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The하고 싶은 이야기] 봄을 안고 온 그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어요~!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더 많이 숙여야 합니다.

허리도 굽히고 무릎도 꿇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촛점을 한데 모아 정성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엄동과 설한을 지나오면서 많이도 아팠을 겁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울었을 겁니다.

아무도 안아주지 않았을 수십 날밤을 외로움에 통곡도 했을 겁니다.

오늘 새카맣게 잊고 있었던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바로 작년 봄에도 그를 만났던 그 자리.

그는 그 자리에서 소리없이 수줍게 얼굴을 붉혔습니다.

너무나 반가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줄 수는 없었습니다.

 

민망합니다.

소리내어 그의 이름을 부르기에는 많이 난처합니다.

지나가는 아이가 그의 이름을 물어 왔지만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모른다고 했습니다.

 

 

큰개불알꽃...

 

그가 다시 돌아 왔습니다.

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게 돌아 왔습니다.

해동(解冬)을 가장 먼저 기별하는 소중한 우리 풀꽃,

길섶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서운할만도 한데,

낯을 붉힐만도 한데,

그는 언제나 함박 웃음으로 크게 웃습니다.

큰***꽃이라 부르지만 그는 결코 크지도 않습니다.

 

 

봄은 어느 생애에서나 볼수 있지만

나는 항상 "지금"의 봄이 좋습니다.

 

얼마만큼의 봄을 더 누리고 떠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이 봄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요즘 봄은 많이 길지가 않지요.

따라서 나는 이번 봄도 더욱 열렬히 사랑할 겁니다.

 

불행히도 이 찬란한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떠나신

많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 봄은 더욱 아름다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 봄을 마중나온 저토록 기특하고 여리고 애잔하며 예쁜

우리 풀꽃의 이름 좀 바꿔주고 이 봄을 맞으면 안될까요~?

 

아이들에게도 당당히 말해줄 수 있는 이름으로요.

 

"큰개불알꽃~!"

 

 

<2014년 2월 22일 부산 백양산에서

해상도 낮은 핸펀으로 흔들리며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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