 충분치 않은 농촌 현실을 고려하여

일부 수관을 장착한 것도 결코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채취기간이 끝나면 모든 수관은 나무로 부터 분리하고

뚫었던 나무 줄기의 구멍은 소독을 하여 나무의 세균 감염을 막도록하며,

수관을 장착하는 나무의 크기(직경)가 엄격히 제한되어

어린 나무의 체액은 수액 채취를 금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하지만 그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나의 경험으로는...

고로쇠 수액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보관 기간이 결코 길지 않은데,

대부분 수액 채취가 끝나는 4월 초순부터...

다습한 장마철과 혹서의 여름을 지난 저 수관의 내부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

 

검은 색 수관의 내부는 볼 수가 없어서 알 수 없다.

 

 

고로쇠 수액은 나무가 만든 생명수이며 동시에 유기물의 상태이다.

세균 번식에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은 자명한 일.

더우기 봄과 여름을 고스란히 노천에 방치된 상태라면...

 

 

고로쇠 수액에서 피어난 곰팡이가 어떤 유무해한 곰팡이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을 마시는 사람에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저런게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혹자는 말한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할 때 처음 나오는 수액은 버린다고.

곰팡이가 피었을 수관을 씻어서 나오는 첫 수액은 위생상 버린다고.

 

그렇게 첫 수액을 버린다고 위생이 과연 유지 될까?

수관을 뒤집어 수세미로 문질러 씻는다면 또 모를까.

 

 

분명히 이건 아니다.

생산성 향상도 좋고 작업의 능률 향상도 좋지만 이건 아니다.

지역민의 소득 향상, 분명히 권장하고 독려할 일이다.

그리고 이런 자연 친화적 음료 개발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잘못 됐다.

 

 

산 아래로 내려 올수록 수관은 더욱 굵어지고 많아진다.

어떤 곳에서는 수관이 축 늘어져 있다.

그곳에서는 수액이 어김없이 고여 있었을것이고

고인 수액은 이듬해 봄까지 당연히 썩어서 독소를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고로쇠 나무마다 수관을 꼽아서 연결하고 한 번 연결하면

수년내내 집안에 앉아 수액을 채취할 수만 있다면,

눈도 채 녹지 않은 심산 유곡을 땀흘려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좋고

그저 앉아서 소득을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물론 봄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액은 나무 스스로

분출을 멈춘다고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것은 인간으로 치면

자신의 생명같은 피를 내어주는 고로쇠 나무에게도.

그 속에 감춰진 불편한 사실,

그것을 감쪽같이 모르고 마시는 소비자에게도 매우 불유쾌한 일이다.

 

 

산림청에서 허가를 할 때,

이러한 광경을 예상하고 허락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고.

수려한 지리산 둘레길의 보행을 불편하게 하면서

무공해 자연음료를 굳이 곰팡내 나는 유해 음료로 만드는 

이러한 채취 방법에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당장 다음달 하순부터 국립공원 지리산의 브랜드를 달고

전국에 공급될 고로쇠 수액이 저렇게 한해가 넘도록

노상에 방치되었던 수관을 통해서 수집된 것은 아니어야 한다.

 

오랜 좌선수도 끝에 무릎이 굳어 일어 설 수도 없었던 도선국사를

일으켜 세웠다는 전설의 고로쇠 수액,

세상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기 힘든 요즘,

청정한 심산의 정기를 머금고 인동의 세월을 참아내며

이윽고 신춘의 체액을 흘려 인간에게 내어준

 

고마운 고로쇠 수액

그 하나만이라도...

 

거기에는 아무리 작아도 숨겨진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상기 사진은 2013년 12월 초순 지리산 둘레길,

 13코스 산행중에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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