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제주여행] <따라비오름>에서 퇴짜 맞고, <산굼부리>에서 두들겨 맞고!!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함께 했던 벗 중 하나가 여행 내내 했던 말이 있다.

 

"이번 제주여행은 날씨 여행인 것 같아!"

 

해안이냐 산간이냐, 장소마다 날씨가 다르고,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시시각각, 아니 분 단위로 바뀌는 제주 날씨!

 

그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우리는 하루종일 우왕좌왕해야만 했다.

 

본격적인 날씨여행 떠나기 전에

일단 꾸욱~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따라비 오름!

제주에 왔으니 오름 하나는 정복하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았는데

빗발치는 눈 때문에 슬쩍 걱정이 된다.

 

 

그런데!!

입산통제??

요즘 전국적으로 산불예방 때문에 입산통제 하는 산들이 많은 건 아는데,

제주 오름까지 그럴 줄이야!!

함께 간 세명 중 한명이 돌아선다.

 

 

산책로라도 걸어보고 싶지만, 눈이 많이 와서 길도 미끄럽고,

얼마전 입은 발목 부상도 걱정이 되었던 또 한명이 돌아선다.

 

 

 

하지만 한명은 쉬이 돌아서지 못한다.

따라비 오름이 제주의 368개 오름 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의 여왕"이라는데,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그냥 돌아서냐고!!!

산책길이라도 걷고 오겠다고 유유히 떠난다.

 

남은 두 사람은 점점 더 거세지는 눈보라에 일단 차로 피신!!

 

 

 

그런데 10분쯤 지났을까?

언제 눈보라가 쳤냐는 듯 해가 반짝 비치는 게 아닌가.

 

 

우리도 따라비 오름의 끄트머리라도 밟아봐야 하나?

슬쩍 고민중!!

 

 

이곳 주민인듯한 분이 때마침 지나가시다가 우리를 보시고는

여기까지 와서 차 안에 있는다고 나무라신다.

따라비오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한 일장연설을 끝내시고,

오름 둘레라도 둘러보라고 하셔서

그러겠노라고 나서는데...

 

 

또다시 몰아치는 눈보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때마침 홀로 따라비오름 탐방에 나섰던 벗도 저 멀리서 뛰어온다.

 

이런 날씨로는 어딜 가도 다니기가 힘들 것 같다.

 

 

일단 모두들 차에 타서 긴급회의!!

 

 

원활한 회의의 진행을 위해,

일단 한잔~!

 

요 녀석들이 들어가니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아 좋다~!

게다가 여기에 따르는 근사한 안주가 있었으니,

 

 

 

나의 벗님이 준비한 말린 감!

손수 깎아 꼬챙이에 다 끼워 말렸다고 하니,

그 정성에서 일단 한 맛 더하고 간다.

 

 

말랑말랑 먹기도 좋고,

달콤함은 곶감을 능가한다.

 

그런데...

우리 이제 어디 가지?

 

웬만한 오름이나 산은 다 입산금지일 것 같은데...

 

그 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산! 굼! 부! 리!

 

거기는 관광지니까 입산통제를 안하겠지?

 

그래서 달려간 곳!

산굼부리.

 

 

 

1인당 6천원이라는 입장료가 있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역시 산굼부리는 제주의 대표 관광지인만큼

날씨에 아랑곳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아얏!!

누군가 굵은 모래를 한웅큼 얼굴에 던진듯한 통증이다.

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우박" 이었다.

 

 

땅에 떨어져서도 녹거나 뭉쳐지지 않고 얼음 알갱이 그대로 있는데,

이건 흡사 굵은 소금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는 언제 우박을 내려보냈냐는 듯 시치미 뚝 떼고 있는 하늘!

 

 

이제서야 산굼부리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말인데,

산 위나 중턱에 둥그렇게 움푹 팬 환형도 있고,

산체의 한쪽 사면이 도려내진 듯 벌어진 말굽형도 있다.

산굼부리는 산체에 비해 거대한 화구를 가지고 있어 여느 이채를 띄는데,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가 푹 꺼져 있는 이 분화구는

실제 그 바닥이 주변의 평지보다 100m 가량 낮게 내려앉아 있다고 한다.

한라산 백록담보다 더 깊은 것으로 제주도에선 가장 깊은 화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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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잠시 그쳤을 때 얼른 인증샷 한 컷!

 

 

나의 벗은 눈 뭉쳐 토끼놀이중~ㅋ

 

 

또 내리기 시작한다.

우박!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

아얏! 아얏!

어찌나 맞았던지 볼이 얼얼하다.

 

 

내 볼을 때리고 내려앉은 우박들을 보니,

섬뜩하다.

그래도 내가 또 언제 제주와서 우박을 맞아보리~

이 순간마저도 즐김 모드~ 작동!

 

 

어둡게 내려앉았던 하늘을 보며 잔뜩 옷깃을 여몄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게 갠다.

 

 

눈이 잠잠해진 고요한 산굼부리를 접수한 건 까마귀였다.

새까만 몸을 하고 하얀 설원 위로 날아다니니 까마귀를 이보다 선명히 본적은 없는듯... 

 

 

 

잠시 잊고 있었다.

산굼부리는 드넓은 억새밭으로 유명함을...

 

 

하루에도 수십번 흐렸다 개고, 눈오다 그치고, 비오다 말고,

심지어 우박까지 날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를 경험하다보니,

그 날씨 속에서 살아남는데 급급해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듯.

 

 

언제 또 눈이 날리고, 우박이 떨어지고, 비가 내릴지 모르니,

어서 실컷 봐두라는 듯 하늘이 배려를 해주는듯!

멀리 둥글게 솟은 오름들을 보니, 비로소 제주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제대로 든다.

 

 

 

 

 

저 멀리서 또 먹구름이 밀려온다.

이러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궂은 날씨도 초월해 여행할 수 있을때,

난 진정한 여행자가 되는 것이리라...

 

따라비 오름에게 퇴짜맞고,

산굼부리에서 두들겨 맞은 것!

어쩌면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긴 것 보다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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