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 ~♪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우리에게 그토록 친숙한 진달래가 돌아 왔다.
꽃중의 꽃, 참꽃이 돌아왔다는 말이다.
수많은 꽃들 다 제쳐두고 이 꽃이야말로 진짜 꽃이라 이름 불렀던 유일한 꽃,
태초 이래로 사이비(似而非)에 골병이 들어왔던 우리 선조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존재에 '참'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지어 왔으니...
나무에도 참나무와 참이 아닌 기타 등등 나무들,
개구리에도 참개구리와 그냥 개구리들,
나물에도 참나물과 보통 나물,
바닷고기에도 참돔과 거짓돔,
좀처럼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새에도 참새와 짝퉁새,
머리상학적인 분야에는 사랑마저 참사랑과 이미테이션 사랑이 있는가 하면,
요즘에는 벌건 대낮에도 도심지 선술판에 마구 쏟아져 내린다는
이슬마저 참이슬과 유사품 이슬로 분류해 놓고 있다.
어쨌건...
우리 민족의 애환과 서정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진달래는
무궁화 못지않은 우리의 꽃임에는 분명하다.
연분홍 치마를 나풀거리며 처녀처럼 수줍게 다가온 2014년의 진달래,
너에게 수줍게 다가간다.
3월의 셋째 주 어느날, 부산 해운대 장산(634m)에서 맞이한 진달래 꽃.
그 옛날 촉나라의 망제 두우(望帝 杜宇)가 믿었던 부하에게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기고
대성통곡을 했다는데 그때 목에서 토해 나온 피가 떨어져 꽃으로 피어나니
진달래가 되고 결국은 원한을 안고 죽은 두우의 혼령은 마침내 두견새로 환생했단다.
그래서 진달래는 한자로 두견화(杜鵑花)이며 두견새는 두견(杜鵑),
혹은 두우조(杜宇鳥), 자기의 나라 촉으로 돌아가고자하는 일념으로
귀촉도(歸蜀途), 또는 촉혼(蜀魂)이라 불린다.
역시 믿었던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를 갔던
단종 임금이 자신의 심정을 두견새의 그것에 비유하여
애절한 봄날의 시를 남긴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을 터.
4월이 오면 진달래는 맹렬히 북상을 서두를 것이다.
이 산 저 산 만산다홍(萬山多紅)이 벌써부터 어지럽다.
옛날 배고픔에 치를 떨었던 우리 선조들은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이라 했고,
먹을 수 없는 철쭉은 불쌍하게도 '개꽃'이라 이름 붙였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의 옹렬한 이름 붙임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듯 한데 어울려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봄을 노래하고 있으니...
작금의 사람들은 돈을 들여 철쭉을 식재하고
영산홍을 더 비싼 돈으로 사서 집마당에 들이고 있지만
우리 민족의 꽃 진달래를 돈들여 식재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데...
하물며 이렇듯 어처구니 없이 명명된 '개'라는 접두사를 보고
요즘의 애완견들은 정작 뭐라고 할까, 부끄럽다...
그런데....
진달래와 철쭉, 그리고 산철쭉과 영산홍은 많이 헤갈린다.
여기서는 식물학적, 생태학적 고찰은 강단의 유식한 학자들의
간절한 밥벌이 몫이니 과감히 제쳐두고.
우리는 아마추어의 진솔한 시각에서 간만 보기로...
먼저 진달래는 꽃이 철쭉이나 영산홍보다 먼저 핀다.
(성질급한 진달래는 3월에, 대부분의 진달래는 4월에 꽃이 피고
반면 철쭉과 영산홍은 5월에 피는 탓에 서로 만날 일이 없다.)
그리고 대체로 진달래 꽃은 꽃잎에 반점이 없지만 철쭉은 반점이 있다.
(드물게 약간의 예외도 있던데 극히 드물기에 생략하고.)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잎이 나고 나중에 꽃이 핀다.
진달래는 대체로 양지녘에 서식하고 철쭉은 그늘을 좋아한다.
꽃술 부위를 만져서 끈끈한 점성이 있으면 그것은 철쭉이고.
그리고 노지에서 겨울에 잎이 생생하게 달려있다면 그것은 무조건 영산홍이다.
진달래와 철쭉은 겨울에 잎이 대부분 지는 낙엽수이기에.
진달래, 철쭉, 산철쭉의 수술은 10개인데 영산홍은 5개라는 차이도.
아무튼 진달래를 제외하고는,
철쭉이나 영산홍 등을 함부로 먹었다가는 입이 퉁퉁 부어오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진달래도 술(두견주-杜鵑酒)을 담그거나 화전(花煎)을 부칠 때에는
꽃술은 반드시 제거하고 꽃 잎만 취해서 담궈야 독성이 없다.
그리고...
영산홍은 한자로 표현할 때에는 구분을 잘해서 사용해야 한다.
영산홍(迎山紅)은 기관지염, 해수, 부인병, 감기에 효험이 있다는
말린 진달래 꽃잎을 한약재 상으로 지칭하는 말이고,
영산홍(映山紅)은 여기서 말하는 철쭉과의 상록 관목을 이르는 말이기에.
영산홍(映山紅)은 꽃색이 표현대로 다홍색을 이르는 말이며,
흰꽃은 영산백(映山白), 자줏빛은 영산자(映山紫)로 대부분 일본에서 개량한 품종 들이다.
자산홍, 백철쭉, 황철쭉,백산홍 등, 달리 부르는 이름 들도 많다.
아울러 영산홍은 대체로 키들이 현저하게 왜소한 편이다.
<영산홍>
<진달래>
<철쭉>
<산철쭉>
겨울에는 영산홍만 제외하고는 진달래와 철쭉, 산철쭉의 구분은 쉽지 않지만
잎이 있는 계절에는 오히려 쉽다.
솜털이 있고(진달래), 솜털이 없고(산철쭉), 잎새가 주걱처럼 둥글고(철쭉)
그리고 잎의 크기가 현저하게 작음(영산홍)등으로 구분하면 큰 대과는 없을 듯.
<작년, 지리산의 철쭉 군락/사진-신아일보>
청송 주왕산이 자랑하는 주왕(周王)의 핓빛을 닮은 수달래도,
새신부의 다홍치마를 풀어 놓은 지리산 뱀사골의 수단화(水丹花)도,
소백산 연화비로 능선을 온통 불바다로 장식하는 꽃터널도,
지리 세석을 노고 할미의 비단 방석으로 출렁이게 하는 장관의 꽃대궐도 모두 철쭉이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자기의 재산 목록 1호인 암소를 팽개친 채,
목숨을 걸면서까지 수로 부인에게 따다 바친 그 꽃은 먹어도 되는 진달래가 확실할 것이며
고려 건국의 일등 공신인 복지겸(卜智謙)의 불치병을 살리고
면천 두견주의 원료가 된 충남 당진의 아미산의 꽃도 역시 진달래 꽃이고,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께서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고
님 앞에 눈물처럼 뿌리는 그 영변의 약산 꽃도 당연히 진달래였고,
꽃을 따서 마음에 둔 여인의 등을 몰래 살짝 치면 사랑에 빠진다는
강화도 고려산의 붉은 색 큐피드의 꽃도 다름아닌 진달래가 아니던가.
머지않은 훗날...
철쭉이, 영산홍이 소백산을, 지리산을, 한라산을,
그리하여 다시 세상의 산야를 마음껏 호령하는 날,
지조없게도 또 다시 그들에게 나의 정신줄을 호되게 빼앗길 망정
일단 설익은 이 봄에 나는 진달래가 좋다.
꿀이 가득한 진달래꽃의 그 단맛이 좋다.
하지만 해뜰 무렵, 진달래 꽃을 찾는다면 반드시 귀를 틀어 막고 갈 일이다.
왜냐고~?
아침에 두견새 울음소리를 들으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는 이별을 하게된다는
아프고 시린 전설이 전해오기에....