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떠난 꽃한송이

[상해여행] 세상에서 제일 큰 병따개를 목격하다!!

작성일 작성자 김작가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다닌 해외 여행지는 단연 중국이다.

어림잡아 손가락을 구부려서 지나간 발자국을 흘려세어도 얼추 열 번이 넘는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다닌 그 중국은 그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이유,

그 하나뿐, 그 외에는 중국 여행의 궁극적인 이유조차 애매했다.

가깝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갔다는 말이다.

 

최소한 지난 여름, 중국의 가장 먼 서쪽의 변방 실크로드를 찾기 전까지는 그랬다.

삼복 염천을 뚫고 왼종일 혓바닥 길게 빼어물고 열사의 사막을 횡단하면서

내가 발견한 것은 실크로드의 애잔한 옛이야기도, 사막의 황량함도 아니었다.

 

내가 그 곳에서 발견한 것은 경악이었고 두려움이었다.

거대한 중국, 무서운 중국,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로 자라나는 대륙의 무한한 잠재력.

사막위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석유자원, 희토류 금속,

그리고 그것들을 한데 모아 나라의 힘으로 키워가는 인해전술의 인적 자원.

내가 중국 자원의 수도 신강성에서 최후에 발견한 것은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막에서 대륙을 보았으니 이번에는 정글만리의 수도

현대 중국의 호랑이 굴 그 심장부에서 대륙을 바라보자.

 

일단 꾸욱~ 누르고 출발~

 

 

 

인구 3000만의 도시 상해.

상해는 첫인상부터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렬했다.

 

높게 쭉쭉 뻗은 빌딩들.

"세계 건축 박물관" 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만큼,

상해 시내에 있는 건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비슷한 모양새의 건물이 하나도 없을까.

 

 

 

버스를 타고 시내를 통과하면서 주변 건물들을 관찰하는 것!

상해 여행의 또 하나의 묘미다.

 

 

그 중 제일 멋진 건물을 꼽으라면

바로 이 "중국 평안은행" 건물이었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겹겹이 쌓여 있는 느낌!

역시 대륙은 건물 스케일부터 남다르다.

 

 

올해가 갑오년 "말의 해"여서 그런지,

중국 곳곳에서도 말 모양을 형상화한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였던 "동방명주탑"에 도착.

상해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동방명주탑은 그 높이가 468m로,

한 때 아시아 최고 높이를 자랑했던 TV 송신탑이다.

순수한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만들었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꽤나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탑!

 

 

1994년 10월에 완공한 동방명주탑은 푸동 루쟈쭈웨이 금융구에 세워졌는데,

당시만 해도 동방명주탑 주변엔 높은 건물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아시아의 월스트리트로 불릴만큼 금융관련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

 

 

동방명주탑의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검색대를 지나야 하는데,

이 때 주의할 점은 "물" 반입이 안 된다는 것!

물론, 물 뿐만 아니라 액체류는 전면 반입 금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1층 로비는 꽤 넓다.

 

 

동방명주탑에서 반드시 누려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엘리베이터!

가장 빠른 속도로 운행되는 것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것이기 때문!

이 엘리베이터의 속력은 7m / 초.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의 높이는 지상으로부터 4m 지점!

 

 

우리가 내린 곳은 263m!

그곳까지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0여초이다.

 

 

263m 지점에서 층계를 하나 내려오면 259m 높이의 전망대가 나온다.

 

 

그런데 이 전망대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아찔한 긴장감을 준다.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어 이런 아찔함을 즐기진 않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마인드로 두발을 성큼 유리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니

다리가 후덜덜~

 

 

로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육교.

육교를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들어와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는...

 

 

다들 적당한 두려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의 포인트는 유리바닥이기 때문에,

아예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 포즈를 취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드러눕다시피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동방명주탑 전망대 안에, 인증샷 모범 사례 사진이 걸려 있는데,

이런 모습.

ㅋㅋㅋ

 

 

요런 모범사례도 있다.

날씨가 좋아서 발 아래가 선명하면 사진이 더 예쁠텐데,

날씨가 흐린데다 안개까지 껴서

오늘의 인증샷은 어떤 자세로도 잘 나오기 글렀다.

 

 

정말 중국스러운 사진들.

어쩜 그리 하나같이 촌스러운지...

별로 안 따라하고 싶은...ㅋㅋ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인증샷 한컷!

이곳 전망대를 만들 때 저 유리 이음새를 좀 신경 썼더라면

진짜 리얼한 공중부양 사진이 나올 것 같은데...ㅎㅎㅎ

 

 

사람들이 알아서 엉덩이로 걸레질을 다 해놓은 탓에,

청소하는 아저씨는 별로 할 일이 없는 듯 보인다.

 

 

전망대에 서니 상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정면에 묘하게 생긴 빌딩이 하나 서 있다.

고층 부위가 뻥 뚫린 것이 병따개를 연상시킨다 하여,

일명 "병따개 빌딩"으로도 불리는 저 건물은,

S.W.F.C.

상해 국제 금융 센터이다.

(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101층 492m로 한 때 상해 최고 높이를 호령했던 동방명주탑(468m)을 가볍게 누르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우뚝 섰다.

 

참고로,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은 버즈 두바이 (828m).

두번째로 높은 빌딩은 타이페이 101빌딩 (508m).

 

 

이 상해 국제 금융센터는 일본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애초에는 가운데가 둥그런 원형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 측에서 일장기를 연상시킨다고 변경을 요구해서,

지금처럼 사각형 모양이 되었다는 것.

그런데 어찌된 게 진짜 "병따개" 모양으로 생겼다.

당장이라도 칭따오 맥주 한병 들고와 똑~ 따서 마시고 싶게 만들만큼.

 

 

동방명주탑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강은 상해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황포강"이다.

 

 

유람선들이 줄 서 있는 강 저쪽 편이 바로 "외탄" 지역.

19세기, 서구 열강들의 계속되는 개방 요구에 중국은 할 수 없이 문호를 개방하는데,

그 때 미국과 프랑스 등의 나라들이 앞다투어 들어와 영사관을 짓고,

중국을 본격적으로 강탈하기 시작했던 곳이 이곳 "외탄" 이다.

그래서 중국 입장에서 보면 역사적 아픔이 서려 있는 곳.

 

 

하지만 그당시의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21세기, 이곳은 상해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어있다.

 

 

외탄에 있는 건물들을 보면,

"여기가 중국 맞아?" 싶을만큼 유럽의 건물을 옮겨놓은 것 같다.

 

 

동방명주탑,

그곳에 서니,

상해의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보였다.

 

중국의 정치 수도는 북경이다. 그렇다면 경제 수도는 상해가 될 것이다.

인구 3천만 명의 거대한 국제 도시,

모택동의 정치 개혁으로 머리를 열고 등소평의 경제 개혁으로 대문을 열면서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중국의 간판도시 상해!

 

날마다 새로워지는 그 모습에

1년전의 상해는 결코 상해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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